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8월, 텃밭 한쪽의 꽈리 포기가 옆으로 넓게 벌어져 있습니다. 잎 아래를 들추면 부푼 꽃받침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그 안에 열매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꽃받침이 아직 초록이면 더 두어야 하고, 물기가 빠져 얇아지면 딸 때가 된 것입니다.
보는 갈래와 먹는 갈래를 먼저 가릅니다
꽈리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무리는 가지과의 한 속이고, 그 안에서 쓰임이 갈립니다. 화단에서 붉은 열매를 매단 포기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이 관상 위주의 붉은 꽈리(Physalis alkekengi)입니다. 잎과 줄기, 덜 익은 열매에 위타놀라이드(withanolide) 계열 성분이 몰려 있습니다. 쓴맛 때문이 아닙니다. 이 부위를 먹으면 구역질·구토·설사 같은 위장 증상이 따를 수 있어 먹지 않습니다. 화분이나 화단에 심었다면 아이 손이 닿는 자리인지 한 번 살펴 주세요.
열매를 먹으려고 기르는 것은 케이프구스베리·그라운드체리·토마티요입니다. 같은 속의 다른 종이고, 아래에 적은 심는 법과 먹는 법도 이 갈래를 기준으로 합니다.
3~4월 실내 파종, 5월 아주심기
북반구 기준 3~4월에 실내에서 씨를 넣어 모종을 키우고, 5월에 밖으로 옮겨 심습니다. 먹는 갈래는 서리 한 번에 죽는 한해살이라 늦서리가 지난 뒤에 아주심습니다. 붉은 꽈리는 땅속줄기로 겨울을 나 영하 20℃ 안팎의 추위를 견디고 이듬해 다시 올라오는 여러해살이여서 사정이 다릅니다.
- 씨 넣기 — 3~4월, 실내
- 아주심기 — 5월, 늦서리가 지난 뒤
- 거두기 — 8~10월,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자리는 볕이 온종일 드는 곳으로 잡아 주세요. 어느 갈래든 볕이 모자라면 열매가 제대로 들지 않습니다. 생육 적온은 18~28℃이고 10~32℃ 사이에서 자랍니다. 원산지는 멕시코이며 콜롬비아·페루에서 많이 기르고, 중국에는 자생합니다. 여름 기온이 이 범위에 드는 지역이라면 노지에, 서늘한 지역이라면 화분에 심어 볕 좋은 자리로 옮겨 가며 키워 보세요.
꽃받침 색을 보고 땁니다
8월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 땁니다. 익으면 꽃받침이 마르면서 얇아지고 갈색으로 변합니다. 벗겨 보면 안의 열매가 노랑이나 주황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케이프구스베리를 비롯한 꽈리속 열매를 살펴보면 완숙 열매에 카로티노이드(carotenoid)와 비타민 C가 들어 있고, 익어 갈수록 카로티노이드가 늘어납니다. 색이 옅은 것을 서둘러 따기보다 며칠 더 두어 보세요.
잎·줄기와 덜 익은 열매에는 위타놀라이드 계열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덜 익은 열매를 그대로 남겨 두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딴 날 바로 먹는 법
꽃받침은 떼어 내고 열매만 씁니다. 완숙한 케이프구스베리를 반으로 갈라 플레인 요구르트에 얹으면 신맛과 유지방이 어울려 균형이 잡힙니다. 샐러드에 흩어 넣어도 좋습니다.
한 번에 많이 땄다면 조려 보세요. 펙틴(pectin)이 있어 설탕만 넣고 조려도 굳습니다. 레몬즙을 조금 넣으면 색이 선명하게 남습니다. 씨가 작아 그대로 두어도 씹히지 않습니다. 다만 비타민 C는 열에 약해 익히면 줄어드니, 생으로 먹을 몫을 따로 덜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토마티요를 심었다면 껍질을 벗기고 겉의 끈적한 층을 씻어 낸 뒤 굽거나 데쳐 씁니다. 양파·고추·고수와 함께 갈면 초록 살사가 됩니다. 생으로 갈면 풋내가 강하니 한 번 익혀 주세요.
옛 기록 한 줄
한국의 옛 의서 《동의보감》 草部에는 酸漿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며 차고 맛이 시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그 맛이 신 즙과 같아 酸漿이라 이름했다고 풀어 두었습니다. 뿌리는 미나리 비슷하고 흰색이며 맛이 몹시 쓰다는 설명도 함께 있습니다. 옛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꽃받침 색부터 살펴 주세요. 초록이 남은 것은 그대로 두고, 마르며 얇아진 것만 골라 땁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몇 주를 더 딸 수 있습니다.
출처 — 《동의보감》 草部 酸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