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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감초, 어디에 몇 조각 넣을까

대추·생강차, 고기 삶는 물, 쓴 뿌리 달임까지 — 늦게 올라오는 단맛을 살리는 짝과 양

찬 바람이 도는 10월(북반구 기준), 감초 포기를 캐 보면 누런 뿌리가 흙 깊이 뻗어 있습니다. 감초는 4월에 씨앗을 뿌려 10~11월에 거두는 작물입니다. 말린 뿌리를 꺾으면 고운 가루가 일어서, 17세기 초 조선의 의서 《동의보감》은 감초를 분초(粉草)라고도 불렀다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거둔 뿌리는 홀로 쓰이기보다 다른 재료와 한 냄비에 들어갑니다. 어떤 재료와 함께, 몇 조각을 넣으면 될까요?

늦게 올라와 오래 남는 단맛

감초의 단맛은 글리시리진(glycyrrhizin)이라는 배당체(당이 붙은 화합물)에서 나옵니다. 설탕보다 훨씬 달지만, 입에 넣자마자 퍼지는 설탕과 달리 단맛이 늦게 올라와 오래 남습니다. 짝을 고를 때는 이 성질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단맛이 먼저 나는 재료보다 뒷맛이 짧거나 쓴 재료와 함께 넣을 때 감초의 단맛이 더 잘 느껴집니다.

감초는 비가 적고 볕이 강한 대륙성 초원의 풀로, 15~25℃에서 잘 자랍니다.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주산지이고 카자흐스탄·아프가니스탄에서도 많이 기르며, 몽골에는 자생합니다. 뿌리가 깊어 가뭄을 견디고 영하 30℃ 안팎의 겨울도 나지만, 물이 고이거나 장마가 길면 뿌리가 무르고 단맛이 옅어집니다. 그래서 여름이 습한 한국 같은 기후에서는 기르기가 까다롭습니다. 텃밭에 심는다면 물이 잘 빠지고 볕이 오래 드는 자리를 골라 보세요.

유럽에서는 같은 뿌리를 리코리스(licorice)라 부르며 검은 사탕으로 만들어 먹고, 한국에서는 국물과 차에 몇 조각 넣습니다. 감초라는 이름으로 만주감초·유럽감초·창과감초 같은 여러 종이 함께 묶이는데, 종에 따라 글리시리진 함량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을 넣어도 제품에 따라 단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풀을 다룬 초부(草部)에 감초를 싣고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나라의 원로를 뜻하는 국로(國老)라는 별명도 함께 남겼습니다. 다만 옛 의서의 서술은 오늘날의 판단과 다르므로, 먹는 양은 현대 식품 당국의 권고를 기준으로 삼아 보세요.

대추·생강과 함께 달이는 차

대추·생강·감초는 한방차(약재를 달인 차)의 기본 조합입니다. 생강의 매운 향과 대추의 단맛에 감초의 늦은 단맛이 겹치면서 뒷맛이 길어집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한방차에서 단맛이 오래 돌았다면 대개 감초가 들어간 것입니다.

  • 대추·생강·감초를 물에 함께 넣고 끓입니다.
  • 감초는 두어 조각이면 충분합니다.
  •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천천히 달이고, 건더기는 걸러 냅니다.

대추와 생강을 직접 기른다면 두 작물의 기르기 글도 함께 챙겨 보세요. 가을에 거둔 세 재료로 한 주전자를 끓일 수 있습니다.

고기 삶는 물에 몇 조각

수육(suyuk, 돼지고기를 덩어리째 삶아 얇게 썬 음식)이나 족발(jokbal, 돼지 족을 간장 양념에 삶은 음식)을 삶을 때 물에 감초 몇 조각을 넣으면 누린내가 줄고 국물에 단맛이 더해집니다. 된장(doenjang, 콩 발효 장)이나 대파, 생강과 함께 넣는 집이 많습니다.

다 삶은 뒤에는 감초를 건져 내세요. 그대로 두면 단맛이 더 우러나 국물이 달아집니다. 국물을 마신다면 그 안에 우러난 글리시리진도 함께 먹게 됩니다.

쓴 뿌리와 잎을 달일 때

민들레 뿌리처럼 쓴맛이 강한 뿌리나 잎을 달일 때 감초를 한 조각 넣으면 마시기가 한결 편해집니다. 쓴맛이 지나간 뒤에도 감초의 단맛이 혀에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이 넣는다고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한 조각에서 시작해 맛을 보고, 모자랄 때만 조금씩 더해 보세요.

겹치는 양을 셈해 두기

글리시리진을 많이, 오래 먹은 사람에게서 혈압이 오르거나 혈중 칼륨이 낮아진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식품 당국이 하루 섭취량에 관한 권고를 두고 있습니다. 감초는 한방차와 건강음료에도, 과자와 사탕의 감미료로도 들어가므로 집에서 넣는 두어 조각 말고도 이미 먹는 양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잔씩 따지기보다 하루 동안 겹치는 총량을 셈해 두세요.

제품을 고를 때 원재료 표시에서 감초·감초 추출물·글리시리진이라는 이름을 찾아보세요. 감초 넣은 차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신 날에는 감초가 든 과자를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혈압을 관리하고 있다면 감초 차를 자주 마시기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보세요.

오늘 대추·생강차를 끓인다면 감초는 두 조각만 넣고, 찬장에 있는 차와 과자의 원재료 표시도 한 번 살펴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초부(草部) 감초(甘草) · 농촌진흥청 농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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