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10월 하순, 봄에 심은 울금은 폭이 넓은 잎을 단 채 첫서리 전까지 자랍니다. 캘 날이 다가오면 울금을 처음 기른 사람들은 울금과 강황이 같은 것인지 자주 묻습니다. 장을 보다가 두 이름이 붙은 노란 가루를 나란히 보면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한 포기에서 나오는 두 부위
울금(turmeric, Curcuma longa)은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땅속에서 굵어진 뿌리줄기를 캐 쓰고, 카레에 넣는 노란 가루도 이 뿌리줄기로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이 식물과 뿌리줄기를 흔히 울금이라고 부릅니다.
약전(pharmacopoeia)은 부위에 따라 이름을 나눠 적습니다. 뿌리줄기는 薑黃(강황), 덩이뿌리는 鬱金(울금)입니다. 그래서 텃밭과 부엌에서 부르는 울금과 약재 이름의 울금은 가리키는 부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캐는 굵은 뿌리줄기는 약전 이름으로는 강황에 해당합니다.
《동의보감》은 두 약재의 성질을 반대로 적었습니다
옛 의서도 두 이름을 갈라 다뤘습니다. 《동의보감》 草部(풀 항목)에는 鬱金과 薑黃이 각각 다른 항목으로 실려 있습니다. 鬱金은 성질이 차고 薑黃은 뜨겁다고 적었으니, 이름이 닮았어도 서로 다른 약재로 여긴 것입니다.
鬱金 항목은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곳곳에서 난다고 적었고, ‘매미 배처럼 생긴 것이 좋다’는 고르는 기준과 물에 씻어 약한 불에 말려 쓴다는 손질법도 남겼습니다. 다만 이것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별개입니다. 차고 뜨겁다는 구분만 보고 먹을 양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텃밭에서 캐는 것은 뿌리줄기입니다
북반구 기준 4월 하순에 종근(씨로 쓰는 뿌리줄기)을 심고, 여름 내내 잎을 키운 뒤 서리를 맞아 잎이 쓰러지는 11월에 캡니다. 세계적으로는 인도·방글라데시·미얀마·인도네시아·중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겨울이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는 노지에서도 기르고, 서리가 일찍 오는 지역에서는 깊이 30cm 이상의 큰 화분에 심습니다. 어느 쪽이든 땅속에서 겨울을 나지 못해 한 해 농사로 끝납니다. 캔 뒤에 이듬해 심을 종근을 따로 갈무리해 두세요. 심고 캐는 달과 성분 자료는 울금 작물도감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노란 가루 봉지에서 확인할 것
가게에는 울금이라 적힌 노란 가루도, 강황이라 적힌 가루도 있습니다. 두 이름이 가리키는 부위가 엇갈리므로 이름만으로는 어느 부위를 갈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재료 칸에서 뿌리줄기인지 덩이뿌리인지, 학명이 Curcuma longa로 적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색을 내는 성분은 커큐미노이드(curcuminoid)로, 커큐민(curcumin)·데메톡시커큐민(demethoxycurcumin) 같은 폴리페놀 색소입니다. 말린 뿌리줄기의 커큐미노이드 함량은 계통·산지별로 견준 분석에서 대체로 2~5%였고, 같은 계통이라도 재배지와 말리는 법에 따라 차이가 컸습니다. 성분 조성을 견준 자료일 뿐,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다룬 자료는 아닙니다. 흙내와 쌉쌀한 향은 정유 성분인 투메론(turmerone)·진지베렌(zingiberene)에서 납니다.
이름보다 먼저 따질 것은 양입니다
울금이든 강황이든, 카레나 볶음에 넣는 향신료 양과 커큐민 농도를 높인 보충제는 같은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커큐민은 물에 거의 녹지 않아 몸에 들어가는 양이 적지만, 후추 성분 피페린(piperine)을 함께 넣은 제품은 그 양이 늘어납니다. 흡수를 높인 고용량 제품에서는 간 손상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향신료로 오래 먹어 왔다는 이유로 보충제를 늘려 먹지 않습니다.
- 담석이 있거나 담도가 막히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향신료 양보다 많이 먹기 전에 진료 중인 의료진과 상의합니다.
- 혈액이 굳는 것을 늦추는 약을 쓰는 사람은 그 약이 고용량 강황 보충제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므로 보충제를 임의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 수술이나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먹고 있는 보충제를 의료진에게 미리 알립니다.
부엌에서는 향신료 양으로 충분합니다. 커큐미노이드는 기름에 녹는 성질이 있어, 가루를 기름에 잠깐 볶으면 색과 향이 고르게 퍼집니다. 오래 볶으면 향이 날아가므로 조리 끝 무렵에 넣고, 후추를 넉넉히 갈아 더해 보세요. 우유나 코코넛밀크에 풀어 데울 때는 머그 한 잔에 한 티스푼이면 충분하고, 더 넣으면 쓴맛이 앞섭니다.
오늘 찬장의 노란 가루 봉지를 꺼내 원재료 칸에 적힌 부위와 학명부터 읽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鬱金·薑黃 항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