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가지마다 붉은 열매가 달리는 8월입니다. 구기자는 가짓과 낙엽 관목이라 한번 자리를 잡으면 해마다 열매를 맺습니다. 마당이 없어도 지름 30cm 이상인 화분이면 기를 수 있습니다. 8월부터 10월까지 익는 대로 조금씩 땁니다. 갓 딴 열매를 그대로 씹으면 옅은 단맛에 쓴맛이 섞여 밋밋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대추·생강과 함께 우리기
말린 구기자에 대추와 생강을 함께 넣어 우리는 조합이 흔합니다. 구기자의 옅은 단맛과 대추의 진한 단맛이 겹치고, 생강이 뒷맛을 정리합니다. 끓는 물에 오래 두면 색이 탁해지므로 80℃ 안팎에서 10분쯤 우려 보세요. 열매가 몇 알 안 되는 날에는 대추를 반으로 갈라 넣으면 단맛이 더 빨리 나옵니다.
기름을 쓰는 조리에 넣기
구기자의 붉은 주황색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에서 옵니다. 말린 구기자의 카로티노이드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제아잔틴 다이팔미테이트(zeaxanthin dipalmitate)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결과입니다. 이 색소는 지용성이라 물에만 담그는 방식보다 기름을 쓰는 조리에서 색이 더 잘 우러납니다. 볶음밥에 한 줌 넣거나, 기름 두른 팬에 살짝 볶아 죽 위에 얹어 보세요. 다만 이런 분석은 대개 영하구기자(Lycium barbarum) 열매를 대상으로 합니다. 한국에서 흔히 기르는 재래 구기자는 Lycium chinense로 종이 다릅니다. 말리는 방식과 온도에 따라 남는 양이 달라진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성분 조성에 관한 분석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봄에 올라오는 구기순은 데쳐서 무치기
북반구 기준 3~4월에 올라오는 어린잎은 구기순이라 부르며 나물로 먹습니다. 살짝 데쳐 된장이나 참기름에 무칩니다. 쓴맛이 있어 데친 물은 버리고 찬물에 한 번 헹궈 주세요. 열매를 딸 나무라면 순은 가지 끝만 조금 따고 나머지는 남깁니다. 잎을 많이 훑으면 그해 열매가 줄어듭니다.
우러나는 성분과 옛 기록
물에 오래 두면 국물이 조금 걸쭉해집니다. 우러나는 점질 성분이 있어서입니다. 이 계통의 다당을 LBP(Lycium barbarum polysaccharide)라 부릅니다. 영하구기자에서 분리한 다당으로 시험관과 동물 단계의 항산화 지표를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아닙니다. 종이 다른 재래 구기자나 우리가 먹는 열매에 그대로 옮길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밖에 베타인(betaine)을 지표 성분으로 흔히 정량하고, 비타민 C와 철 같은 미세 영양소가 들어 있습니다.
《동의보감》 목부(木部)에는 구기자(枸杞子)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은 차다고도 하고 평하다고도 합니다. 맛은 쓰다고도 하고 달다고도 하며, 독은 없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항목은 줄기를 구기(枸杞), 뿌리를 지골(地骨)이라 부릅니다. 줄기껍질과 뿌리껍질, 붉은 열매를 각각 다르게 써서 한 식물에 쓰임이 셋으로 갈린다고 적었습니다. 줄기껍질은 차고 뿌리껍질은 몹시 차며 열매는 약간 차다고 성질까지 나눴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오늘 할 일
오늘 딴 열매가 한 줌이라면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대추 몇 알과 함께 80℃ 물에 우려 보세요. 나무가 아직 없다면 북반구 기준 11월이나 이듬해 3~4월에 묘목을 심으면 됩니다. 생육 적온은 20~25℃이고 0~35℃ 사이에서 자랍니다. 겨울 추위를 견디는 낙엽 관목이라 여름 더위와 마른 땅에도 강합니다. 다만 물이 고이는 자리에서는 뿌리가 먼저 상하므로 배수가 되는 자리부터 고르세요. 중국이 주산지이고 한국에서도 많이 기르며 일본에는 자생합니다.
출처: 《동의보감》 木部 枸杞子 · 농촌진흥청 농사로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