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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녹각채라 적힌 바닷말, 청각을 다시 읽습니다

《동의보감》의 짧은 기록과 오늘의 성분 분석 사이에서 김장 앞의 청각을 봅니다

9월 하순 텃밭에서는 배추가 잎을 벌리고 무가 굵어집니다. 김장(kimjang, 겨울에 먹을 김치를 한 번에 담그는 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밭일 사이에 마른 바닷말 한 봉지를 미리 챙겨 둡니다. 청각입니다. 마른 것은 짙은 녹색에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물에 담가 두면 도로 부풀어 부드러워집니다.

거두는 철은 북반구 기준 7~9월입니다. 밭에서 기르는 작물이 아니라 바다에서 걷어 말려 두는 것입니다. 밭에서 자란 배추·오이·무가 청각과 만나는 자리는 부엌입니다.

옛 의서는 녹각채라 적었습니다

《동의보감》 菜部의 녹각채(鹿角菜) 항목은 이 바닷말을 짧게 다룹니다. 성질이 몹시 차고 독이 없다고 했으며, 조금 독이 있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곳은 한국 동쪽 바다라고 적었습니다. 녹각(鹿角)은 사슴뿔을 뜻합니다. 갈라진 생김새에서 온 이름입니다. 금기도 한 줄 남았습니다. 오래 먹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 서술은 성질과 맛으로 먹을 것을 가르던 옛 체계의 말입니다. 병을 고친다는 뜻으로 읽을 기록은 아니며, 오늘의 판단과도 다릅니다.

이름만으로는 종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원전은 俗方을 인용해 '지금의 청각채인 듯하다(疑是)'고 적었습니다. '인 듯하다'는 유보입니다. 원전 스스로도 오늘 어떤 바닷말을 가리키는지 단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슴뿔처럼 갈라지는 바닷말은 녹조류와 갈조류 양쪽에 있어서, 이름 하나로는 종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녹각채가 오늘의 청각과 같은 것인지는 견해가 갈립니다.

그래서 이 글이 다루는 것을 밝혀 둡니다. 오늘 시장에서 청각이라 부르며 김장 양념에 넣는 녹조류, 학명 Codium fragile입니다.

오늘의 분석이 센 것

연구자들은 청각속을 포함한 녹조류의 세포벽에서 황산기가 붙은 다당류(polysaccharide)를 분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무기질과 식이섬유(dietary fiber) 조성을 측정한 자료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섬유질, 칼슘·마그네슘·요오드(iodine) 같은 무기질, 녹색을 이루는 엽록소(chlorophyll)가 도감에 적힌 성분입니다.

다만 이것은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센 자료이고, 그 이상은 아닙니다. 옛 기록의 '몹시 차다'와 오늘의 성분 목록은 서로 옮겨지지 않는 말입니다. 두 기록이 겹치는 곳은 하나입니다. 바다에서 걷어 먹는 것으로 다뤘고, 조금씩 넣어 먹는 부재료로 뒀습니다. 예방이나 도움 정도를 넘어서는 효능을 청각에 붙일 근거는 지금 자료에 없습니다.

올가을 부엌에서 이렇게 써 보세요

마른 청각은 물에 충분히 불려 헹군 다음 씁니다. 짠물과 모래가 남기 쉬우니 헹구는 물을 두어 번 갈아 주세요.

  • 김장 김치 속 — 불려 헹군 청각을 잘게 다져 배춧속 양념에 섞어 보세요. 젓갈(jeotgal, 생선을 소금에 절여 삭힌 것)의 무거운 끝맛이 가라앉고 김칫국물 맛이 고르게 잡힙니다. 다지지 않고 통째로 넣으면 씹을 때 미끈한 느낌이 그대로 남습니다.
  • 오이·무 냉국 — 불린 청각을 짧게 썰어 오이채와 함께 찬 국에 띄우세요. 식초와 소금만으로 간을 맞추면 색이 선명하고 씹는 느낌이 살아 초가을 국에 어울립니다.
  • 초무침 — 식초·간장·설탕에 무쳐 보세요. 신맛이 바다 냄새를 덜어 줍니다. 무치기 직전에 물기를 가볍게 털어야 양념이 묽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밭에 나가 배추 자란 것을 보고 돌아오면, 마른 청각 한 줌을 물에 담가 두세요. 거두는 철과 먹는 법과 성분을 한자리에 모은 청각 작물 도감은 김장 담그기 전에 한 번 펼쳐 보면 좋습니다.

근거: 《동의보감》 菜部 녹각채 항목, 녹조류 세포벽 다당류 분석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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