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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뿌연 겨울 공기 아래, 밀과 겨자는 어떻게 자랄까요

델리 농경지대 4년치 대기 측정이 알려 준 겨울작물의 사정, 그리고 내 텃밭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

서리 내리기 전에 심어 둔 갓이 손바닥만큼 자랐습니다. 아침에 나가 보면 잎이 매끈하지 않고 회색 가루가 얇게 앉아 있습니다. 물을 한 번 뿌리면 잎이 다시 초록으로 돌아옵니다. 북반구에서는 10월부터 2월까지 바람이 약하고 찬 공기가 아래에 머뭅니다. 이 시기에 겨울 잎채소를 길러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친 장면입니다.

같은 계절, 같은 공기 속에서 밀과 겨자를 넓은 밭에 심는 곳이 있습니다. 인도 델리와 그 둘레 150km 안쪽 농경지대입니다. 이곳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겨울 재배기 공기를 날마다 측정해 작물이 받는 부담을 따져 본 연구가 나왔습니다.

잎에 먼지가 앉으면 벌어지는 일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는 잎 표면에 쌓입니다. 먼지가 덮인 만큼 잎에 닿는 빛의 양이 줄고, 광합성으로 만드는 양분도 함께 줄어듭니다. 잎이 넓고 표면이 거친 겨자와 갓 같은 배추속 작물에는 밀보다 먼지가 더 많이 앉습니다.

오존(O3)은 다르게 작용합니다. 잎에 난 숨구멍으로 들어가 안쪽 세포를 상하게 합니다. 그러면 잎이 제 시기보다 일찍 누렇게 시듭니다. 밀은 이삭이 여물 때, 겨자는 꼬투리가 찰 때 잎이 살아 있어야 알이 굵어집니다. 잎이 일찍 지면 거두는 양이 줄어듭니다.

겨울에 문제가 커지는 까닭은 시기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우기가 끝나고 공기가 정체하는 넉 달이 밀과 겨자를 씨 뿌리고 키우는 때와 그대로 맞물립니다.

델리 농경지대에서 확인된 것

연구진은 델리 둘레 관측소의 하루치 자료를 4년간 모아 작물이 받는 부담을 점수로 매겼습니다. 팔왈은 54, 바하두르가르는 123이었습니다. 같은 농경지대 안에서도 두 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차가 많이 다니고 도시 가장자리에 놓인 지점일수록 초미세먼지가 짙었습니다.

거두는 양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오염이 가장 심한 지점에서는 겨울밀이 최대 15%, 겨자가 최대 1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밀과 겨자는 인도 북부 겨울밭에서 가장 넓게 심는 작물입니다.

내 텃밭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

  • 바람 없는 날이 사흘 넘게 이어지면 아침에 잎에 물을 뿌려 주세요. 표면에 앉은 먼지는 물로 씻으면 상당 부분 떨어집니다.
  • 자리를 고를 수 있다면 큰길에서 한 걸음이라도 안쪽으로 물려 보세요. 같은 동네 안에서도 도로변과 안쪽의 농도 차이가 큽니다.
  • 화분이라면 도로를 등진 쪽, 건물이 바람을 가려 주는 자리에 두세요.
  • 거두기 전 일주일은 잎에 물 주는 횟수를 늘리고, 먹기 전에는 흐르는 물에 30초 넘게 씻어 주세요. 겉잎 한두 장은 떼어 내고 드시면 좋습니다.

겨자와 갓 잎의 알싸한 맛은 시니그린(sinigrin)에서 나옵니다. 서늘할수록 맛이 짙어지고, 살짝 데치면 부드러워져 나물로 무치기 좋습니다. 밥을 싸 먹는 쌈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잎 한 장을 손등으로 문질러 보세요. 손등에 회색이 묻어난다면, 호미보다 물뿌리개를 먼저 드는 날입니다.

참고: 학술지 환경 모니터링과 평가에 실린 델리 농업권 겨울작물 대기오염 위험 연구, 인도 중앙오염관리위원회 관측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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