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스피어민트 화분을 두 개 나란히 두고 기르다 보면, 잎을 비볐을 때 향이 서로 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마트에서 산 모종과 이웃이 나눠 준 모종이 같은 스피어민트인데도 한쪽은 향이 진하고 한쪽은 옅죠.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이란에서 여덟 지역의 스피어민트를 한자리에 모아 심고 비교한 연구가 그 이유를 잘 보여 줍니다.
산지에 따라 향과 수확량이 달라집니다
연구진은 곰, 잔잔, 카즈빈, 알보르즈, 케르만샤, 로레스탄, 길란, 케르만 여덟 지역에서 자란 스피어민트를 같은 밭에 심고 세 차례 반복해 재배했습니다. 같은 종인데도 지역마다 결과가 크게 갈렸습니다.
- 말린 꽃대 수확량: 1헥타르당 1,537kg에서 3,453kg까지
- 향을 내는 정유(에센셜 오일) 함량: 0.94%에서 2.36%까지
- 1헥타르에서 얻는 정유량: 길란산 21.3kg, 곰산 54.8kg
수확량은 두 배 넘게, 정유량은 곰산이 길란산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어느 지역 계통이냐에 따라 향의 진하기와 거둘 양이 크게 달라집니다.
잎 색과 성분도 지역마다 다릅니다
차이는 향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잎을 푸르게 하는 엽록소, 노란빛을 내는 카로티노이드, 그리고 항산화와 관련된 플라보노이드와 페놀 성분의 양도 지역마다 뚜렷하게 달랐습니다. 같은 흙과 같은 물을 줘도 계통이 다르면 잎에 쌓이는 성분이 달라진 것입니다. 요리에 쓰는 스피어민트라면 향이 진한 계통이, 차나 건강을 챙기는 목적이라면 항산화 성분이 넉넉한 계통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스피어민트 한 가지'로 뭉뚱그리기는 어렵습니다.
염색체 수가 다른 개체도 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역마다 염색체 수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여섯 지역 계통은 염색체가 24개(2배체)였는데, 길란 계통은 36개(3배체), 케르만 계통은 48개(4배체)였습니다. 스피어민트는 여러 박하가 자연 교잡해 생긴 잡종이라 이런 차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염색체 수가 많은 계통은 잎이 크고 성분이 진해지는 경우가 있어, 향이나 수확량이 좋은 새 품종을 만드는 육종에 쓸모가 있습니다. 텃밭 재배자에게 당장 필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우리가 기르는 스피어민트가 저마다 다른 배경을 지녔다는 점은 알아 둘 만합니다.
그러니 스피어민트를 새로 들일 때는 모종 한 포기만 보지 말고, 가능하면 두세 곳에서 얻어 나란히 길러 보세요. 잎을 손끝으로 비벼 향을 맡아 보고, 그중 향이 진하고 잎이 튼튼한 포기를 골라 꺾꽂이로 늘려 가면 우리 집 입맛에 맞는 스피어민트를 갖게 됩니다. 오늘 베란다의 민트 화분부터 향을 한번 맡아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