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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귤피까지 거두는 화분 귤나무 기르기

봄에 묘목을 들여 겨울 추위만 피해 주면, 가을에 딴 귤의 껍질을 말려 진피까지 묵힐 수 있습니다.

10월이면 화분 귤나무의 열매가 초록에서 주황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북반구에서는 지금부터 12월까지가 귤을 따는 철이고, 껍질을 말려 귤피를 만들기에도 알맞은 때입니다. 다만 사서 먹는 귤의 껍질은 잔류 농약과 코팅 왁스가 가장 많이 남는 부위입니다. 껍질까지 차로 마실 생각이라면 나무 한 그루를 직접 길러 볼 만합니다.

귤피는 귤나무 열매의 껍질입니다. 갓 벗긴 것을 귤피, 해를 넘겨 묵힌 것을 진피(陳皮)라 부릅니다. 1613년 조선에서 펴낸 의서 《동의보감》은 오래 묵은 것이 좋아 陳皮라 한다고 적었습니다. 두 이름은 같은 껍질을 얼마나 묵혔느냐로 나뉘므로, 진피용 묘목을 따로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남쪽 섬 제주에서는 겨울에 귤을 먹고 남은 껍질을 말려 차로 쓰는 일이 지금도 이어집니다.

심기 — 봄에 접목 묘목을 화분으로

귤나무는 겨울이 온화한 아열대의 상록 과수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스페인·튀르키예·이집트·모로코·일본에서 많이 기릅니다. 연평균기온 15℃ 안팎인 곳이 알맞고, 잘 자라는 온도는 20~30℃입니다. 영하 5℃ 아래로 내려가면 잎과 가지가 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겨울이 이보다 추운 곳이라면 화분에 심어 철마다 자리를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심는 때는 북반구 기준 3~4월, 남반구 기준 9~10월입니다. 씨앗부터 키우면 열매를 보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니, 접목한 묘목을 구해 보세요. 화분은 바닥 구멍으로 물이 잘 빠지는 것을 고르고, 해가 오래 드는 자리에 두세요.

돌보기 — 비와 추위를 피해 옮겨 주기

귤나무가 자라는 온도 범위는 10~35℃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깥 햇빛 아래에 두고, 밤 기온이 0℃ 가까이 떨어지면 실내의 밝은 창가로 들여놓으세요. 비가 잦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갈라지므로, 비가 며칠씩 이어질 때는 화분을 처마 아래로 옮겨 주세요.

열매가 익는 10월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있어야 껍질의 향과 색이 짙어집니다. 그래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서둘러 실내로 들이기보다 서늘한 밤공기를 맞게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감귤 특유의 향은 껍질에 든 d-리모넨(d-limonene)이 냅니다.

껍질까지 먹을 나무이니 농약은 되도록 쓰지 않습니다. 잎 뒷면을 자주 살피고, 벌레가 보이면 손으로 떼어 내 보세요.

거두기 — 주황빛이 고르게 들면

북반구에서는 10~12월(남반구는 4~6월)에 열매를 땁니다. 껍질 전체에 주황빛이 고르게 돌면 꼭지를 가위로 잘라 따 보세요. 손으로 잡아당기면 꼭지 둘레 껍질이 찢어지기 쉽습니다. 직접 기른 귤도 껍질에 먼지가 묻어 있으니, 굵은소금이나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물기를 닦아 냅니다. 사서 쓰는 귤이라면 무농약이면서 왁스를 입히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말리고 묵히기 — 귤피에서 진피로

알맹이를 먹고 남은 껍질은 잘게 찢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펼쳐 말립니다. 《동의보감》은 안쪽 흰 부분을 남길지 벗길지에 따라 쓰임을 둘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처음 말릴 때는 흰 부분을 남긴 것과 긁어낸 것을 따로 말려 맛을 비교해 보세요. 바싹 마른 껍질은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고, 해를 넘기면 진피로 씁니다.

껍질에는 헤스페리딘(hesperidin), 잼을 굳게 하는 펙틴(pectin), 쓴맛과 향의 일부를 내는 노빌레틴(nobiletin)·탄제레틴(tangeretin)이 들어 있습니다. 귤 껍질에서 뽑은 헤스페리딘으로 시험관과 동물 실험을 해 항산화 지표를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차로 우려 마셔 얻는 양은 연구에 쓰인 양보다 훨씬 적습니다. 《동의보감》 果部에도 橘皮로 실려 있지만, 이는 옛 의서의 기록이고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귤피차는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즐기면 됩니다.

부엌에서 — 생강·대추·고기 요리와 함께

도감의 생강·대추 항목을 함께 보면 겨울 차 재료를 한 번에 챙길 수 있습니다.

  • 생강과 함께: 말린 귤피와 생강을 3 g 정도씩 물 500 ml에 넣고 10분쯤 끓이면 매운 향과 감귤 향이 겹칩니다. 설탕 대신 대추로 단맛을 낼 수도 있습니다.
  • 대추와 함께: 대추의 단맛이 귤피의 쌉쌀한 맛을 줄여 줍니다. 대추는 갈라서 넣어야 맛이 잘 우러납니다.
  • 고기 요리에: 삼겹살(돼지 뱃살) 같은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삶아 썬 돼지고기)을 만들 때 손톱만 한 귤피 두세 조각을 넣으면 누린내가 줄어듭니다.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남습니다.

묘목을 들이기 전이라도, 오늘 먹은 귤 껍질부터 씻어 그늘에 펼쳐 말려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果部 橘皮 원문, 농사로(한국 농업기술 정보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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