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면 8~9월에 화분에 묻어 둔 염교 종구에서 부추를 닮은 잎이 올라와 있습니다. 북반구에서는 이 잎이 그대로 겨울을 나고, 흰 비늘줄기는 이듬해 6~7월에 캡니다. 같은 무렵 화단이나 밭둑에서도 가늘고 긴 잎을 무더기로 올린 풀이 눈에 띕니다. 염교를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그 잎이 염교인지, 캐서 먹어도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산과 들에서 염교처럼 보이는 비늘줄기를 캐서 먹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손에 든 알이 염교인지 가려야 한다면, 기준은 잘랐을 때 나는 냄새 하나입니다.
염교와 비슷한 잎을 내는 비늘줄기
염교(Allium chinense)는 부추를 닮은 잎 아래에 흰 비늘줄기가 굵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채소입니다. 주로 중국·일본·한국에서 기르며, 일본 이름인 락교(rakkyo)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초밥이나 일식 카레 옆에 나오는 새콤한 절임이 이 비늘줄기입니다.
비늘줄기를 가진 식물은 염교 말고도 많습니다. 상사화와 수선화도 땅속에 비늘줄기를 두고 염교와 비슷한 잎을 올리는데, 두 식물의 비늘줄기에는 독이 있습니다. 잎 모양만 보고 캐면 이런 비늘줄기를 염교로 잘못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염교는 밭에서 기르는 작물이므로, 산과 들에서 염교처럼 보이는 무리를 만났다면 다른 식물일 가능성부터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1613년 조선에서 펴낸 의서 《동의보감》은 염교를 부추와 비슷하되 잎이 넓고 흰 부분이 많으며 열매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이 묘사는 밭의 염교를 부추와 견준 것이라, 산과 들의 독초와 가르는 데 쓰기에는 부족합니다.
자른 자리에서 파·마늘 냄새가 나는지
염교는 파·마늘·부추와 같은 부추속(Allium) 식물입니다. 잎이나 비늘줄기를 자르면 황화합물의 매운 향이 올라옵니다. 상사화와 수선화는 부추속 식물이 아니어서 잘라도 이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먹을지 말지는 냄새로 가립니다. 잎을 잘랐을 때 파·마늘 계열의 냄새가 나지 않으면 먹지 않습니다.
냄새를 맡기 전에 손부터 비누로 씻으세요. 손에 양파나 마늘 냄새가 배어 있으면 냄새 없는 잎도 염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손에 남은 냄새를 지운 다음 잎 한 장을 잘라 자른 면에 코를 대 보세요.
캔 알이 여러 개라면 하나씩 잘라 보세요. 한 무리 안에 다른 알뿌리가 섞여 자랄 수 있으니, 한 알에서 냄새가 났다고 해서 옆의 알까지 염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냄새가 희미하거나 자신이 없으면 그 알은 먹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동의보감》은 염교가 매운 채소이면서도 냄새가 남지 않아 도가(道家)에서 늘 먹었다고 적었습니다. 먹은 뒤 입에 냄새가 오래 남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자를 때 향이 올라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헷갈리지 않게 화분에서 기르기
구별이 어렵다면 직접 기르는 쪽이 간단합니다. 북반구 기준 8~9월에 종구(심는 용도의 비늘줄기)를 묻어 두고, 겨울을 난 알을 이듬해 6~7월에 캡니다. 그사이 따로 돌볼 일이 거의 없고, 베란다 화분에서도 잘 자랍니다. 심은 알을 그 자리에서 캐니 다른 비늘줄기가 섞일 걱정이 줄어듭니다.
캔 지 사흘이 지나면 싹이 다시 나면서 알이 무르니, 락교로 절일 생각이라면 캔 날 시작해 보세요. 심는 달과 캐는 달, 절이는 순서는 염교 작물도감에 모아 두었습니다.
염교로 확인한 뒤에 먹는 양
《동의보감》은 염교의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 기록은 염교에 대한 것이고, 비슷한 잎을 가진 다른 비늘줄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라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별개입니다.
염교로 확인한 뒤에도 처음에는 적게 먹어 보세요. 염교의 식이섬유는 대부분 프룩탄으로, 대장의 세균이 이를 발효시킵니다. 배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은 적은 양에도 배가 부풀 수 있습니다. 황화합물과 사포닌은 빈속에 많이 들어가면 위를 자극하니, 절임은 한 끼에 서너 알 정도가 알맞습니다. 잎도 먹을 수 있습니다. 부추보다 넓고 두꺼워 국이나 죽에 넣으면 씹히는 맛이 남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채부(菜部) 해채(薤菜) 항목.
오늘 화단이나 밭둑에서 염교를 닮은 잎을 보았다면 캐기 전에 손을 씻고 잎 한 장만 잘라 냄새를 맡아 보세요. 이미 묻어 둔 종구가 있다면 내년 6~7월에 캐고, 아직이라면 북반구 기준 내년 8~9월에 화분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