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텃밭에서는 고추와 가지가 끝물에 들어섭니다. 그 이랑 한 귀퉁이, 물이 잘 빠지는 모래 섞인 흙에 염교 종구를 묻습니다. 염교라는 이름보다 초밥집이나 일식 카레 옆에 나오는 새콤한 절임, 락교라는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 북반구 기준 8~9월이 심는 때이고, 한 번 묻어 두면 이듬해 초여름까지 손이 거의 가지 않습니다. 베란다 화분에서도 알이 앉습니다.
가을에 묻어 초여름에 캡니다
염교는 부추를 닮은 잎 아래로 흰 비늘줄기가 굵게 앉는 여러해살이 채소입니다. 서늘한 때에 자라고 한여름에는 잎이 마르며 쉽니다. 생육 적온은 12~22℃이고, 0~28℃ 사이에서 견딥니다. 추위에 강해 잎이 붙은 채로 겨울을 나고, 봄부터 비늘줄기가 굵어집니다. 캐는 때는 6~7월입니다.
물이 잘 빠지는 모래땅에서 알이 고르게 앉습니다. 바닷가 사구가 예부터 산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일본이 주산지이며, 한국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흙이 무겁고 물이 고이는 밭이라면 모래를 섞고 이랑을 높여 보세요.
자르면 향이 올라오고 뒤끝에 쓴맛이 남습니다
비늘줄기를 반으로 가르면 향이 올라옵니다. 황화합물 때문입니다. 부추·마늘과 같은 부추속(Allium) 채소가 함께 지닌 성분입니다. 씹고 난 뒤끝에 옅은 쓴맛이 남는 것은 사포닌(saponin) 때문입니다. 염교의 식이섬유는 프룩탄(fructan)이라는 수용성 형태입니다. 전해질인 칼륨(potassium)도 들어 있습니다.
향과 쓴맛과 아삭한 조직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알 하나에 함께 있습니다. 절임으로 담글 때 이 셋이 어떻게 남는지가 맛을 정합니다.
확인된 것은 시험관과 동물 단계까지입니다
프룩탄은 사람의 소화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아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세균의 발효 기질이 됩니다. 염교의 프룩탄을 대상으로 한 시험관·동물 연구에서 그런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절임 몇 알을 먹는 양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포닌도 마찬가지입니다. 염교에서 분리한 사포닌에서 시험관 수준의 항산화 활성이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성분을 분리해 확인한 결과이므로 식품으로 먹는 것과는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薤菜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채소 가운데 영지라 하여 채지(菜芝)라 불렀다는 이름 풀이도 남겼습니다. 매운 채소이면서도 냄새가 남지 않아 도가에서 늘 먹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캔 날 절임을 시작해 보세요
캔 지 사흘이 지나면 싹이 다시 나면서 알이 무릅니다. 절임은 캔 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에 먼저 절여 물을 뺀 다음 식초와 설탕에 담급니다. 순서를 바꾸면 조직이 물러집니다.
- 기름진 음식 곁: 일식 카레나 튀김 옆에 락교 두세 알을 놓으면 식초의 신맛과 아삭한 조직이 기름진 맛을 덜어 줍니다. 초밥집에서 생강 절임과 나란히 놓이는 이유도 같습니다.
- 잎: 부추보다 넓고 두꺼워 국이나 죽에 넣으면 씹히는 맛이 남습니다. 《동의보감》도 국이나 죽으로 먹고, 데쳐서 김치나 절임으로 만든다고 적었습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물이 잘 빠지는 흙을 담은 화분이나 이랑 한 귀퉁이에 염교 종구를 묻어 두세요. 8월에 묻은 알을 이듬해 6월에 캐서 그날 절이면, 기름진 밥상 곁에 둘 두세 알이 생깁니다.
출처: 《동의보감》 탕액편 채부(菜部) 薤菜 원문, 일본 식품표준성분표(8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