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덕 위에 오미자 송이가 붉게 익었습니다. 잎 사이로 손을 넣어 보면 완두만 한 알이 줄기 끝에 무리 지어 달려 있습니다. 봄에 묘목 한 그루를 심고 세 해를 기다린 사람만 보는 장면입니다.
봄에 심고, 덕을 먼저 세웁니다
오미자는 해마다 잎을 떨구는 덩굴 목본입니다. 북반구 기준 3~4월에 묘목을 심습니다. 씨앗 대신 묘목을 사다 심으므로 봄에 구할 수 있는 어린 나무를 고르세요. 덩굴이 뻗을 자리가 없으면 첫해부터 잎이 엉키므로, 묘목보다 덕을 먼저 세우는 편이 낫습니다. 어른 키 정도 높이로 기둥을 박고 철선을 걸어 두면 이듬해부터 덩굴이 스스로 올라갑니다. 기르기 까다로운 작물로 치는 이유도 이 준비에 있습니다.
얕은 뿌리를 여름 내내 덮어 둡니다
영하 30℃ 안팎의 겨울도 잘 견디는 나무입니다. 대신 여름에는 약합니다. 뿌리가 얕게 퍼져서 한낮 햇볕과 가뭄에 먼저 마릅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5~25℃입니다. 30℃를 넘는 날이 이어지면 잎이 처지고 열매가 굵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름비가 끝나기 전에 짚이나 베어 낸 풀을 두툼하게 깔아 흙을 덮어 두세요. 물은 자주 조금씩 주기보다 한 번에 흠뻑 주세요. 중국과 한국에서 많이 기르고 러시아 극동과 일본 산지에 자생하는데, 모두 여름이 서늘한 산간입니다.
8~9월, 송이째 가위로 땁니다
첫 수확은 대개 심은 지 3년째입니다. 열매는 날 때 푸르고 익으면 붉은빛에서 자줏빛으로 짙어집니다. 알을 하나씩 따지 말고 송이 밑 줄기를 가위로 자르세요. 손으로 잡아당기면 이듬해 열매가 달릴 짧은 가지가 함께 떨어집니다. 말려 둘 것은 볕에 펴서 널어 둡니다. 《동의보감》도 음력 8월에 열매를 따 볕에 말리고, 약에 넣을 것은 씨를 빼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다섯 맛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 속은 맵고 쓰고, 여기에 짠맛까지 있습니다. 다섯 맛을 갖추었으므로 오미자라 부른다고 《동의보감》 草部 五味子 항목에 적혀 있습니다. 같은 항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며 조금 쓰고,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나는 것을 좋게 쳤다는 기록도 함께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일 뿐, 지금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신맛은 사과산·구연산·주석산 같은 유기산에서 옵니다. 껍질의 붉은빛은 안토시아닌 색소입니다. 열매와 씨에서는 시잔드린·고미신 계열의 리그난이 확인되었고, 껍질과 살보다 씨 쪽에 더 몰려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성분 분석으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찬물에 우려 마셔 보세요
마른 열매는 찬물에 8~12시간 담가 우립니다. 끓이면 씨에서 쓴맛과 떫은맛이 같이 나오므로, 우린 물은 건더기를 걸러 내고 냉장해 두세요. 생열매가 있으면 같은 무게의 설탕과 켜켜이 재워 즙을 냅니다. 산도가 높아 비교적 오래 갑니다. 그래도 유리병은 열탕 소독하고, 담근 뒤에는 냉장하세요. 걸러 낸 건더기는 오래 두지 마세요. 찬 오미자물에 얇게 썬 배와 잣을 띄운 화채는 오래된 여름 상차림입니다. 배의 단맛이 신맛을 덜어 줍니다. 얼음은 마시기 직전에 넣으세요.
지금이 수확철입니다. 덕에 오미자가 아직 없다면 오늘 마른 열매 20g을 물 1L에 담가 냉장고에 넣고, 내년 3월에 묘목을 올릴 덕 자리를 재어 두세요. 심기보다 덕 세우기가 먼저입니다.
- 심기: 북반구 3~4월 · 묘목 식재 · 덕 필수
- 거두기: 8~9월 · 심은 지 3년째부터
- 온도: 잘 자라는 온도 15~25℃ · 겨울 추위에 강하고 여름 가뭄에 약함
출처: 《동의보감》 草部 五味子 · 농사로 작물 정보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