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Chixpix on Pexels

동의보감

참외, 동의보감이 본 건강

여름 더위와 갈증을 식혀 주는 우리 텃밭의 노란 과일, 동의보감은 차가운 성질로 보았습니다.

노랗게 익은 참외를 마주하는 여름

호미님, 한여름 텃밭에 가면 넝쿨 사이로 노랗게 익은 참외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손에 쥐면 묵직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지요. 잎 그늘 아래 숨어 있다가 어느 아침 문득 빛깔이 짙어진 참외를 발견하면, 한 철 텃밭을 돌본 보람이 손끝으로 전해집니다. 더위에 지친 오후, 시원하게 식혀 한 조각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단물이 퍼지면서 갈증이 가라앉습니다. 우리 식탁에서 여름 과일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 온 참외, 옛 사람들은 이 작물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동의보감의 기록을 함께 펼쳐 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동의보감은 참외(甛瓜)를 두고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고 적었습니다. 독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다는 두 가지 견해까지 함께 실어 두었지요. 주된 쓰임으로는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煩熱)을 없애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삼초(三焦) 사이에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입과 코에 생긴 헌데에도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여름 더위에 속이 답답하고 갈증이 날 때 참외를 찾는 우리 습관이, 이미 옛 기록 속에 들어 있던 셈입니다.

다만 동의보감은 주의도 함께 남겼습니다. 많이 먹으면 묵은 냉병(宿冷病)이 도지고 배탈이 나며 팔다리에 힘이 빠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적취(癥癖)가 있거나 각기(脚氣)를 앓는 사람은 더욱 먹지 말라고 일렀고, 물에 가라앉는 것이나 꼭지와 배꼽이 둘씩 달린 것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고 경계했습니다.

참외에서 약으로 따로 쓰인 부분도 있습니다. 꼭지인 과체(瓜蔕)는 맛이 쓰고 독이 있어, 온몸의 부종을 빼고 물을 내리며, 가슴 속에 맺힌 것을 토하게 하는 약으로 보았습니다. 누런 황달이나 음식을 지나치게 먹어 가슴 속에 병이 있을 때 모두 토하거나 내려보내는 데 썼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이는 토법(吐法)에 쓰는 강한 약재라, 동의보감도 전문 처방에서 다루는 대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씨인 과자(瓜子)는 뱃속에 뭉친 것을 풀고 고름과 피를 삭여, 장과 위의 농양에 쓰는 중요한 약이라 했습니다. 잎은 머리털이 없는 데, 꽃은 가슴이 아프고 기침이 치미는 데 쓴다고도 했지요. 그러나 호미님께서 일상에서 만나는 참외는 어디까지나 시원하게 즐기는 과일 그대로면 충분합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참외를 갈증과 번열을 풀고 소변을 통하게 하는 차가운 과일로 본 점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상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참외는 수분이 풍부하고 칼륨을 비교적 많이 품은 과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분이 많으니 더운 날 갈증을 달래기 좋고, 칼륨은 우리 몸의 수분 균형과 관련이 있어 옛 기록 속 이뇨(利小便)의 관점과 결이 맞닿습니다.

옛 사람들이 더위로 입맛이 없을 때 참외로 입맛을 돋웠다는 풀이도, 달고 시원한 과일이 여름 식탁에서 하는 역할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갈증과 번열을 풀고 삼초의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한다는 옛 풀이를, 오늘의 말로 옮기면 더위에 지친 몸을 가볍게 식혀 준다는 정도로 읽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는 전통의 관점과 일반 영양 상식을 견주어 보는 정도이지, 참외가 어떤 병을 낫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동의보감 역시 효능과 함께 금기를 나란히 적어 두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호미님, 갓 따낸 참외는 생으로 시원하게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껍질을 깎아 한입 크기로 썰어 두면 더운 날 간식으로 손이 자주 갑니다. 단단한 참외는 살짝 절여 장아찌로 담그거나, 얇게 썰어 샐러드에 곁들여도 산뜻합니다.

손질할 때는 꼭지 쪽을 넉넉히 잘라 내는 편이 좋습니다. 동의보감이 꼭지(瓜蔕)에 토하게 하는 강한 작용이 있다고 본 만큼, 그 부분은 깊이 도려내고 드시기를 권합니다. 또 참외는 성질이 차다고 보았으니, 속이 차고 약하거나 설사 기미가 있는 분, 그리고 임신 중인 분은 한꺼번에 많이 드시는 것은 삼가시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무엇이든 알맞게, 제철의 시원함을 즐기는 만큼이면 충분합니다. 올여름 텃밭 참외가 호미님 식탁에 노란 빛을 더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