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 가장자리, 물을 거의 주지 않은 흙에서 자란 풀 끝에 가느다란 이삭이 서너 대씩 뻗어 있습니다. 자잘한 연보라 꽃이 이삭 아래쪽부터 차례로 피어 위로 올라갑니다. 마편초(馬鞭草)라는 이름은 이 이삭이 말채찍 끝의 가죽끈을 닮았다 하여 붙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같은 종을 버베인(vervain)이라 부르며 오래 허브로 다루어 왔습니다. 중국이 주산지이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길가와 빈터에 저절로 자랍니다. 북반구 텃밭이라면 지금부터 거둘 수 있습니다.
씨앗 고르기와 심기
씨앗을 구할 때는 이름부터 확인해 보세요. 화단에 심는 원예 버베나와 향이 나는 레몬버베나는 이름이 비슷할 뿐 마편초와 다른 식물입니다. 레몬버베나는 마편초과라는 점만 같고 속(屬)이 다르며, 성분 조성도 같지 않습니다. 봉투에 적힌 학명이 Verbena officinalis인지 보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씨앗은 북반구 기준 4월에 뿌립니다. 남반구라면 여섯 달을 옮겨 10월 무렵으로 잡습니다. 생육 적온은 18~25℃이고 자랄 수 있는 온도는 10~30℃이므로, 봄 기온이 10℃ 위로 올라선 뒤에 뿌리면 됩니다. 자리는 볕이 잘 드는 트인 곳을 고릅니다. 물만 잘 빠지면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서 거름을 많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비 온 뒤 물이 고이는 낮은 자리는 피하고, 화분에 심는다면 바닥 구멍이 큰 것을 골라 보세요.
여름 돌보기와 겨울나기
싹이 자리를 잡으면 손이 많이 가지 않습니다. 길가에서 자라는 풀이라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줄기 끝에서 이삭이 서너 대로 갈라져 뻗으므로 옆 작물과 사이를 넉넉히 띄워 두면 바람이 잘 통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풀과 헷갈린다면 줄기를 살펴봅니다. 17세기 초 조선에서 펴낸 의서 《동의보감》은 마편초가 익모초를 닮았으나 줄기가 둥글다고 가려 적었습니다.
마편초는 추위를 어느 정도만 견딥니다(반내한성). 겨울이 온화한 지역에서는 뿌리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옵니다. 반면에 땅이 깊이 어는 지역에서는 얼어 죽으므로 한해살이처럼 다룹니다. 한국에서는 남부와 제주에서 뿌리로 겨울을 나고, 중부에서는 겨울을 넘기지 못합니다. 추운 곳에서 기른다면 가을에 씨앗을 받아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뿌려 보세요. 꽃이 이삭 아래쪽부터 피므로 씨앗도 아래쪽부터 여뭅니다.
꽃이 필 무렵 거두기
북반구에서는 8~9월에 거둡니다. 차로 쓰려면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줄기 위쪽을 한 뼘쯤 잘라 냅니다. 굵은 밑동은 딱딱해서 넣지 않습니다. 자른 줄기는 작게 묶어 그늘에 걸어 말려 보세요. 《동의보감》은 음력 칠월과 팔월에 싹을 거두어 볕에 말린다고 적었습니다. 말리는 자리는 다르지만, 음력 칠월·팔월이 양력으로 대략 8~9월이라 거두는 때는 지금과 겹칩니다.
꽃이 필 무렵에 거두는 까닭은 성분 분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마편초의 이리도이드(iridoid) 배당체인 베르베날린(verbenalin)과 베르베노사이드(verbenoside)를 분리해 냈고, 꽃이 필 무렵의 땅 위 부분에서 이 성분의 함량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 식물에 흔한 페놀 화합물인 플라보노이드와 떫은맛을 이루는 타닌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 분석은 성분 조성을 밝힌 것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쓴맛을 덜어 차로 마시기
잘 마른 잎과 줄기를 뜨거운 물에 우리면 쓴맛이 뚜렷한 차가 됩니다. 입안에 남는 떫은맛은 타닌이 냅니다. 처음 마신다면 레몬 한 조각이나 꿀 한 술을 더해 보세요. 꿀은 잔에 따른 뒤 조금 식혀서 넣습니다. 쓴 뒷맛이 계속 남으면 캐모마일 꽃이나 페퍼민트 잎처럼 향이 강한 마른 허브와 반씩 섞어 우립니다. 캐모마일과 페퍼민트 기르는 법도 함께 챙겨 보세요.
《동의보감》은 마편초의 성질이 서늘하고 맛이 맵다고 하면서 쓰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이 없다는 말과 독이 있다는 말도 함께 적었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을 오늘의 판단과 같게 볼 수는 없지만, 두 말이 나란히 남아 있으니 처음에는 연하게 우려 조금만 마셔 보세요. 복용 중인 약이 있거나 몸 상태가 걱정된다면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꽃이 막 피기 시작한 마편초 줄기를 골라 위쪽을 잘라 그늘에 걸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馬鞭草 · 한국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