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줄뿌림한 유채는 잎을 몇 장 붙인 채로 겨울을 납니다. 눈에 덮이면 영하 15℃ 안팎까지 견디고, 해가 길어지는 북반구 3~4월에 다시 자라 연한 잎과 꽃대를 올립니다. 그 잎을 한 줌 잘라 부엌으로 들고 들어오면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무엇과 함께 먹을까요.
유채는 십자화과 두해살이풀입니다. 잎을 씹으면 뒤끝에 알싸한 맛이 도는데, 십자화과 채소가 가진 유황 화합물인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에서 옵니다. 곁들임을 고를 때 다뤄야 할 맛도 이 알싸함과 쌉쌀함입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잎일수록 조직이 연하고 맛이 순합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2~20℃입니다.
데치기는 30초, 그다음이 곁들임입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유채를 넣습니다. 30초를 넘기지 마세요. 바로 찬물에 헹궈 열을 빼고 물기를 손으로 가볍게 짭니다. 오래 데치면 잎이 물러지고 녹색이 빠집니다. 상에 내기 직전에 무치세요. 미리 무쳐 두면 소금과 장이 잎에서 물을 빼내 접시 바닥에 물이 고입니다.
초고추장 — 신맛이 알싸한 끝을 둥글게
식초와 고추장(gochujang, 고추로 담근 발효 장)을 섞은 초고추장은 유채와 오래 붙어 다닌 곁들임입니다. 식초의 신맛과 고추장의 단맛이 잎에 남은 알싸한 끝을 둥글게 만듭니다. 고추장과 식초를 같은 양으로 두고 설탕을 그 절반, 다진 마늘을 조금 넣으면 간이 섭니다. 매운맛이 부담스러우면 식초를 조금 더 넣어 보세요. 신맛 쪽으로 기울수록 알싸함이 빨리 가라앉습니다.
들기름과 참기름 — 색소는 기름에 녹습니다
잎의 녹황색을 내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은 지용성이라, 기름과 같이 먹을 때 더 잘 녹아 나옵니다. 데친 유채에 소금과 들기름(들깨 씨로 짠 기름)만 넣고 무쳐도 충분합니다. 들기름의 향은 유채의 매운 향과 잘 어울려 서로를 가리지 않습니다. 참기름은 고소한 쪽이 앞서니 잎이 아주 어릴 때 쓰세요.
유채 씨로 짠 기름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씨를 눌러 기름을 짰다고 적었고, 1970년대 이후 육종으로 씨기름의 에루크산(erucic acid) 비율과 씨의 매운맛 성분 함량을 함께 낮춘 품종이 나왔습니다. 그 품종군을 캐놀라라고 부릅니다. 식용유용 품종은 에루크산 비율을 2% 미만으로 관리합니다. 캐나다·중국·인도·프랑스·독일·호주에서 넓게 기릅니다. 다만 나물로 무칠 때는 향이 남아 있는 들기름 쪽이 잎맛을 살립니다.
된장 — 짠맛과 감칠맛이 쌉쌀함을 눌러 줍니다
된장(doenjang, 콩으로 담근 발효 장)의 짠맛과 감칠맛은 유채의 쌉쌀한 맛과 잘 맞습니다. 된장무침은 데친 잎에 된장을 조금 풀고 들기름을 몇 방울 더하면 끝납니다. 국에 넣을 때는 마지막에 넣고 한소끔만 끓이세요. 오래 끓이면 잎이 문드러지고 색이 누레집니다.
오늘 한 접시
- 초고추장 — 데친 잎의 알싸한 끝을 신맛으로 받칩니다.
- 들기름·소금 — 베타카로틴이 기름에 녹아 나옵니다.
- 된장 — 쌉쌀한 맛을 짠맛과 감칠맛으로 덮습니다.
《동의보감》 菜部는 유채를 芸薹로 싣고 우리말 이름을 '평지'라 달았습니다. 성질이 따뜻하다고 하면서도 서늘하다고도 했고, 맛은 맵고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곳곳에 흔하다는 말과 함께, 오래 먹는 것을 도가에서 특히 꺼렸다는 말도 나란히 남겼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봄 잎채소에 흔한 비타민 C와 칼슘도 함께 들어 있으니, 겨울을 난 잎을 한 철 반찬으로 챙겨 보세요.
지금은 북반구 기준 파종 적기입니다. 자투리 텃밭이나 큰 화분에 줄뿌림해 두면 3~4월에 무칠 잎이 생깁니다. 오늘은 씨부터 뿌리고, 곁들일 장은 봄에 고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