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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땅콩은 거두는 날로 끝나지 않습니다

흙 속에서 익어 젖은 채 나오는 씨앗 — 말리기·골라내기·보관까지

9월 말, 땅콩 포기를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면 뿌리 아래에 꼬투리가 달려 나옵니다. 흙이 그대로 묻어 있고 껍질은 아직 축축합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5월에 심어 9~10월에 거두니 여기까지 다섯 달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땅콩은 거두는 날로 일이 끝나지 않습니다. 땅콩을 두고 자주 나오는 물음도 심는 시기보다 거둔 뒤의 일입니다. 어떻게 말리고 어디에 두어야 상하지 않을까요?

흙 속에서 익기 때문에 젖은 채 나옵니다

땅콩은 꽃이 진 자리에서 씨방자루가 땅속으로 파고들어 그 끝에 꼬투리를 맺습니다. 옛사람은 이 습성을 그대로 옮겨 낙화생(落花生)이라 이름 붙였고, 열매가 익는 방식은 지금도 같습니다. 꽃은 땅 위에 피고 열매는 흙 속에서 굵어집니다. 중국·인도·나이지리아·미국·수단에서 널리 기르는 작물이라 어느 시장에서든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그래서 갓 거둔 꼬투리에는 흙과 물기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이삭이 땅 위에서 마른 뒤에 거두는 곡식과 달리, 땅콩은 흙 속 물기가 남은 상태로 나옵니다. 말리기를 거두기의 마지막 단계로 보는 까닭입니다.

거둔 그날부터 말립니다

포기째 뽑았다면 꼬투리가 달린 채로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널어 둡니다. 흙은 털어 내되 물로 씻지 않습니다. 씻으면 껍질이 다시 물을 먹어 마르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바닥에 그대로 쌓아 두면 아래쪽에 물기가 남으므로, 망이나 채반에 얇게 펴 놓고 하루에 한 번 뒤집어 주세요.

꼬투리를 흔들었을 때 안에서 알이 달그락거리고 껍질이 손끝에서 쉽게 갈라지면 어지간히 마른 상태로 봅니다. 날씨와 습도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므로, 날짜보다 이 신호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쓴맛이나 군내가 나는 알은 골라 버립니다

땅콩이 이 대목에서 까다로운 까닭은 두 가지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열매가 흙 속에서 익어 거둘 때 이미 물기와 흙을 지니고 있고, 알의 대부분이 지방과 단백질이라 곰팡이가 자라기 좋습니다. 말리는 시간을 아끼면 그만큼 위험이 남습니다.

덜 마른 채로 두거나 눅눅한 곳에 보관한 땅콩에는 곰팡이가 슬면서 아플라톡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은 볶거나 삶아도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열을 가하면 괜찮으리라 여기기 쉽지만, 곰팡이가 남긴 것은 익혀서 지울 수 없습니다.

껍질을 깠을 때 알에 푸르스름하거나 거뭇한 자국이 보이는 것, 씹었을 때 쓴맛이나 군내가 나는 것은 골라 버립니다. 한 알에서 이상한 맛이 났다면 같은 통에 있던 나머지도 함께 의심합니다. 아까운 마음이 들더라도 한 통을 비우는 편이 낫습니다.

껍질째와 깐 것은 두는 자리가 다릅니다

껍질째 거둔 것은 충분히 말린 뒤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둡니다. 껍질을 깐 땅콩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이나 냉동에 넣어 주세요. 지방이 많은 씨앗은 공기와 오래 닿으면 냄새가 변합니다. 땅콩 지방의 대부분은 올레산·리놀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이고, 식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E도 들어 있습니다.

이듬해에 심을 씨앗은 껍질째 따로 골라 둡니다. 알이 굵고 상처가 없는 꼬투리를 고른 다음, 먹을 것과 같은 조건인 서늘하고 건조한 자리에 둡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5월에 심으면 다시 9~10월에 거둡니다.

잘 마른 알은 볶아서 조금씩 간식으로 먹습니다. 잔멸치와 함께 볶으면 칼슘이 넉넉한 밑반찬이 되고, 통째로 간장에 조리면 밥반찬으로도 좋습니다.

땅콩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기도 합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미량으로도 심한 반응이 올 수 있고, 볶거나 삶아도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남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처음 먹일 때 지킬 것들은 땅콩 작물 도감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오늘 거둔 꼬투리가 있다면 흙만 털어 채반에 얇게 펴 두세요. 며칠 뒤 한 알을 깨물어 고소한 맛만 난다면 그때 통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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