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텃밭 가장자리에 선 가시 돋은 나무 끝에서 눈을 싼 갈색 껍질이 벌어지고 연둣빛 순이 올라옵니다. 잎이 다 펴지기 전, 손가락 길이만큼 자란 이 순을 따서 나물로 먹습니다. 두릅(Aralia elata)은 나무에서 나는 나물이라, 한 번 심어 두면 해마다 봄에 같은 그루에서 순을 거둡니다. 한국·일본·중국 동북부·러시아 극동에 자생하며, 일본에서는 같은 순을 타라노메(taranome)라 부르고 튀김으로 즐겨 먹습니다.
옛 의서가 남긴 짧은 기록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조선의 의관 허준이 17세기 초에 엮은 의서입니다. 이 책의 菜部(채소 편)에 두릅이 木頭菜(목두채)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고, 옛 한글 이름은 '둘훕'으로 적혀 있습니다.
기록은 짧습니다.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다(無毒)고 했습니다. 평은 차지도 덥지도 않은 성질을 가리키는 옛 분류입니다. 곳곳에 있어 이른 봄에 딴다고 했고,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김치로 담가 먹으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근거로는 민간에서 전하던 처방을 뜻하는 俗方(속방)을 들었습니다.
병을 고친다는 말은 이 항목에 없습니다. 성질과 먹는 법을 적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의 동의보감 '둘훕' 항목에서 함께 읽어 보세요.
순에 든 성분, 옛 기록과 견주기
두릅나무속 식물을 분석한 연구진은 아랄로사이드(aralosides) 계열의 트리테르펜 사포닌(triterpene saponin)을 여러 차례 분리해 보고했습니다. 이 성분은 뿌리껍질에 많았고, 먹는 순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두릅은 인삼과 같은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합니다. 다만 같은 과라고 해서 같은 작용을 한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이 결과는 무엇이 들었는지를 밝힌 것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도톰하게 씹히는 맛은 식이섬유에서 옵니다. 식이섬유는 장의 움직임을 돕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백질은 봄나물 가운데 많은 편이고, 채소에 흔한 무기질인 칼륨도 들어 있습니다. 칼륨은 몸속 나트륨이 빠져나가도록 돕습니다.
두 기록이 겹치는 점은 거두는 때와 먹는 법입니다. 《동의보감》은 이른 봄에 딴다고 했고, 오늘 텃밭에서도 북반구 기준 4~5월에 순을 거둡니다. 삶아 나물로 무치는 법도 400여 년 전과 같습니다. 다른 점은 음식을 살핀 기준입니다. 옛 의서는 성질이 차고 더운지, 독이 있는지로 음식을 갈랐고, 오늘의 연구는 어떤 성분이 어느 부위에 많은지를 잽니다. 어느 쪽도 두릅을 약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텃밭 한쪽에 한 그루 심기
두릅은 북반구 기준 3~4월에 묘목이나 뿌리 토막을 심습니다. 해가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땅을 좋아하며, 추위에 강해 서늘한 지역에서도 잘 자랍니다. 뿌리가 옆으로 뻗어 둘레에 새 줄기를 올리므로, 채소 이랑 사이보다 밭 끝이나 울타리 곁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줄기에 가시가 촘촘하니 오가는 길에서 한 걸음 떨어뜨려 심으세요.
순은 줄기 맨 끝에 돋는 첫 순부터 땁니다. 잎이 벌어지기 전, 순 끝이 아직 뭉쳐 있을 때가 부드럽습니다. 첫 순을 따면 아래 곁눈에서 다시 순이 올라오는데, 이것까지 다 따면 나무가 약해집니다. 곁순 몇 개는 남겨 잎을 펴게 두세요. 그해 잎이 양분을 만들어 두어야 다음 봄에도 실한 순이 나옵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어울리는 재료는 호미클럽 작물 도감의 두릅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데쳐 찍고, 지지고, 꿰어 먹기
딴 순은 아래쪽에 붙은 껍질을 떼고, 끓는 물에 두꺼운 쪽부터 넣어 짧게 데칩니다. 찬물에 헹군 뒤에는 꼭 짜지 말고 가볍게 털어 주세요. 세게 짜면 순이 부서집니다.
- 초고추장: 고추장에 식초를 섞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먹는 일이 가장 흔하고, 신맛이 아린 뒷맛을 줄여 줍니다.
- 두릅전: 순을 반으로 갈라 밀가루와 달걀옷을 얇게 입혀 지진 전입니다. 두꺼운 밑동에 칼집을 넣어야 고르게 익습니다. 기름에 지지면 향이 순해져 아이도 먹기 편합니다.
- 쇠고기 산적: 두릅과 쇠고기를 번갈아 꼬치에 꿰어 지진 산적입니다. 단단한 밑동이 꼬치 모양을 잡아 줍니다. 명절 상에 오래 오르던 조합입니다.
텃밭이 있다면 해 잘 드는 밭 끝 한 곳을 골라, 북반구 기준 3~4월에 두릅 묘목 한 그루를 심어 보세요.
출처: 허준, 《동의보감》 菜部 「木頭菜」 · 두릅나무속 식물의 사포닌 성분 분석 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