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8월 텃밭에서 접시꽃은 아래쪽 꽃부터 차례로 집니다. 6월에 처음 벌어진 꽃이 위로 올라가며 피더니, 지금은 아랫단에 둥근 씨방이 달렸습니다. 손끝으로 눌러 보면 아직 무른 것과 벌써 갈색으로 마른 것이 섞여 있습니다. 마른 쪽을 골라 받아 두면 이달 안에 다시 뿌릴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홍촉규라 적었습니다
《동의보감》 채부(菜部)는 접시꽃을 홍촉규(紅蜀葵)로 싣고, 옛 한글 이름을 '블근 ᄭᅩᆺ 픠ᄂᆞᆫ 규화'라 적었습니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씨가 융과 촉 땅에서 건너왔다 하여 촉규라 부른다고 이름의 유래도 밝혀 두었습니다. 곳곳에 있고 생김새가 아욱을 닮았으며, 꽃빛이 다섯 가지로 무궁화 꽃 같다고 했습니다. 붉은 홑꽃을 사철 딴다고, 거두는 때까지 적어 두었습니다. 원문과 풀이는 《동의보감》 홍촉규 항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400년 전 의서의 서술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 주세요. 차다거나 달다는 말은 그 시대의 판단 방식이었고, 오늘의 성분 분석과 같은 기준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로 읽되, 치료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겹치는 대목과 갈라지는 대목
아욱과 식물의 잎·꽃·뿌리에는 점액질 다당류(mucilage polysaccharide)가 들어 있습니다. 데쳤을 때 미끈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성분 조성을 밝힌 분석일 뿐,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한다는 확인과는 다릅니다. 짙은 꽃빛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에서 오며, 산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보고되었습니다. 아욱과에서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도 보고됩니다.
옛 기록과 지금의 분석이 겹치는 대목은 생김새입니다. 아욱을 닮았다고 묶어 둔 무리를 오늘은 아욱과(Malvaceae)라 부르고, 그 안의 식물들이 공통으로 지닌 점액질이 분석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갈라지는 대목은 쓰임입니다. 옛 의서는 약으로 쓰는 데까지 나아갔지만, 지금 밝혀진 것은 무엇이 들어 있느냐까지입니다.
담 옆에 심고, 이듬해 여름에 봅니다
접시꽃은 두해살이입니다. 첫해에는 잎만 넓게 벌리고, 이듬해 여름에 꽃대를 올립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편이라 바람을 덜 받는 담이나 울타리 옆이 좋습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심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세요.
- 씨 뿌리기 — 북반구 기준 4월 또는 8월
- 꽃 보기 — 북반구 기준 6~7월
- 남반구에서는 각각 여섯 달을 옮겨 잡으세요
기르는 조건과 어울리는 재료는 접시꽃 도감에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어린잎은 무치고, 꽃은 우립니다
어린잎은 데쳐서 물기를 꼭 짜고 된장(doenjang, 콩을 발효해 만든 장)과 들기름으로 무칩니다. 점액질 때문에 양념이 잘 붙으니 간은 옅게 잡아 주세요. 마늘을 조금 넣으면 풀 비린 기가 덜합니다.
꽃은 그늘에 바싹 말려 두었다가 끓는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3분쯤 둡니다. 짙은 색 계통일수록 물빛이 진하게 나옵니다. 다만 오래 두면 떫은 기가 앞서니 시간을 지켜 주세요. 다 우린 물에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빛이 붉은 쪽으로 선명해집니다. 안토시아닌이 산도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아랫단 씨방부터 살펴보세요. 껍질이 마르고 벌어지기 시작한 것만 골라 봉투에 담으세요. 그 씨를 이달 안에 같은 자리 옆에 뿌리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