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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생강, 동의보감이 본 건강

텃밭 한쪽 흙 속에서 캐낸 매운 뿌리 한 조각, 동의보감은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약재로 보았습니다.

흙에서 갓 캔 생강 한 조각

호미님, 가을 텃밭에서 생강을 캐 본 적 있으신가요. 잎줄기를 당기면 흙 속에서 마디진 뿌리가 따라 올라오고, 흙을 털어내면 그 알싸한 향이 손끝에 오래 남습니다. 부엌에서는 김치 양념에 한 술 갈아 넣고, 추운 날에는 얇게 저며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그 익숙한 뿌리입니다.

이렇게 일상에 가까운 작물이지만, 옛 의서에서는 생강(生薑)을 꽤 무게 있게 다뤘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생강과 그 말린 형태인 건강(乾薑)이 따로 자리를 잡고 있고, 껍질을 벗겨 말린 백강(白薑), 껍질째 절로 마른 건생강(乾生薑)까지 이름을 나눠 적어 두었습니다. 같은 뿌리를 두고 손질에 따라 별도의 약재로 본 셈입니다. 오늘은 그 기록을 천천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동의보감은 생강의 성질을 "약간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한자로는 성미온(性微溫), 미신(味辛), 무독(無毒)입니다. 그러면서 약기운이 폐·위·비를 비롯한 다섯 장부로 두루 간다고 보았습니다.

기록에 담긴 주된 쓰임을 보면 이렇습니다. 가래를 삭이고 기운을 내려 주며(去痰下氣), 구토를 멎게 하고(止嘔吐), 풍한습의 나쁜 기운을 없앤다(除風寒濕氣)고 했습니다. 기침이 올라오고 숨이 차오르는 증상에 쓴다(療咳逆上氣喘嗽)는 구절도 함께 있습니다. 특히 탕액편에서는 생강을 두고 "구토와 반위를 멎게 하는 성약(止嘔吐反胃之聖藥)"이라 적었으니, 옛사람들이 메스꺼움을 다스리는 데 이 뿌리를 얼마나 의지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재미있는 손질법도 적혀 있습니다. 생강은 속살은 따뜻하고 껍질은 차서(性溫而皮寒), 몸을 덥히려면 껍질을 벗기고 열을 식히려면 껍질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같은 뿌리라도 다루기에 따라 쓰임이 갈린다고 본 셈입니다.

말린 건강은 또 결이 다릅니다. 동의보감은 건강을 "성질이 매우 뜨겁다(性大熱)"고 적고, 다섯 장부와 사지 관절을 열어 풍한습의 저림을 몰아내며(逐風寒濕痺),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묵은 음식을 삭이며 찬 가래를 없앤다(溫脾胃, 消宿食, 去冷痰)고 했습니다. 같은 본초에서도 날것은 겉의 기운을 흩고(生則發表), 말린 것은 속을 데운다(炮則溫中)고 갈라 본 점이 눈에 띕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이런 옛 기록을 요즘 식생활과 나란히 놓고 보면 닿는 구석이 있습니다. 생강의 알싸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진저롤 같은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이 속을 편하게 하고 몸을 데워 주는 느낌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겁니다. 동의보감이 말한 온중(溫中), 곧 속을 따뜻하게 한다는 표현과 분위기가 통합니다.

메스꺼움과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동의보감이 생강을 구토를 다스리는 약으로 본 것처럼, 멀미나 입덧 같은 상황에서 생강을 찾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또 동의보감은 날것과 말린 것의 쓰임을 갈라 보았는데, 말린 건강이 속을 더 깊이 데운다고 한 대목은 차게 식은 음식과 날 음식이 흔해진 요즘 식탁을 떠올리면 한 번쯤 곱씹게 됩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통의 관점과 생활 속 경험이 겹치는 지점일 뿐, 의학적 치료를 대신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분명할 때는 의료진의 도움을 먼저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생강을 식탁으로 들이는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얇게 저며 뜨거운 물에 우리면 생강차가 되고, 동의보감이 적은 "쌍화탕에 생강 두 쪽"처럼 따뜻한 차에 곁들여도 좋습니다. 갈아서 양념으로 쓰거나 즙을 내어 요리에 더하는 방법도 익숙하실 겁니다. 흙 묻은 채로 캐 둔 뿌리는 신문지에 싸 서늘한 곳에 두면 한동안 향이 살아 있습니다.

먹는 양에는 옛 기록의 당부를 한 번 새겨 둘 만합니다. 동의보감은 생강을 늘 곁에 두고 먹되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밤에는 먹지 말라(夜間勿食)고 적었습니다. 음이 허해 몸에 열이 많은 분, 입이 자주 마르고 번열이 있는 분, 출혈이 잦은 분께는 자제를 권했습니다. 작고 매운 뿌리 하나에도 옛사람들은 때와 양을 헤아렸으니, 호미님께서도 제 몸 상태를 살피며 즐기시면 충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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