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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가라앉는 뿌리를 고르던 《동의보감》과 오늘 텃밭의 지황

캔 그대로, 말려서, 쪄서 — 셋으로 갈라 파는 지황을 옛 기록과 성분 분석으로 견주고, 북반구 10~11월 수확과 차 끓이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10월 텃밭에서 지황 잎이 시들기 시작하면 뿌리를 캘 때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북반구 기준 4월에 심은 지황은 10~11월에 캡니다. 포기 둘레의 흙을 걷어 내면 누런빛이 도는 굵은 뿌리가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캔 그대로의 뿌리는 생지황, 그냥 말린 것은 건지황, 쪄서 말린 것은 숙지황이라 부릅니다. 지금도 약재 시장에서는 셋을 따로 갈라 팝니다. 지황(Rehmannia glutinosa)은 현삼과 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중국과 한국에서 약재로 오래 길러 왔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생지황

17세기 초 조선에서 펴낸 의서 《동의보감》은 지황을 초부(草部, 풀을 모은 부분)에 생지황(生地黃)이라는 이름으로 실었습니다.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고, 맛이 쓰다는 설도 덧붙였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지수(地髓)와 호(芐)를 들었습니다. 곳곳에 심되 누런 흙땅에서 난 것이 좋다고 산지까지 밝혔습니다.

캐는 때와 고르는 법도 남겼습니다. 음력 이월과 팔월, 곧 이른 봄과 가을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캔 뿌리를 물에 담가 뜨는 것은 천황(天黃), 반쯤 뜨는 것은 인황(人黃), 가라앉는 것은 지황(地黃)이라 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라앉는 굵은 것을 골랐습니다. 쪄서 말리면 성질이 따뜻해지고, 그냥 말리면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평(平)이 된다고 하여 가공에 따라 갈라 보았습니다. 캘 때 구리나 쇠 그릇을 대지 말라는 금기도 함께 적었습니다.

원문과 풀이는 《동의보감》 생지황 항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지금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찌고 말리면 달라지는 성분

가공에 따라 뿌리가 달라진다는 옛 기록은 지금의 분석과도 맞습니다. 여러 연구진이 생지황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카탈폴(catalpol)은 줄고 5-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5-HMF)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뿌리라도 생지황·건지황·숙지황의 성분 조성이 서로 다릅니다.

  • 카탈폴: 이리도이드(iridoid) 배당체의 하나입니다.
  • 스타키오스(stachyose): 당 네 개가 이어진 올리고당입니다.
  • 5-HMF: 당이 열을 받아 생기는 물질입니다.
  • 수분: 생뿌리에 물이 많아, 말리면 무게가 크게 줄어듭니다.

맛이 달다는 옛 기록과 뿌리에 스타키오스라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다는 분석은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쪄서 성질이 바뀐다고 본 기록도 가공에 따른 변화를 짚었다는 점에서, 열을 받으면 성분이 달라진다는 분석과 통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차다·따뜻하다'는 옛 의학이 성질을 가르던 말이고, 성분 분석은 뿌리 속 물질의 양을 잽니다. 카탈폴이 줄었다는 결과를 성질이 따뜻해졌다는 뜻으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분석은 성분 조성을 살핀 것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텃밭에서 기르고 캐기

지황은 씨를 뿌리기보다 주로 뿌리를 잘라 심어 늘립니다. 4월에 지난해 캐 둔 뿌리를 몇 토막으로 잘라 얕게 묻어 보세요. 물이 잘 빠지는 흙에서 뿌리가 굵게 자라고, 물이 고이는 자리에서는 쉽게 썩습니다. 밭이 질다면 두둑을 높여 심으면 됩니다. 한자리에 해마다 이어 심으면 뿌리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재배 보고가 많으니, 이듬해에는 자리를 옮기는 편이 좋습니다.

잎이 다 시들면 뿌리를 캡니다. 뿌리가 잘 부러지므로 포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부터 흙을 걷어 내세요. 캔 뿌리는 물을 받은 통에 담가, 《동의보감》에 적힌 대로 가라앉는 굵은 것부터 골라 보세요. 생뿌리는 오래 두기 어려우니, 당장 쓰지 않을 몫은 그늘에서 말려 두세요. 심는 달과 거두는 달은 지황 작물도감에 모아 두었습니다.

차로 끓여 마시는 법

말린 지황은 뜨거운 물에 곧장 넣기보다 찬물에 반나절 불린 뒤 그 물째 끓여 보세요. 그래야 맛이 고르게 우러납니다. 불린 물은 버리지 마세요.

숙지황은 검고 맛이 진합니다. 대추와 감초를 함께 넣으면 대추의 단맛이 더해져 마시기가 수월해집니다. 약재 시장에서도 지황을 대추·감초와 한 봉지에 담아 파는 일이 많습니다. 오래 끓이면 텁텁해지므로,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주세요.

생지황의 흙내가 부담스럽다면 생강을 얇게 저며 두어 쪽만 넣어 보세요. 그보다 많이 넣으면 생강 맛만 남습니다. 약재로 팔리는 뿌리인 만큼, 먹고 있는 약이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마시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세요.

오늘은 지황 한 포기만 먼저 캐어 뿌리 굵기를 살펴보고, 나머지를 캘 날을 잡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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