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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염교를 먹고 배가 부푼다면, 프룩탄과 내 몸이 받는 양

대장에서 발효되는 수용성 식이섬유를 알면 락교를 몇 알부터 먹을지 정할 수 있습니다

북반구에서는 8~9월이 염교 종구를 흙에 묻는 때입니다. 지금 화분에 심어 두면 염교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6~7월에 흰 비늘줄기를 캘 수 있습니다. 그사이 손이 거의 가지 않고, 베란다에서도 잘 자랍니다. 지난 초여름에 캔 염교로 락교(소금에 절였다가 식초와 설탕에 담근 염교)를 만들어 두었다면 지금쯤 병도 꽤 비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새콤한 알을 몇 개 먹은 날 저녁, 아랫배가 부풀고 가스가 차서 염교를 다시 찾아보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 살펴볼 것은 염교에 든 식이섬유입니다.

염교 식이섬유의 대부분은 프룩탄

염교(Allium chinense)는 부추를 닮은 잎 아래로 흰 비늘줄기가 굵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채소입니다. 중국·일본·한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이 비늘줄기에 든 식이섬유는 대부분 프룩탄(fructan)입니다. 프룩탄은 과당이 여러 개 이어진 수용성 식이섬유로,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와 소장을 지나 대장까지 내려갑니다.

대장에는 이 당류를 발효시키는 세균이 삽니다. 발효가 일어나면 가스가 생기고, 가스가 장 안에 모이면 배가 부푼 느낌이 듭니다. 락교 몇 알을 먹은 뒤 느끼는 더부룩함은 이 과정에서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염교를 자르면 올라오는 매운 향은 황화합물에서, 뒤끝에 남는 쓴맛은 사포닌에서 옵니다. 이 두 성분은 빈속에 많이 들어가면 위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속이 쓰린지, 배가 부푸는지 가려 보세요

염교를 먹고 불편하다는 말 안에는 서로 다른 증상이 섞여 있습니다. 빈속에 여러 알을 먹고 윗배가 쓰리다면 황화합물과 사포닌이 위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콤한 맛이 좋아 공복에 한 움큼씩 먹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식사와 함께 몇 알만 먹었는데도 아랫배가 부풀고 가스가 잦다면, 대장에서 프룩탄이 발효되는 쪽을 먼저 떠올려 볼 만합니다.

아랫배 증상은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과민성 장 증상이 있는 사람은 프룩탄이 조금만 들어가도 배가 부풀 수 있습니다. 같은 병에서 꺼낸 두세 알이 한 사람에게는 입가심으로 끝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저녁 내내 더부룩함으로 남습니다. 따라서 알맞은 양은 남의 경험보다 자기 몸의 반응으로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장내 세균 연구와 옛 기록은 어디까지 읽어야 할까요?

프룩탄이 배를 부풀린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염교를 멀리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관·동물 연구에서는 염교의 프룩탄이 장내 세균의 발효 재료가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배에 차는 가스도 세균이 이 당류를 발효시키면서 생기므로, 두 이야기는 같은 과정을 가리킵니다. 다만 시험관과 동물에서 확인한 결과여서, 사람이 절임 몇 알을 먹었을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염교에서 뽑아낸 사포닌이 시험관에서 항산화 활성을 보였다는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분만 따로 떼어 확인한 결과이므로, 절임이나 국으로 먹는 염교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허준이 엮은 조선의 의서 《동의보감》은 탕액편 채부, 곧 채소 항목에 염교를 해채(薤菜)로 실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채소 가운데 영지(약으로 쓰는 버섯)와 같다 하여 채지(菜芝)라 불렀다는 이름 풀이도 남겼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므로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 보세요

우선 한 끼에 한 알부터 시작해 보세요. 빈속은 피하고 밥이나 다른 반찬과 함께 드세요. 일식 카레나 튀김처럼 기름진 음식 옆에 두면 식초의 신맛과 아삭한 식감이 느끼한 뒷맛을 덜어 줍니다. 먹은 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의 배 상태를 짧게 적어 두면, 몇 알부터 배가 불편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알에 별 반응이 없으면 며칠 간격을 두고 한 알씩 늘려 보세요. 한 끼에 서너 알 정도까지가 적당합니다. 두 알만 먹어도 가스가 찬다면 한 알에서 멈추세요. 락교를 직접 담근다면 캔 날 바로 시작하세요. 소금에 먼저 절여 물을 뺀 뒤 식초와 설탕에 담가야 알이 무르지 않습니다. 심는 달과 캐는 달,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염교 항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락교 병을 연다면 밥과 함께 한 알만 드시고, 내일 아침 배 상태를 한 줄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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