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한 귀퉁이의 청량함
호미님, 민트는 한번 심으면 알아서 번지는 작물이라 텃밭 한 귀퉁이를 금세 푸르게 채웁니다. 잎을 손끝으로 가볍게 비비면 코끝에 시원한 향이 번지지요. 더운 여름날 그 잎 몇 장을 따 찬물에 띄우거나, 차로 우려 마시면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집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이 흔한 풀이 옛 의서에서는 박하(薄荷)라는 이름의 약재로 다뤄졌습니다. 오늘은 호미님과 함께 동의보감이 박하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동의보감은 박하(薄荷)의 성질을 두고 "따뜻하다(性溫), 혹은 평하다(一云平)"고 적었습니다. 맛은 맵고 쓰며(味辛苦) 독은 없다(無毒)고 보았습니다. 다른 대목에서는 성질과 맛을 맵고 서늘하다(性味辛涼)고도 덧붙였으니, 따뜻함 속에 시원한 청량감을 품은 풀로 본 셈입니다.
효능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우선 여러 약기운을 영위(榮衛)로 이끌어 들이고, 땀을 내어 독을 발산시키며(發毒汗), 상한(傷寒)으로 인한 두통을 다스린다(療傷寒頭痛)고 보았습니다. 또한 중풍과 적풍, 두풍(治中風賊風頭風)을 다루고, 관절을 통하게 하며(通利關節), 노곤함을 크게 풀어 준다(大解勞乏)고 적었습니다.
『탕액편』에서는 박하가 "머리와 눈을 가장 맑게 한다(最淸頭目)"고 했습니다. 또 손태음경과 손궐음경(手太陰ㆍ手厥陰經), 곧 폐와 관련된 경락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가는 약이라고 보았습니다. 한글 주해에서는 약기운이 가는 장부를 폐와 간으로, 주된 쓰임을 풍열 감기와 두통, 인후통을 흩어 내는 발산성 약재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눈을 맑히는 명목(明目)의 쓰임, 구창이나 잇몸 통증, 입냄새를 다스리려 입에 머금는 외용까지 기록되어 있으니, 옛사람들은 박하를 머리 위쪽을 시원하게 다스리는 풀로 즐겨 썼던 모양입니다.
재미난 기록도 하나 있습니다. 『식물』편에는 "고양이가 박하를 먹으면 취한다(猫食薄荷則醉)"는 짧은 구절이 남아 있습니다. 호미님 댁에 고양이가 있다면 한 번쯤 떠올려 볼 대목이지요.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박하를 "머리와 눈을 맑히고 답답함을 흩는 풀"로 본 관점은, 오늘날 우리가 박하의 청량한 향에서 느끼는 감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박하 잎에는 멘톨 성분의 정유가 들어 있어 특유의 시원함을 냅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명목(明目)이나 청두목(淸頭目)의 표현도, 그 향이 주는 산뜻하고 맑아지는 느낌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한글 주해는 식후 박하차로 소화나 복부의 더부룩함을 풀고, 화병이나 답답함에 정신을 안정시키는 쓰임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다만 호미님, 여기서 한 가지 선은 그어 두겠습니다. 이런 기록은 어디까지나 동의보감과 전통 관점의 서술이지, 어떤 병을 낫게 한다는 단언은 아닙니다. 옛 의서가 박하를 이렇게 보았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박하는 텃밭에서 식탁으로 옮기기에 더없이 쉬운 작물입니다. 동의보감도 "밭에 심어 길러 날로 먹을 수 있고, 김치로 담가도 좋다(可生啖, 亦宜作葅)"고 적었습니다. 여름과 가을에 줄기와 잎을 따서 볕에 말려(夏秋採莖葉, 暴乾用) 두고 쓰는 법도 함께 일러 두었지요.
생잎이나 말린 잎으로 차를 우리고, 음료에 가니쉬로 띄우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식후에 가볍게 한 잔 우려 마시면 더부룩함을 다독이는 데 옛사람들이 즐겨 기댔던 방식이고요.
주의할 점도 짚어 두겠습니다. 한글 주해에 따르면 동의보감은 박하를 많이 쓰면 정기를 흩는다고 보았으니, 차로 즐기시되 과하지 않게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박하 정유는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영유아의 코 주변에 박하 정유를 바르는 일은 호흡을 억제할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하고, 임산부나 수유부도 고용량 정유는 자제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위식도 역류가 있는 분이라면 박하가 하부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해 증상을 키울 수 있으니 양을 살펴 드시기 바랍니다.
호미님, 오늘 텃밭에서 박하 잎 몇 장 따다 찬물에 띄워 보시지요. 옛 의서가 머리와 눈을 맑힌다 적어 둔 그 향을, 직접 코끝으로 느껴 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