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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아주까리, 씨앗과 기름과 잎은 어디가 다릅니까

리신은 씨에 있고 리시놀레산은 짜낸 기름에 있습니다. 같은 풀이라도 거두어 먹는 부위는 나뉩니다.

9월, 밭둑에 선 아주까리는 열매가 여뭅니다. 가시가 촘촘히 돋은 꼬투리가 붉게 마르고 그 안에서 얼룩무늬 씨가 단단해집니다. 여름에 딴 잎은 벌써 삶아 말려 자루에 담아 두었는데, 남은 열매 앞에서 손이 멈추는 분이 많습니다.

아주까리(Ricinus communis)를 찾아보는 분들의 물음은 대개 한 자리로 모입니다. 잎은 나물로 먹는다면서 씨는 왜 먹지 말라고 하느냐, 피마자유는 오래 써 왔다는데 그건 무엇이 다르냐는 것입니다. 부위마다 답이 갈리므로 하나씩 짚겠습니다.

씨앗 — 먹지 않습니다

아주까리 씨에는 리신(ricin)이라는 단백질 독이 들어 있습니다. 몇 알을 씹어 삼킨 것만으로 중독된 사례가 여러 나라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씨앗은 먹지 않고, 껍질을 벗기거나 빻지 않으며, 씹지 않습니다. 어떤 손질을 거쳐도 식품으로 다루지 않는 부위입니다.

얼룩무늬가 고와 아이가 콩인 줄 알고 집어 드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열매가 여물면 꼬투리째 잘라 치우고, 씨는 손 닿는 곳에 두지 마세요. 개와 고양이, 마당의 가축에게도 위험하므로 동물이 오가는 곳에는 아예 심지 않습니다.

짜낸 기름이 다른 까닭

피마자유를 이루는 지방산은 리시놀레산(ricinoleic acid)입니다. 리신은 단백질이고 리시놀레산은 지방산이라, 같은 씨에서 나오되 성질이 다릅니다. 기름을 짤 때는 이 단백질이 기름층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따로 처리합니다. 그래서 짜낸 기름을 쓰는 일과 씨를 그냥 먹는 일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씨를 갈거나 눌러 기름을 내는 일에는 그 처리가 빠집니다. 하지 마세요.

《동의보감》 초부(草部)에는 비마자(萆麻子)로 실려 있고, 한글 이름은 '아주까리'로 적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면서 매우며 독이 조금 있다고 했고, 소금물에 삶아 껍질을 벗긴 뒤 알맹이만 쓴다는 손질도 남겼습니다. 옛 의서가 적은 내용은 오늘의 판단과 다릅니다.

잎 — 삶고 우려내고 말립니다

피마자잎은 생으로 먹지 않습니다. 삶아서 여러 번 헹구고 물에 담가 우려낸 뒤 말립니다. 삶은 물은 버립니다. 쌈이나 겉절이처럼 생잎을 그대로 쓰는 손질은 하지 않습니다. 아주까리에는 리시닌(ricinine)이라는 알칼로이드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삶고 우려내는 손질이 어떤 성분을 얼마나 줄이는지까지 옛 기록이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손질을 건너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겨우내 두었다 불려 먹는 묵나물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마른 잎의 질긴 씹는 맛은 식이섬유에서 옵니다.

  • 들기름을 두르고 불린 잎을 넣어 뒤적이다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여 보세요. 거친 맛이 눅습니다.
  • 간은 소금보다 국간장으로 맞춥니다. 다진 마늘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 뒤 볶습니다.
  • 오곡밥을 얹어 쌈처럼 싸 먹는 상차림이 정월대보름에 오래 이어졌습니다.

심었다면 열매부터 정리합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심고 7~9월에 잎을 거둡니다. 잎을 쓸 생각이라면 열매를 여물리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꽃대를 미리 잘라 두면 씨가 떨어져 이듬해 제멋대로 올라오는 일도 줄어듭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손질 순서는 작물 도감의 아주까리 항목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문 꼬투리를 맨손으로 훑으면 가시가 박히고 씨가 터져 나옵니다. 장갑을 끼고 가위로 꼬투리째 자르세요. 자른 꼬투리는 퇴비 더미에 넣지 말고 일반 쓰레기로 버립니다. 기름을 얻으려고 크게 기르는 곳은 인도·모잠비크·중국·브라질·에티오피아입니다. 텃밭에서는 잎 몇 장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밭둑에 아주까리가 서 있다면, 장갑과 가위부터 챙겨 여문 꼬투리를 잘라 내 보세요. 잎은 다음 여름에 거두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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