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감

도시 한가운데서 흙을 만지는 시간, '초록쉼표'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퇴근길에 들고 온 비닐봉지 속 상추가 어쩐지 시들해 보이던 저녁이 있습니다. 그날 문득 베란다 한쪽 화분에 직접 길러 보면 어떨까 생각하신 분이라면, 이미 도시농업을 시작할 채비가 된 셈입니다. 최근 충북농업계고공동실습소가 '초록쉼표'라는 이름으로 도시농업 직무연수를 열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도시에서 흙을 만지는 일이 바쁜 하루에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된다는 뜻입니다.

도시에서 농사를 배운다는 것

도시농업은 넓은 밭이 있어야 시작하는 일이 아닙니다. 베란다 화분 두어 개, 햇볕이 드는 창가, 작은 옥상이면 충분합니다. 이번 연수에서도 거창한 농기계보다 흙을 고르고 씨앗을 넣고 물을 주는 기본 동작부터 다뤘습니다. 손으로 흙의 물기를 가늠하고, 잎의 색을 살피고, 벌레가 앉지는 않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누구나 며칠이면 익숙해집니다.

이런 활동이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점은 원예치료 연구에서도 거듭 확인됩니다. 식물을 돌보는 동안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효능을 단정하기보다, 흙을 만지는 십 분이 화면을 들여다보던 하루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초보가 먼저 심으면 좋은 작물

처음이라면 빨리 자라고 실패가 적은 작물부터 권합니다. 아래 세 가지는 베란다에서도 잘 자랍니다.

  • 상추 — 씨를 뿌리고 한 달이면 겉잎부터 따 먹습니다. 잎에 든 락투신이라는 성분이 가벼운 진정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 저녁 식탁에 잘 어울립니다.
  • 방울토마토 — 햇볕만 충분하면 한 그루에서 여름 내내 열매를 거둡니다. 곁순을 따 주면 더 튼튼하게 큽니다.
  • 바질 — 향이 좋고 손이 덜 갑니다. 잎을 자주 따 줄수록 새 잎이 더 풍성하게 올라옵니다.

씨앗 봉지에 적힌 파종 시기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봄과 초가을이 대부분의 잎채소를 시작하기 좋은 때입니다.

돌보기와 거두기

물은 흙 표면이 마르면 화분 아래로 흘러나올 만큼 충분히 줍니다. 매일 조금씩 주는 것보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 한 번에 흠뻑 주는 편이 뿌리에 좋습니다. 햇볕은 하루 너덧 시간이면 잎채소가 자라고, 열매채소는 그보다 더 필요합니다. 잎이 노랗게 변하면 햇볕이나 물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니 그때그때 자리를 옮겨 보세요.

거둘 때는 한 번에 다 따지 말고 바깥 잎부터 차례로 따 드세요. 그래야 가운데에서 새 잎이 계속 올라와 한 그루를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직접 기른 상추 한 장을 그날 저녁 밥상에 올리면, 사 온 채소와는 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충북의 실습소가 연 연수처럼 거창한 자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상추 모종 하나만 사서 창가에 두어 보세요. 그것이 도시에서 누리는 첫 초록쉼표가 됩니다.

참고: 충북농업계고공동실습소 도시농업 직무연수 '초록쉼표' 운영 사례, 원예치료 관련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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