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양파를 캐낸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한여름 볕에 맨흙이 마르면서 표면이 갈라지고, 한 줌 쥐어 보면 부슬부슬 흩어집니다. 다음 작물을 무엇으로 할지 정하지 못한 채 이랑을 한두 달 비워 두는 일은 텃밭에서 흔합니다. 그동안에도 흙에 남아 있던 유기물은 계속 분해되고, 새로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땅을 어떻게 쓰느냐는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가까이가 땅 쓰임새를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그래서 흙이 탄소를 얼마나 붙잡아 두는지, 특히 깊은 층에 어떻게 남는지를 살핀 조사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흙은 삽 깊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텃밭에서 손이 닿는 흙은 대개 삽 한 자루 깊이입니다. 인도 북동부 아열대 테라이 지역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지표부터 2미터까지 일곱 구간으로 나눠 흙을 채취했습니다. 깊이 내려갈수록 산도는 올라가 알칼리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흙이 눌린 정도를 나타내는 용적밀도는 커졌고, 미사와 점토 비율은 대체로 줄었습니다.
탄소의 성질도 층마다 달랐습니다. 표층에는 미생물이 금방 분해하는 탄소가 많았고, 아래로 갈수록 잘 분해되지 않는 탄소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탄소는 그만큼 오래 머문다는 뜻입니다.
쉬지 않고 심은 밭에 탄소가 더 남았습니다
조사에서 비교한 땅은 다섯 가지입니다. 살나무와 시삼나무가 자라는 숲,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힌 땅, 벼만 한 번 심는 밭, 벼와 황마를 잇는 밭, 벼와 감자와 황마를 이어 심어 한 해 세 번 거두는 밭입니다.
2미터까지 합한 유기탄소는 숲이 헥타르당 126.3톤으로 가장 많았고 묵힌 땅이 그다음이었습니다. 농사짓는 땅만 놓고 보면 한 해 세 번 거두는 밭이 89.1톤, 벼 한 번만 심는 밭이 56.4톤이었습니다. 같은 농경지인데 차이가 1.5배를 넘었습니다.
작물을 자주 심으면 뿌리가 흙 속에 계속 뻗고, 거둔 뒤 남는 잔뿌리와 잎이 유기물로 들어갑니다. 반면 한 번만 심는 밭은 나머지 기간을 맨흙으로 보냅니다. 새로 들어오는 유기물이 없고, 표층은 마르고 씻겨 나갑니다.
빈 이랑에서 오늘 해 볼 것
- 비워 둔 자리에 열무·들깨·메밀처럼 짧게 크는 작물을 넣어 보세요. 8월 초까지 뿌리면 가을 전에 거둡니다.
- 거둘 생각이 없다면 호밀이나 헤어리베치 같은 풋거름 작물을 뿌려 두고 이듬해 봄에 갈아엎어 보세요.
- 다 자란 작물은 뿌리째 뽑지 말고 밑동만 잘라 보세요. 잔뿌리가 흙 속에서 그대로 분해됩니다.
- 짚이나 마른 풀, 낙엽으로 표면을 덮어 보세요. 흙이 갈라지고 마르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한 지역에서 한 번 진행된 조사라 우리 텃밭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뿌리가 흙 속에 오래 머물수록 탄소도 오래 남았습니다. 오늘 저녁, 비어 있는 이랑 한 곳을 정해 열무 씨앗부터 뿌려 보세요.
참고 · 인도 아열대 테라이 지역 땅 쓰임새와 심층 토양 유기탄소 분포 연구, 환경 모니터링 및 평가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