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에는 여름 채소를 걷어 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볕은 잘 드는데 흙이 단단하게 다져져 무엇을 심어도 시원치 않던 가장자리라면, 민들레 씨를 뿌려 보세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고, 길가에서 저절로 납니다. 그런 자리에서도 뿌리를 곧게 내립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지금이 파종 적기입니다.
씨를 뿌리는 때와 자리
파종은 북반구 기준 3~4월과 9월에 합니다. 생육 적온이 15~22℃이고 5~28℃ 사이에서 자라므로, 더위가 한풀 꺾인 뒤에 뿌리면 싹이 고르게 납니다. 여름 한낮 더위에는 잎이 거칠어지고 쓴맛이 세집니다. 추위에는 강합니다. 굵은 뿌리로 겨울을 나며 영하 20℃ 안팎까지 견딥니다. 남반구에 사신다면 이 시기를 여섯 달 옮겨 잡으세요.
- 볕: 하루 대부분 해가 드는 자리
- 흙: 다져진 흙에서도 자라며, 물만 고이지 않으면 됩니다
- 씨: 씨가 작으므로 흩뿌린 뒤 흙을 얇게 덮습니다
도시 빈터와 보도블록 틈에서 흔히 보이는 것은 대개 귀화종인 서양민들레(Taraxacum officinale)입니다. 토종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는 들과 산에 자랍니다. 한국과 일본에는 자생하고, 중국·프랑스·미국에서는 밭에서 기릅니다. 심는 법은 어느 쪽이든 같습니다.
화분 깊이를 얼마로 잡을까요
뿌리가 곧게 아래로 내려가므로 화분은 깊이 30cm 이상을 씁니다. 얕은 화분에서는 뿌리가 바닥에 닿아 굽고, 가을에 캐도 볶아 쓸 만한 굵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잎만 뜯을 생각이면 조금 얕아도 되지만, 뿌리까지 거두려면 깊이부터 챙기세요.
돌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포기 사이가 배면 솎아 냅니다. 솎아 낸 어린잎은 그날 저녁 상에 올리면 됩니다. 꽃대가 올라오면 잎이 억세지므로, 잎을 오래 거두려면 꽃대를 잘라 주세요. 씨를 받을 포기 한둘만 남기면 충분합니다.
잎은 봄에, 뿌리는 가을에
잎을 거두는 때는 북반구 기준 4~6월과 10~11월입니다. 가을에 씨를 뿌리면 겨울을 넘겨 이듬해 봄에 잎이 실해집니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옵니다. 손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으니 물을 받아 두고 손질하세요. 쓴맛은 타락사신(taraxacin)에서 오는데 데치면 누그러집니다. 뿌리는 가을에 캐서 흙을 씻어 내고 썰어 말립니다.
거둔 잎과 뿌리를 먹는 법
어린잎은 쌈이나 나물로, 뿌리는 볶아 차로 씁니다. 데친 잎은 된장과 들기름에 무칩니다. 짠맛과 감칠맛, 들기름의 지방이 쓴맛을 덮어 어린잎이 아니어도 먹을 만해집니다. 마늘을 조금 넣으면 풋내가 가십니다. 생잎을 샐러드로 낼 때는 올리브유를 넉넉히 쓴 드레싱이 어울립니다. 비타민 K와 A가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먹는 쪽이 흡수에 낫습니다. 식초나 레몬의 신맛은 쓴 뒷맛을 짧게 끊어 줍니다.
말린 뿌리를 볶아 우리면 커피 대용 차가 됩니다. 같은 국화과인 치커리 뿌리와 섞으면 맛이 진해지고, 볶는 정도를 달리해 쓴맛과 단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카페인이 없어 늦은 시간에 마시기 부담이 적습니다.
뿌리에는 이눌린(inulin)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됩니다. 치커리와 돼지감자 같은 다른 국화과 뿌리에도 들어 있는 흔한 프럭탄입니다. 잎과 뿌리에는 루테올린(luteolin)과 치커리산(chicoric acid) 같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고, 시험관 실험에서는 그 추출물이 항산화 작용을 보였습니다. 다만 시험관에서 나온 결과가 나물 한 접시를 먹었을 때와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의보감》 초부(草部)에는 포공초(蒲公草)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잎이 씀바귀와 비슷하고 음력 3~4월에 국화 같은 노란 꽃이 핀다고 적었습니다. 민간에서는 포공영(蒲公英)이라 불렀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지 현대 의학의 판단은 아닙니다.
오늘은 깊은 화분 하나를 골라 흙을 채우고 씨를 얇게 뿌려 보세요. 이번 가을에 솎은 잎을 먼저 맛보고, 뿌리는 내년 가을까지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草部 蒲公草 · 한국 농촌진흥청 농사로 · USDA FoodData Centr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