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클럽 — 도시에서 작물을 키우고, 먹고, 건강해지는 이야기.
쓴맛으로 겨울을 나는 잎, 고바기
9월 중순의 텃밭에는 여름 작물을 걷어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고추 대를 뽑고 남은 이랑을 그대로 두기 아깝다면, 이때 뿌려 둘 씨로 고바기(Ixeridium dentatum)가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9월에 뿌린 씨는 서늘해지는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잎은 겨울을 견딘 뒤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옵니다.
미나리, 동의보감이 본 건강
호미님, 봄이 깊어지면 물길 가까운 텃밭 한켠이 유난히 푸르게 변합니다. 미나리가 올라오는 자리입니다. 손으로 한 줄기 꺾어 코에 대면 물내 섞인 풋풋한 향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데쳐서 무치면 밥상이 산뜻해지고, 매운탕에 한 줌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마당비를 매던 댑싸리, 《동의보감》의 지부자에서 오늘의 밥상까지
9월 중순, 텃밭 가장자리에 둥글게 자란 포기 끝이 붉은 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봄에 뿌린 댑싸리(Bassia scoparia)입니다. 가지마다 작은 씨가 촘촘히 붙었고, 가을이 깊어지면 포기 전체가 붉게 물듭니다. 옛 의서는 이 씨를 약재 이름으로 불렀고, 줄기는 마당을 쓰는 비가 되었습니다. 한 포기에서 먹을거리와 살림 도구를 함께 얻던 풀입니다.
제철 배는 몸에 어디까지 닿을까요
9월 중순, 배나무 가지 끝에서 누렇게 익은 열매가 하나둘 무게를 더합니다. 한 알을 따서 껍질을 깎으면 칼날을 따라 즙이 흘러 손끝이 젖습니다. 북반구에서는 9~10월에 배를 거둡니다. 배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기르고, 한국·일본·대만에서도 많이 납니다.
옛 의서의 호로파, 오늘 냄비의 페누그릭
8월 말 텃밭 한쪽에서 호로파 꼬투리가 누렇게 마릅니다. 잎은 이미 시들었고, 마른 꼬투리를 손으로 비비면 각진 노란 씨가 여남은 개씩 떨어집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4~5월에 뿌린 씨를 7~8월에 이렇게 거둡니다. 손바닥에 올려 코를 가까이 대면 달큰한 냄새가 옅게 올라옵니다. 카레 냄비에서 맡던 그 냄새죠.
머위, 동의보감이 본 건강
호미님, 이른 봄 텃밭 가장자리나 도랑 옆 그늘진 자리에 넓적한 잎이 둥글게 퍼져 올라오는 머위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손으로 잎을 따면 줄기에서 쌉싸름한 향이 손끝에 묻고, 데쳐서 무쳐 놓으면 그 쌉싸래한 맛이 봄나물 특유의 입맛을 돋워 줍니다. 머위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해마다 같은 곳에서 올라오는 작물이라, 텃밭을 가꾸는 분이라면 봄마다 반갑게 만나는 단골 손님입니다.
복숭아나무 기르기와 복숭아씨 거두기, 알맹이는 깨지 않습니다
9월에 늦복숭아를 따 먹고 나면 접시에 주름진 씨가 몇 개씩 남습니다. 단단한 껍데기를 깨면 갈색 속껍질에 싸인 납작한 알맹이가 나옵니다. 한방에서는 이 알맹이를 도인(桃仁)이라 부르며 약재로 따로 썼습니다. 다만 현대 성분 분석에서 이 알맹이에 청산배당체인 아미그달린이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으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신맛 강한 능금, 설탕·기름진 고기·계피와 짝지어 먹기
북반구에서 9월에 접어들면 마당 가장자리 능금나무에 붉은 열매가 달립니다. 지름은 3~5 cm로 사과보다 훨씬 작습니다. 하나를 따서 베어 물면 단맛보다 신맛과 떫은맛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능금은 생으로 몇 알 집어 먹을 때보다 설탕·고기·향신료와 함께 조리할 때 쓸 곳이 많습니다.
《동의보감》이 과일의 으뜸으로 꼽은 밤, 오늘 텃밭에서 다시 보기
북반구에서는 9월 중순이 되면 텃밭 옆 산책로에 가시 돋친 밤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발끝으로 송이를 벌리면 반들반들한 알밤이 한 알에서 세 알까지 나옵니다. 밤나무(Castanea crenata)는 동아시아에서 오래 길러 온 큰 나무라 화분에서는 기르지 못합니다. 그래도 거두는 달인 9~10월이면 텃밭지기의 식탁에도 밤이 자주 오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