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끝자락 화단에는 꽃대가 반쯤 마른 곳과 아직 분홍 꽃잎이 남은 곳이 섞여 있습니다. 패랭이꽃(Dianthus chinensis)은 여름 내내 조금씩 피고 지는 여러해살이라, 북반구 기준으로 6월부터 8월까지 꽃을 봅니다. 길가와 담장 아래에도 흔해서 심은 적 없는 그루가 텃밭 가장자리에 자리 잡기도 합니다.
지금 남은 꽃잎은 따서 식탁에 올릴 수 있고, 여문 꼬투리는 그대로 두면 이듬해 포기가 늘어납니다. 화단에서 흔하게 보는 이 꽃은 옛 의서에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구맥이라 적힌 이름
《동의보감》 초부(草部)에는 이 꽃이 구맥(瞿麥)으로 실려 있고, 한국어 이름은 석죽화라 적혀 있습니다.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매우며, 달다고도 한다고 적었습니다. 독은 없다고 했습니다. 석죽(石竹)이라는 딴 이름도 함께 적었습니다. 곳곳에 있다고 했고, 씨가 보리알을 닮아 구맥이라 불렀다는 이름의 유래도 밝혔습니다.
거두는 때도 적어 두었습니다. 입추(立秋, 북반구 기준 8월 초 절기)가 지난 뒤 씨와 잎을 함께 거두어 그늘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줄기와 잎은 쓰지 않고 열매 껍질만 쓴다는 말도, 임신 중에는 쓰지 말라는 취지의 서술도 같은 항목에 남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옛 의서의 기록이고, 오늘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표제와 풀이는 《동의보감》 석죽화 항목에 옮겨 두었습니다.
오늘의 분석이 짚는 성분
패랭이꽃속 식물에서는 트리테르펜 계열 사포닌(saponin)이 분리되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씨와 잎에 상대적으로 많다는 결과도 같은 분석에 실렸습니다. 무엇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무리에서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확인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꽃잎의 분홍빛과 붉은빛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에서 옵니다. 색소 분석으로 확인된 사실이고, 산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성질도 함께 알려져 있습니다. 식초를 쓴 드레싱에 얹었을 때 색이 더 또렷해지는 것이 이 성질과 이어집니다.
겹치는 서술과 다른 서술
부위에 관한 서술은 겹칩니다. 옛 책은 씨와 잎을 거두라고 했고, 사포닌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보고된 부분도 씨와 잎입니다. 다만 같은 항목 안에 열매 껍질만 쓴다는 말이 함께 남아 있어, 그 서술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습니다.
쓰임에서는 갈라집니다. 옛 책은 성질이 차다는 데서 쓰임을 끌어냈고, 오늘의 분석은 성분이 무엇인지까지만 말합니다. 사람이 먹었을 때 어떤 도움을 받는지 확인한 자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꽃은 약처럼 다루기보다 색을 즐기는 식용 꽃으로 두는 편이 맞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약을 먹는 중이라면 꽃잎이라도 양을 줄이고, 옛 기록에 남은 주의는 그대로 따르시는 편이 낫습니다.
심기와 거두기
파종은 북반구 기준으로 4월과 9월입니다. 봄에 뿌리면 그해 여름에 꽃을 보고, 가을에 뿌리면 어린 그루로 겨울을 나 이듬해 6월부터 핍니다. 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흙이면 손이 거의 가지 않습니다. 화분이라면 굵은 모래를 섞어 주세요. 진 꽃을 잘라 주면 8월까지 새 꽃대가 올라옵니다. 달력과 재배 조건은 패랭이꽃 도감에 정리돼 있습니다.
꽃잎을 식탁에 올리는 법
- 흰 밑동을 떼고 씁니다. 그 부분에서 쓴맛이 돕니다.
- 샐러드에는 맨 마지막에 흩어 얹습니다. 가벼워서 먼저 넣으면 눌립니다. 식초를 쓴 드레싱과 함께라면 분홍빛이 살아납니다.
- 달걀흰자를 얇게 바르고 고운 설탕을 뿌려 말리면 장식으로 오래 갑니다. 다 마른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보세요. 물기가 닿으면 하루 만에 눅습니다.
- 얼음틀에 한 장씩 넣고 물을 부어 얼립니다. 음료에 띄우면 녹으면서 색이 풀립니다.
오늘 화단에서 색이 가장 진한 몇 송이를 따 흰 밑동을 떼고 얼음틀에 넣어 보세요. 남은 꽃대는 그대로 두면 씨가 여물어 9월에 뿌릴 몫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