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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편두 한 그릇에 무엇을 놓을까요

풋꼬투리는 짧게 데쳐 볶고, 여문 씨는 하룻밤 불려 삶아 밥에 얹습니다

9월 시렁 위로 자주색 꽃이 몰려 핍니다. 해가 짧아져야 꽃이 붙는 단일성 콩이라, 여름 내내 잎만 뻗어 나가던 덩굴입니다. 이맘때부터 납작한 꼬투리가 달립니다. 손에 올려 보면 어떤 것은 아직 말랑하고 어떤 것은 씨 자리가 울퉁불퉁 잡힙니다. 이 차이에 따라 오늘 저녁에 다룰 방법이 달라집니다.

말랑한 꼬투리와 여문 씨는 따로 다룹니다

편두는 콩과의 덩굴성 한해살이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기르고 방글라데시·케냐·탄자니아에서도 널리 심습니다. 생육 적온은 22~30℃입니다. 더위와 가뭄은 견디지만 늦서리 한 번에 죽습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5월에 씨를 넣고 8월부터 10월까지 거둡니다.

거둔 것은 익은 정도에 따라 쓰임이 나뉩니다. 씨가 여물기 전의 풋꼬투리는 강낭콩 꼬투리처럼 데쳐 볶습니다. 씨가 다 여문 것은 하룻밤 불린 뒤 따로 삶습니다. 여문 씨는 불려서 충분히 삶아 먹습니다. 씨에 든 렉틴과 트립신 저해제는 물에 담그고 가열하는 조건에 따라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낮은 온도에서 짧게 익힌 경우에는 남는 양이 많았다는 기록도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생 씨를 쌀과 한꺼번에 안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풋꼬투리는 짧게 데쳐 볶습니다

풋꼬투리는 겉이 매끈하고 눌러 보면 아직 물기가 잡힙니다. 꼭지 쪽을 꺾어 심줄을 길게 훑어 내고, 끓는 물에 3~4분만 담갔다 건지세요. 데치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색이 삽니다. 건진 뒤에는 기름을 두른 팬에 센 불로 짧게 볶아 보세요. 데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꼬투리가 물러 씹는 맛이 없어집니다.

짙은 자주색 꼬투리와 꽃에는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가 들어 있고, 계통에 따라 함량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삶는 동안 색소가 물로 빠져나오는 것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데치는 시간을 짧게 잡으면 색이 덜 빠집니다. 색소의 조성에 관한 내용이며 건강 효과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여문 씨는 밥 위에 얹습니다

여문 씨는 저녁에 물을 넉넉히 부어 담가 두고 하룻밤을 넘깁니다. 다음 날 불린 씨만 냄비에 옮겨 속까지 무르도록 삶습니다. 밥은 평소대로 안치고, 뜸 들일 때 삶은 씨를 위에 얹어 보세요. 밥알 사이에 콩이 고루 섞이고 설익을 걱정도 줄어듭니다.

편두 씨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내려가 발효되는 다당류입니다. 밥 한 그릇에 콩을 몇 숟갈 섞는 정도로도 곡물만 먹을 때보다 단백질을 더 챙길 수 있습니다.

생강 한 조각을 같이 볶습니다

《동의보감》 穀部에는 편두가 藊豆로 실려 있습니다. 우리말 이름은 '변두콩'이라 적었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있어 까치를 닮았다 하여 鵲豆, 곧 까치콩이라 부른다는 이름 풀이도 남아 있습니다. 열매에는 검은 것과 흰 것이 있습니다. 흰 것은 따뜻하고 검은 것은 조금 차며, 약에는 흰 것을 쓴다고 나누어 두었습니다. 맛은 달고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쓸 때는 껍질을 벗기고 생강즙에 버무려 볶는다는 손질법과, 한열을 앓는 사람은 먹지 말라는 금기가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이 가운데 생강은 지금 부엌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볶을 때 생강을 조금 저며 넣으면 콩 비린내가 덜합니다. 생강즙 한 숟갈을 삶은 씨에 미리 버무려 두었다가 볶아도 좋습니다. 편두와 함께 올리기 좋은 것은 이렇습니다.

  • 생강 — 볶기 전에 저며 넣으면 비린내가 줄어듭니다.
  • 소금 — 데치는 물에 조금 넣으면 꼬투리 색이 덜 바랩니다.
  • 밥 — 뜸 들일 때 삶은 씨를 얹습니다.
  • 기름 — 데친 꼬투리는 센 불에 짧게 볶습니다.

오늘은 시렁에서 말랑한 꼬투리부터 골라 따 보세요. 씨 자리가 잡힌 것은 따로 담아 물에 담가 두면, 내일 아침에 삶아 밥에 얹을 수 있습니다.

근거: 《동의보감》 穀部 藊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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