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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주운 도토리, 먹어도 되는지 가려내는 법

날로 씹으면 속이 왜 불편한지, 버릴 열매는 어떻게 고르고 떫은맛이 빠진 것은 어떻게 알아보는지

북반구 기준 9~10월이면 참나무 아래 바닥에 도토리가 흩어져 있습니다. 반들반들한 열매를 한 줌 주워 오면 곧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걸 그냥 먹어도 될까요? 도토리는 상수리나무(Quercus acutissima)를 비롯한 참나무 무리의 열매이고, 한국·중국·일본·스페인·포르투갈에서 많이 거둡니다. 한국에서는 묵으로 쑤어 먹는 재료로 익숙합니다. 그러나 떨어진 열매를 그대로 입에 넣지는 않습니다. 깨무는 순간 떫은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 떫은맛이 몸에 어떻게 닿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날로 씹으면 몸에 무엇이 닿을까요

갓 주운 도토리의 떫은맛은 폴리페놀(polyphenol)의 한 무리인 타닌(tannin)에서 옵니다. 타닌은 침 속 단백질과 엉겨 입안을 마르고 뻑뻑하게 만듭니다.

떫은맛은 입안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려내지 않은 도토리를 그대로 씹거나 갈아서 곧장 쑤어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한 알을 맛보는 정도라면 떫어서 뱉게 되지만, 떫은맛을 빼지 않은 가루를 음식에 섞으면 여러 알을 한꺼번에 먹게 되어 불편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도토리를 먹어 온 곳에서는 날것을 피하고, 떫은맛을 물로 빼낸 뒤에 먹었습니다. 타닌이 물에 잘 우러나는 성질을 살린 손질입니다.

먹을 열매와 버릴 열매를 가리는 법

먹을 열매를 고르는 일은 줍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나무를 두드려 열매를 떨지 말고 바닥에 떨어진 것만 거두는 것이 오래된 규칙입니다. 한국에서는 국립공원과 자연공원 안에서 도토리를 비롯한 임산물 채취가 법으로 막혀 있고, 사유림에도 임의로 들어가 거둘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공원과 보호구역마다 채취 규칙을 따로 두는 경우가 많으니, 줍기 전에 그곳의 안내를 확인해 보세요. 도토리는 다람쥐와 멧돼지 같은 산짐승의 겨울 양식이기도 해서, 한자리에서 쓸어 담지 말고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집에 가져온 뒤에는 이렇게 가려 보세요.

  • 물에 담가 위로 뜨는 열매는 골라 버립니다. 속이 비었거나 벌레가 든 열매입니다.
  • 가라앉은 열매도 껍질을 살핍니다. 흰 가루가 앉았거나 검은 얼룩이 있으면 곰팡이가 슨 것으로 보고 함께 버립니다.
  • 골라 둔 열매를 말릴 때는 하루 한 번 뒤집어 눅눅해지지 않게 합니다.

떫은맛이 빠졌는지 확인하는 법

가려낸 도토리는 껍질을 까 말린 뒤 갈아서 물에 담급니다. 시간이 지나면 타닌이 물에 우러나 윗물이 검붉게 변합니다. 이 물은 그때마다 따라 버리고 새 물을 붓습니다. 물을 몇 번 갈아야 하는지는 열매 상태와 가루 양에 따라 달라서, 횟수보다 맛으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우선 따라 버리는 물의 색을 보세요. 검붉은 빛이 옅어지면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을 손끝으로 조금 찍어 맛보세요. 혀에 떫은맛이 남아 있다면 물을 한 번 더 갈아 줍니다. 떫은맛이 가신 앙금의 주성분은 전분(starch)입니다. 이 앙금을 물과 함께 끓였다가 식히면 굳어서 도토리묵이 됩니다. 전분이 물을 머금고 풀어졌다가 식으면서 다시 얽히기 때문입니다. 묵의 무른 질감은 이때 머금은 수분에서 옵니다.

손질할 여유가 없다면 가게에서 파는 도토리묵가루를 써 보세요. 우려낸 앙금을 말려 놓은 가루여서 떫은맛을 빼는 수고가 줄어듭니다. 도토리묵은 맛이 옅으니 간장에 참기름·고춧가루·다진 파를 섞은 양념을 끼얹어 드셔 보세요. 썰어 두면 물이 나오므로 먹기 직전에 써는 것이 좋습니다.

옛 의서는 도토리를 어떻게 적었을까요

《동의보감》 목부(木部)에는 도토리가 상실(橡實)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고, 한글 이름은 '굴근 도토리'로 적혀 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쓰며 떫고 독이 없다고 했고, 열매를 담은 깍정이는 조두(皂斗)라 불렀습니다. 껍질과 열매를 함께 쓰되 볶아서 썼다고 했습니다. 옛 기록에서도 날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손질을 거쳤다는 뜻입니다. 흉년에 주림을 넘기게 한다는 말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지금의 의학적 판단과는 다릅니다. 도토리는 약으로 여기기보다 떫은맛을 빼고 묵을 쑤어 먹는 음식으로 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도토리의 성분과 궁합, 북반구 기준 3~4월에 심고 9~10월에 거두는 달력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도토리 항목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목부(木部) '상실(橡實)' 항목.

오늘 주워 온 도토리가 있다면, 먼저 물 한 그릇에 담가 뜨는 열매부터 골라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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