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텃밭에 나가 보면 오전 열 시만 지나도 햇볕이 팔뚝에 따갑게 내려앉습니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당근 이랑의 잡초를 뽑다 보면, 자외선과 땀 사이에서 몸이 하루 내내 무언가를 견디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텃밭에서 자란 당근이, 그 견딤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도 기준으로 쓰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근씨 기름이 자외선 방어 실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최근 한 화학 연구진이 자외선을 막아 주는 새 물질을 여러 개 만들어 성능을 시험했습니다. 이 물질들이 얼마나 잘 막아 내는지 견주는 잣대로는 당근씨에서 짜낸 기름을 썼습니다. 당근씨 기름은 오래전부터 순한 자외선 차단 재료로 알려져, 실험실에서 성능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구진이 새로 만든 화합물 가운데 하나는 당근씨 기름보다 자외선을 더 잘 막아 냈다고 합니다. 다만 이 물질들은 실험실에서 합성한 것이라, 우리가 먹는 당근 안에 그대로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텃밭 독자가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당근이라는 흔한 뿌리채소가, 햇볕을 견디는 성분을 이야기할 때 자연이 내놓은 본보기로 쓰인다는 사실입니다.
항산화는 몸이 산화를 늦추도록 돕습니다
같은 연구에서는 새 물질의 항산화 능력도 함께 쟀습니다. 항산화라는 말이 낯설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됩니다. 우리 몸은 숨을 쉬고 햇볕을 받는 동안 활성산소라는 불안정한 물질을 끊임없이 만들어 냅니다. 이 물질이 알맞은 만큼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지나치게 쌓이면 세포가 지치고 피부가 상하기 쉽습니다.
항산화 성분은 이 과정을 늦추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분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근의 베타카로틴, 토마토의 리코펜, 시금치와 상추의 여러 색소가 모두 자연이 준 항산화 성분입니다. 색이 진한 채소일수록 이런 성분이 넉넉한 편입니다. 텃밭에서 제철 채소를 골고루 거두어 먹는 습관이, 실험실의 새 물질을 기다리는 일보다 훨씬 가까운 항산화 방법입니다.
오늘 텃밭에서 챙길 수 있는 것
여름철 밭일과 식탁에서 지금 바로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봤습니다.
- 한낮 대신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밭에 나가 보세요. 자외선이 가장 약한 시간입니다.
- 밀짚모자와 긴소매로 햇볕을 먼저 가려 보세요. 어떤 성분보다 간단한 방어입니다.
- 색이 진한 채소를 골고루 상에 올려 보세요. 당근, 토마토, 시금치, 파프리카가 좋습니다.
- 당근은 기름에 살짝 볶으면 베타카로틴이 몸에 더 잘 흡수됩니다. 기름 한 숟갈과 함께 조리해 보세요.
오늘 저녁에는 당근 한 뿌리를 얇게 썰어 기름에 볶아 보세요. 텃밭이 길러 낸 성분 하나를 몸에 더하면서, 여름 햇볕을 견디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