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말 텃밭은 손이 바쁩니다. 상추는 꽃대가 올라와 쓴맛이 돌고, 고추와 가지는 이틀에 한 번씩 따야 합니다. 그 옆 두둑에서는 봄에 심은 강낭콩이 꼬투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흙 살리자는 생각으로 밭 한 귀퉁이만 내준 작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 농업이 앞으로 무엇을 길러야 하는지 따진 최근 보고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작물이 바로 이 콩류입니다.
식단이 바뀌면 밭이 바뀝니다
여러 나라 연구진이 모인 EAT-랜싯 위원회는 2025년 보고서에서 '지구 건강 식단'을 제안했습니다. 고기를 아예 끊는 채식이 아니라,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크게 줄이고 채소·과일·콩류·견과·통곡물로 접시의 대부분을 채우자는 내용입니다.
위원회는 세계가 이 식사로 옮겨 가면 성인 조기 사망을 해마다 약 1,500만 명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사망자를 직접 센 수치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식습관과 질병 자료를 모아 계산한 추정값입니다. 다만 채소와 콩류를 늘리고 붉은 고기를 줄인 식사가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오래 쌓여 왔습니다.
이 식단이 널리 퍼지면 밭에서 기르는 작물의 구성도 함께 달라집니다. 가축 사료로 들어가던 곡물 수요가 줄고, 사람이 바로 먹는 콩류와 채소·과일·견과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길러야 합니다. 연구진이 지역별로 계산해 보니 지금 농지 구성으로는 모자랐습니다. 세계 곡물의 상당량이 여전히 사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늘려야 할 작물은 텃밭에 이미 있습니다
보고서가 더 길러야 한다고 지목한 작물은 도시 텃밭에서 이미 기르던 것들입니다.
- 콩류 — 강낭콩·완두·서리태는 뿌리에 붙은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잡아 흙에 남깁니다. 거름을 덜 넣고도 자라고, 뒤에 심는 작물 자리도 좋아집니다.
- 잎채소·열매채소 — 상추·근대·토마토·가지는 딴 자리에서 바로 먹습니다. 옮기고 보관하는 동안 상해서 버리는 양이 적습니다.
- 씨앗·기름작물 — 들깨와 해바라기는 좁은 두둑에서도 잎과 씨를 함께 냅니다.
두 평 텃밭이 세계 농지 계산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무엇을 심을지, 무엇을 먹을지는 같은 사람이 정합니다. 두둑에 무엇을 심었는지가 그 집 식탁에 그대로 올라옵니다.
이번 주 텃밭에서 해 볼 일
먼저 꽃대 올라온 상추를 뽑고 그 자리를 쉬게 하세요. 팔월 중순이면 가을 무와 배추 모종이 나옵니다. 지금 여문 강낭콩은 꼬투리 몇 개를 남겨 두세요. 완전히 마른 뒤 거두면 내년 씨앗이 됩니다.
부엌에서는 고기 반찬 하나를 콩 반찬으로 바꿔 보세요. 삶은 강낭콩을 밥에 섞거나, 완두를 으깨 두부와 무치면 한 끼 단백질이 채워집니다. 주 한두 번이면 충분합니다. 보고서가 말한 식단도 고기를 끊으라는 쪽이 아니라 주 한 번 정도로 줄이자는 쪽입니다.
오늘은 잘 여문 강낭콩 꼬투리 다섯 개만 골라 표시해 두세요. 그 다섯 개가 마르면 내년 봄 두둑 한 줄이 됩니다.
참고 — EAT-랜싯 위원회 2025년 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