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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황이 모자란 흙에서 채소는 방어부터 줄입니다

질소·인산·칼륨 옆에 작게 적힌 양분이 배추의 알싸한 맛과 병 견디는 힘을 함께 만듭니다

7월 말 텃밭에서는 잎부터 보게 됩니다. 열무 잎에 구멍이 늘고, 고추 아랫잎에 검은 점이 번지고, 캐낸 마늘은 알이 잘아 손에 쥐면 헐겁습니다. 물도 줬고 퇴비도 넣었는데 어디가 어긋난 걸까요.

비료 포대에는 질소·인산·칼륨 숫자가 큼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황은 그 옆에 작게 적혀 있거나 아예 빠져 있습니다. 채소가 몸을 키울 때도, 병을 막을 때도 쓰는 양분입니다.

흙에서 황이 줄어든 이유

예전에는 공장과 자동차에서 나온 아황산가스가 빗물에 섞여 흙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황이 채워졌습니다. 대기오염 규제로 황 배출량이 크게 줄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유럽의 밀·유채밭에서 황이 모자라다는 보고가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졌고, 지금은 황을 따로 넣어 주는 농경지가 늘었습니다.

황은 시스테인과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에 들어갑니다. 채소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이 두 아미노산이 있어야 하니, 황이 모자라면 자라는 속도부터 느려집니다. 같은 황이 방어 물질에도 쓰입니다. 배추·무·갓의 알싸한 맛을 내는 글루코시놀레이트, 마늘과 양파를 썰 때 올라오는 알리신, 잎 안에서 활성산소를 줄이는 글루타티온이 모두 황을 품고 있습니다.

자라는 데 쓸까, 지키는 데 쓸까

흙에서 끌어올 수 있는 황의 양이 한정돼 있으니, 채소는 잎과 뿌리를 키우는 쪽과 병해충을 막는 쪽에 나눠 씁니다. 최근 식물학 연구는 식물의 면역이 켜지거나 꺼지거나 둘 중 하나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황이 넉넉하면 식물이 방어 반응의 세기를 올리고, 모자라면 조금씩 낮춰 남은 양분을 자라는 데 돌린다는 관찰이 쌓이고 있습니다.

황 공급을 줄인 식물이 곰팡이병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결과는 여러 작물에서 반복해 나왔습니다. 다만 세기를 조절하는 신호가 무엇인지는 애기장대 같은 실험용 식물에서 밝혀지는 중이라, 텃밭 채소도 똑같이 움직인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밭에서 확인된 부분은 좀 더 분명합니다. 황을 충분히 준 유채와 밀에서 병 발생이 줄어드는 현상은 '황 유도 저항성'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다뤄져 왔습니다.

여름 텃밭에서 황 챙기기

모자란 양분은 잎 색으로 먼저 드러납니다. 질소가 모자라면 아래쪽 늙은 잎부터 노래집니다. 반면에 황이 모자라면 새로 난 위쪽 잎부터 색이 옅어집니다. 황은 식물 안에서 잘 옮겨 다니지 못해, 오래된 잎에 있는 황을 새잎으로 돌려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황산가리(황산칼륨)나 황산마그네슘으로 보충해 보세요. 칼륨이나 마그네슘을 주면서 황도 함께 들어갑니다.
  • 배추·무·갓 같은 십자화과와 마늘·양파·대파는 황을 특히 많이 씁니다. 8월 말 김장 배추 모종을 앉히기 전 밑거름에 함께 넣어 보세요.
  • 잘 썩은 퇴비를 꾸준히 넣어 주세요.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황이 조금씩 풀려나옵니다.
  • 질소만 많이 주는 습관은 줄이세요. 잎이 무르게 웃자라면 병에 더 약해집니다.

오늘은 텃밭에 나가 새로 올라온 잎의 색부터 살펴보세요. 위쪽 잎이 유난히 옅다면 김장 배추 밑거름에 황산가리를 한 줌 더해 두시면 됩니다. 매운맛과 알싸한 향은 채소가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든 물질입니다. 그 맛이 진해졌다면 채소가 스스로를 지킬 황이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참고 — 황 유도 저항성에 관한 식물영양·식물병리 분야 연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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