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은 여름 작물을 걷어낸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볕이 조금 덜 들고 물기가 오래 남는 구석이 한 곳쯤 남아 있습니다. 소리쟁이 씨를 뿌릴 자리가 그런 곳입니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해마다 같은 곳에서 잎이 올라옵니다. 한국·일본·중국의 논둑과 길가에 저절로 나는 풀이기도 합니다.
가을에 뿌려 이듬해 봄에 뜯습니다
씨를 받아 기른다면 9~10월에 뿌립니다. 뿌린 해에는 잎을 뜯지 않습니다. 어린 포기가 땅에 납작하게 퍼진 로제트 모양으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3~4월에 첫 나물을 뜯습니다. 추위에 아주 강해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고, 이른 봄 텃밭에서 가장 먼저 새잎을 냅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5~22℃이고 0~30℃ 사이에서 견딥니다. 서늘하고 물기가 넉넉한 땅을 좋아해 논둑이나 개울가에서 크게 자랍니다. 더위가 오면 꽃대가 서고 잎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은 봄 한철로 짧습니다. 다만 뿌리가 굵고 깊게 박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뽑아내기 어려우니, 도시 텃밭이라면 화단 구석 한 자리를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길러 보세요.
신맛과 떫은맛을 내는 성분
소리쟁이 어린잎에는 옥살산과 타닌이 들어 있습니다. 옥살산은 잎을 씹을 때 도는 신맛을 내고, 타닌은 폴리페놀 계열로 떫은맛을 냅니다. 잎이 세질수록 두 맛이 강해지므로 꽃대가 선 뒤의 잎은 먹지 않습니다. 봄나물에 흔한 비타민 C도 들어 있습니다.
옥살산은 물에 잘 녹아 데쳐 우려내면 줄어듭니다. 어린잎만 데쳐 쓰고, 데친 물은 버립니다. 소리쟁이 요리가 데치기에서 시작하는 까닭입니다.
뿌리와 씨는 잎과 조성이 다릅니다. 에모딘·크리소파놀 같은 안트라퀴논 배당체가 뿌리와 씨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성분 조성에 관한 보고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텃밭에서 거두어 먹는 부위는 어린잎이고, 뿌리는 나물로 쓰는 자리가 아닙니다.
《동의보감》이 부위를 갈라 적은 기록
《동의보감》 초부(草部)에는 소리쟁이가 양제근(羊蹄根)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뿌리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작은 독이 있다고도 한다는 말을 함께 남겼습니다. 씨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쓰고 떫으며 독이 없다 했고, 일명 금교맥(金蕎麥)이라 적었습니다. 잎에 대해서는 나물로 해 먹을 수 있다고만 적었습니다. 곳곳에 저절로 난다는 기록도 함께 있습니다.
같은 항목 끝에는 산모(酸摸)를 승아라는 우리말 이름과 함께 따로 붙여 두었습니다. 성질이 서늘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다고 했고, 소리쟁이를 닮았으나 잎이 가늘고 신맛이 있어 어린 대를 꺾어 날로 먹거나 즙을 내어 쓴다고 적었습니다. 오늘날 수영이라 부르는 가까운 종입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데친 다음 상에 올리는 법
데친 잎은 물기를 꼭 짜는 데서 맛이 갈립니다. 물기가 남으면 무침이 싱거워집니다.
- 된장·들깨 — 물기를 짠 잎을 된장에 무치거나, 들깨가루를 넣고 국으로 끓입니다. 남은 떫은맛을 장의 짠맛과 들깨의 기름기가 눌러 줍니다.
- 부침 — 데쳐 썬 잎을 밀가루 반죽에 섞어 지집니다. 데치는 사이 옥살산이 빠져 신맛이 누그러진 뒤라 쓰기 좋습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얇게 펴 보세요.
- 두부·멸치 — 옥살산은 칼슘과 잘 결합하는 유기산입니다. 데쳐 우려낸 뒤 두부나 멸치를 곁들이면 맛의 균형도 맞습니다. 성분의 성질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며 질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 할 일은 자리를 하나 정하는 것입니다. 물기가 오래 남는 구석을 골라 이달 안에 소리쟁이 씨를 뿌려 두세요. 겨울 동안 따로 손댈 일은 없습니다. 이듬해 3~4월, 다른 작물의 싹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텃밭에서 납작하게 퍼진 어린잎을 뜯어 데치는 일로 봄 나물을 시작하면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초부(草部) 양제근(羊蹄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