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텃밭에는 빈 자리가 생깁니다. 감자를 캔 두둑, 옥수수를 벤 뒤 흙만 남은 줄. 북반구 기준으로 지금 메밀 씨를 뿌리면 9월에서 10월 사이에 거둡니다. 뿌리고 60~80일이면 거두니, 한 해 텃밭에서 한 번 더 심어 볼 만합니다.
흙을 가리지 않는 두 달
메밀은 거름기 없는 흙에서도 자랍니다. 다른 작물이 안 된 자리에 늦게 뿌려 흉년을 넘기던 곡식입니다. 요즘은 여름 끝에 하얗게 피는 꽃을 보려고 심기도 합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러시아·중국·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프랑스에서 많이 기릅니다.
서늘하고 볕이 좋은 곳에서 잘 여뭅니다. 해가 짧아지면 꽃이 앞당겨 피는 단일성 작물입니다. 가을형 품종은 낮 길이에 뚜렷이 반응하고, 여름형은 반응이 약합니다.
- 생육 적온 17~23℃, 자라는 범위 10~30℃
- 꽃 필 무렵 30℃가 넘거나 가물면 알이 차지 않습니다
- 서리에 약합니다. 무서리가 오기 전에 벱니다
볕이 잘 드는 빈 두둑을 골라 오늘 뿌려 보세요. 흩어 뿌리든 줄을 지어 뿌리든 상관없습니다.
루틴과 라이신
두 달을 자란 메밀은 먹는 사람에게 무엇을 줄까요.
메밀 종실과 어린 싹에서 루틴을 비롯한 플라보노이드가 검출된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쓴메밀, 곧 타타리메밀의 루틴 함량이 단메밀보다 수십 배 높다는 비교 분석도 있습니다. 성분 분석 결과이며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백질 쪽은 아미노산 조성이 다릅니다. 메밀 단백질에서 라이신 비율이 다른 곡물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쌀과 밀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미노산이어서, 곡물을 섞어 먹는 이야기에 메밀이 자주 나옵니다. 식이섬유는 겉껍질째 갈면 그만큼 늘어납니다.
반죽과 곁들임
메밀에는 글루텐이 없어 순메밀 반죽은 잘 끊어집니다. 감자 전분이나 밀가루를 20~30% 섞으면 반죽이 이어지고 밀대질이 쉬워집니다. 순메밀로 밀고 싶다면 뜨거운 물로 반죽해 전분을 미리 익혀 보세요.
무를 곁들여 보세요. 메밀 국수에 무즙을 얹는 방식은 일본과 한국 강원 지역 양쪽에서 굳어졌습니다. 무의 매운맛과 수분이 메밀 특유의 텁텁함을 덜어 줍니다. 갈아 두면 매운맛이 빨리 날아가므로 먹기 직전에 갈아 주세요.
삶은 물도 버리지 마세요. 국수 삶은 물, 곧 면수를 마시는 관습이 있습니다. 삶는 동안 물에 빠져나온 성분과 전분이 남아 있어 국물 대신 마시기 좋습니다. 남은 장국을 조금 풀면 마무리로 알맞습니다.
옛 의서가 적어 둔 것
《동의보감》 穀部에는 메밀이 蕎麥으로, 한글 이름은 '모밀'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면서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돼지고기·양고기와 같이 먹지 말라는 금기와 오래 먹으면 머리가 어지럽다는 주의도 함께 남겼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오늘 빈 두둑에 메밀을 뿌렸다면, 가을에 거둘 때 껍질을 벗기지 말고 그대로 갈아 보세요. 식이섬유가 늘어난 가루로 첫 반죽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穀部 蕎麥 · 농촌진흥청 농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