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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꺾으면 흰 실이 나오는 두충나무 — 《동의보감》의 기록과 텃밭의 잎차

옛 의서가 좋은 두충을 고른 기준을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견주고, 껍질 달이기와 잎 덖기를 소개합니다

가을에 고추와 가지를 거두고 나면 텃밭 일이 한결 줄고, 저녁에는 따뜻한 차를 찾게 됩니다. 두충나무(Eucommia ulmoides)에는 카페인이 없어, 껍질을 달인 두충차는 해가 진 뒤에 마시기에도 편합니다. 말린 껍질 한 조각을 꺾어 보면 갈라진 틈에서 가는 흰 실이 늘어나며 두 조각을 잇습니다. 옛 의서에는 이 실로 좋은 두충을 가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두충

17세기 초 조선에서 펴낸 의서 《동의보감》은 두충(杜仲)을 나무 약재를 모은 木部(목부)에 실었습니다. 두충은 두충나무의 껍질을 가리킵니다. 성질은 평(平)하면서 따뜻하고, 맛은 맵고 달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생김새는 후박(厚朴)이라는 나무껍질 약재를 닮았다고 했고, 꺾었을 때 안에서 흰 실이 이어져 나오는 것을 좋은 것으로 쳤습니다. 사선목(思仙木)·석사선(石思仙)이라는 딴 이름도 적어 두었습니다.

손질법도 남겼습니다. 겉껍질을 깎아 내고, 결을 가로질러 썰어 실이 끊어지게 하라는 것입니다. 표제에는 중국에서 들여오던 약재임을 밝히는 【唐】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옛 의서가 남긴 서술이며 오늘날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약효를 보증하는 글보다는 옛사람들이 두충을 알아보고 손질한 기록으로 읽어 주세요.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의 동의보감 두충 항목에 옮겨 두었습니다.

흰 실의 정체와 껍질·잎의 성분

좋은 두충을 가리던 흰 실은 무엇일까요? 이 실은 오늘날 구타페르카(gutta-percha)라 부르는 고무질로 밝혀져 있습니다. 두충나무가 이 물질을 만들어 껍질과 잎에 쌓아 둔다는 사실도 성분 분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흰 실을 두충의 표지로 본다는 점에서 옛 기준과 오늘의 분석은 같습니다.

연구자들은 껍질과 잎에서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아우쿠빈(aucubin), 게니포시드산(geniposidic acid) 같은 화합물을 분리해 여러 차례 보고했습니다. 클로로겐산은 여러 식물에 널리 들어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이고, 아우쿠빈과 게니포시드산은 이리도이드(iridoid) 계열의 배당체입니다. 껍질과 잎의 조성이 서로 다르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 나무에서 얻어도 껍질차와 잎차에 담기는 성분은 다를 것입니다.

옛 기준과 오늘의 분석이 다른 점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껍질만 약재로 실었고 성질과 맛으로 두충을 적었습니다. 오늘의 분석은 잎까지 살피고, 어떤 화합물이 들어 있는지로 두충을 설명합니다. 성질이 따뜻하다는 옛 서술은 성분표의 항목과 하나씩 맞대어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분석들은 무엇이 들었는지를 밝힌 것이고, 마셨을 때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두충나무를 심는다면

두충나무는 해마다 자라 키가 큰 나무가 됩니다. 채소 두둑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텃밭 가장자리나 울타리 쪽에 자리를 잡아 주세요. 묘목은 북반구 기준 3~4월에 심고, 잎은 같은 기준으로 5~7월에 거둡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은 호미클럽 두충나무 작물 도감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거두기 좋은 부위는 잎입니다. 껍질을 벗기면 나무가 상하지만, 잎은 껍질을 건드리지 않고 해마다 거둘 수 있습니다. 묘목을 고를 때는 잎 한 장을 천천히 찢어 보세요. 잎에도 구타페르카가 쌓여 있어 가는 실이 이어집니다.

껍질은 볶아 달이고, 잎은 덖어 말리기

말린 껍질은 약재 상점이나 차 상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껍질을 썰어 마른 팬에 볶아 보세요. 흰 실이 끊어져 달이기 쉬워지고 구수한 향이 납니다. 태우지 말고 색이 조금 짙어질 때까지만 볶습니다. 《동의보감》이 결을 가로질러 썰라고 한 것도 이 실을 끊기 위해서였습니다.

달일 때는 물 1,500ml에 볶은 껍질 한 줌을 넣습니다. 하루치로 넉넉합니다. 대추를 함께 넣으면 단맛이 돌아 마시기 수월해지고, 생강 두어 쪽을 마지막에 넣으면 생강 향이 더해집니다.

여름에는 잎차를 만들어 보세요. 딴 잎을 씻어 물기를 뺀 뒤 팬에 낮은 불로 덖어 말립니다. 완전히 마르면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둡니다. 껍질차와 잎차를 번갈아 우려 맛을 견주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드시는 약이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꾸준히 마시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세요.

오늘 저녁, 말린 두충 껍질 한 조각을 꺾어 흰 실을 확인한 뒤 볶아서 대추와 함께 달여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탕액편 木部 「杜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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