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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고수, 동의보감이 본 건강

호불호가 갈리는 그 강한 향에는, 동의보감이 적어 둔 오래된 쓰임이 담겨 있습니다.

텃밭 한 귀퉁이에서 만나는 고수

호미님, 봄이 깊어지면 텃밭 한 귀퉁이에서 가느다란 잎을 흔드는 고수를 보게 됩니다. 잎을 살짝 손으로 비비면 코끝으로 확 올라오는 향이 있는데, 이 향 하나로 좋아하는 분과 질색하는 분이 또렷이 나뉩니다. 쌀국수 위에 한 줌 올리거나 타코, 살사에 곁들이면 음식의 결이 단숨에 달라집니다.

그런데 고수가 단지 향신 채소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옛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고수(胡荽)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호미님과 함께 동의보감이 이 작물을 어떻게 보았는지 천천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고수의 성질을 두고 "따뜻하다(性溫), 한편으로는 평하다고도 한다"고 적었습니다. 맛은 맵고(味辛), 약간의 자극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향이 매우 특이한 채소라는 점도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쓰임으로는 먼저 소화를 돕는 면을 들었습니다. 원문은 "소곡(消穀)", 곧 곡식을 삭이고 비위를 데워 음식을 내려가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차가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곁들이는 전통이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동남아나 중남미 음식에 고수가 빠지지 않는 데에도 이런 약리적 결이 있는 셈입니다.

또 동의보감은 고수가 소장의 기운을 통하게 하고(通小腸氣) 심규를 통하게 한다(通心竅)고 적었습니다. 향의 자극이 코 막힘이나 재채기 같은 답답함을 풀어 주는 면으로도 풀이됩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발진을 돕는 쓰임입니다. 원문은 "사진과 완두창이 잘 돋지 않을 때 이를 다스린다(療沙疹豌豆瘡不出)"고 했습니다. 홍역이나 수두처럼 발진이 나오는 병에서, 발진을 잘 나오게 하여 회복을 돕는다고 본 전통입니다. 고수즙을 마시거나 끓여 그 김을 쐬는 방식이 함께 전합니다. 씨앗(子)에 대해서도 따로 적어, 발진성 질환에서 두진이 잘 돋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해독의 면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고수가 생선과 고기의 비린내를 잡고, 고기를 먹어 생긴 중독으로 피를 쏟는 증상에 쓰인다고 기록했습니다.

다만 경고도 분명히 남겼습니다. 고수를 오래 많이 먹으면 사람의 정신을 상하게 하고 잘 잊게 하며, 겨드랑이 냄새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좋다는 쓰임만이 아니라 과한 섭취의 그늘까지 함께 적어 둔 셈입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오늘날 고수는 미나리, 당근, 셀러리와 같은 산형과 채소로 분류됩니다. 푸른 잎채소답게 비타민과 무기질을 더해 주는 향미 채소로 식탁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비위를 데워 소화를 돕는다고 본 대목은, 기름지거나 차가운 음식에 향미 채소를 곁들여 입맛을 돋우는 오늘의 식습관과 나란히 놓고 보기 좋습니다. 비린내를 잡는다고 본 기록도, 생선이나 고기 요리에 고수를 올리는 지금의 쓰임과 결이 맞닿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차이도 있습니다. 호미님 중에 고수에서 "비누 맛"이 난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텐데, 이는 OR6A2라는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데에 이런 과학적 배경이 있다는 점은, 향이 특이하다고 적은 동의보감의 관찰과 묘하게 이어집니다.

다만 동의보감의 기록은 어디까지나 전통 의학의 관점입니다. 발진을 돕는다거나 해독한다는 대목을 오늘의 치료 효과로 곧장 옮겨 읽기보다는, 옛사람들이 이 채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고수는 생으로 먹는 쓰임이 가장 친숙합니다. 쌀국수나 타코, 살사에 잎을 한 줌 올리면 향이 음식을 살립니다. 즙을 내어 쓰기도 하고, 씨앗은 말려서 향신료인 코리앤더 가루로도 쓰입니다. 잎과 씨가 풍기는 향이 사뭇 달라, 한 작물에서 두 가지 향을 얻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짚어 두겠습니다. 동의보감은 다량을 오래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고 눈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니, 향이 좋다고 한꺼번에 과하게 들이는 일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또 미나리, 당근, 셀러리 같은 산형과 채소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이라면 교차 반응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텃밭에서 고수를 기르는 호미님이라면, 잎이 한창 부드러울 때 거두어 식탁에 바로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향 한 줄기에 담긴 오래된 쓰임을 떠올리며 드시면, 한 접시가 한결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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