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씨앗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지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싹을 틔우고 줄기를 세우고 낟알을 맺기까지, 식물은 수만 개의 유전자를 상황에 따라 켜고 끕니다. 그 켜고 끄는 지점을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전자를 켜고 끄는 조절 단백질
식물의 DNA에는 유전 정보를 담은 부위 외에, 그 정보를 언제 읽을지 결정하는 조절 부위가 있습니다. 조절 단백질이 이 부위에 달라붙으면 해당 유전자가 작동하고, 떨어지면 멈춥니다. 씨앗이 발아할 때, 잎이 빛을 받을 때, 뿌리가 가뭄 신호를 감지할 때—각 상황마다 서로 다른 조절 단백질이 DNA의 특정 지점에 결합합니다.
이 결합 지점을 미리 안다면, 작물의 성질이 왜 다른지, 어떤 환경에 강한지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식물 DNA에서 이 지점을 실험으로 하나씩 확인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예측한 결합 지점
독일 율리히연구센터와 IPK 라이프니츠 식물유전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작은 잡초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의 유전체 데이터로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했습니다. 애기장대는 유전체가 작고 연구 자료가 풍부해 식물 생물학의 표준 모델 식물로 오랫동안 쓰여 왔습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옥수수에 적용했습니다. 애기장대와 옥수수는 유전체 크기가 크게 다르고 진화적으로도 거리가 있지만, 모델은 옥수수 DNA에서도 조절 단백질의 결합 위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한 식물에서 학습한 패턴이 전혀 다른 작물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습니다.
작물 연구에 미치는 영향
지금까지 품종 육성은 여러 세대를 거쳐 원하는 특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많았습니다. 어떤 유전자 조절 지점이 수확량, 가뭄 내성, 병 저항성과 연관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자 조절 부위는 품종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옥수수라도 이 부위에 작은 변이가 있으면, 가뭄이 왔을 때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런 차이를 실험실에서 하나씩 검증하려면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조절 지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어떤 품종이 어떤 환경에 강할지 가려내는 작업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품종을 고를 때
이 연구가 텃밭을 당장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작물 품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텃밭 농부 입장에서는 품종 선택의 근거가 점점 명확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옥수수 품종은 왜 가뭄에 강한가"라는 질문에 유전자 수준의 답을 구할 수 있는 도구가 갖춰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씨앗 봉투 뒷면의 재배 환경 설명이 가장 확실한 기준입니다. 원산지와 재배 환경이 비슷한 품종을 먼저 살펴보세요. 같은 작물이라도 고온에 강한 품종, 그늘에서 잘 자라는 품종, 토양 수분이 적어도 버티는 품종이 따로 있습니다. 그 차이를 텃밭에서 직접 확인해 가는 것이 도시텃밭 재배의 오래된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