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텃밭 가장자리에서 율무 대 끝이 여문 알의 무게로 휘어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 흙 온도가 15℃를 넘었을 때 넣은 씨가 여름 동안 1.5m 가까이 자랐습니다. 율무는 벼과 한해살이 곡물로 생육 적온이 20~30℃이고, 서리를 맞으면 죽습니다. 중국이 주산지이며 태국·라오스·한국·일본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10~11월에 대를 베어 말렸다면, 이 알곡은 무엇과 함께 먹으면 좋을까요?
먹기 전에 총포부터 벗깁니다
율무 알은 총포(알을 감싼 단단한 겉싸개)에 싸여 있어 거둔 그대로는 먹지 못합니다. 도정으로 총포를 벗겨야 밥솥이나 팬에 넣을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 穀部(곡식 편)의 薏苡仁(율무 알) 항목에는 손질법이 적혀 있습니다. 열매를 쪄서 김이 오르면 볕에 말린 뒤, 갈거나 비벼서 알맹이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같은 항목에는 씹었을 때 이에 달라붙는 것을 제대로 된 율무로 가린다는 감별법도 남아 있습니다.
밭 둘레에서 비슷한 열매를 보면 먼저 구별해 보세요. 총포가 더 단단하고 반질반질한 염주는 율무와 같은 무리지만 알곡으로 먹지 않습니다.
쌀에 섞어 밥을 짓습니다
율무를 처음 식탁에 올린다면 밥이 가장 손쉽습니다.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본 분이라면 알곡마다 익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겪어 보셨을 겁니다. 율무도 쌀보다 늦게 익으므로 서너 시간 미리 불려 두세요.
섞는 양은 쌀의 10% 안팎이 알맞습니다. 쌀 300g에 율무 30g쯤입니다. 율무를 너무 많이 섞으면 밥이 푸석해집니다. 처음에는 이 비율로 지어 보고, 식구들 입맛에 맞춰 조금씩 조절해 보세요.
볶아서 물을 끓입니다
도정한 율무를 기름 없이 마른 팬에 올려 저어 가며 볶습니다. 알 겉에 갈색이 돌면 불에서 내립니다. 볶은 율무를 물에 넣고 끓이면 식사에 곁들일 구수한 물이 됩니다. 볶는 정도에 따라 물의 색과 향이 달라집니다. 오래 볶을수록 색이 짙고 향이 진해집니다. 다만 태우면 쓴맛만 남습니다. 한 번에 많이 볶아 두기보다 며칠 마실 만큼씩 볶아 쓰세요.
가루를 우유·두유에 풀어 마십니다
볶은 율무를 곱게 갈면 우유나 두유에 타 마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타면 곡물 특유의 거친 맛이 덜 느껴집니다. 가루를 뜨거운 액체에 한 번에 쏟으면 덩어리가 지니, 조금씩 넣으며 저어 풀어 주세요.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으므로 마시는 동안에도 몇 번 저어 주면 됩니다. 아침에 데운 두유 한 잔에 율무 가루를 조금씩 풀어 보세요.
성분 기록과 보관
성분표를 보면 도정 율무의 지방은 100g당 5g 안팎으로, 쌀이나 보리보다 많습니다. 도정한 율무를 오래 두면 산패(기름이 공기와 만나 변질되는 것) 냄새가 나는 것도 이 지방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정한 알은 먹을 만큼씩 나눠 밀폐 용기에 담고,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어 먼저 담은 것부터 쓰세요.
율무 씨앗(종실)에서 코익솔(coixol)과 코익세놀라이드(coixenolide) 같은 성분을 분리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성분들이 겉껍질과 속겨 쪽에 더 몰려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성분 조성에 관한 보고이고, 효능을 말하는 자료는 아닙니다. 《동의보감》은 율무의 성질을 조금 차다고 하면서 평하다는 설도 함께 적었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지 현대 의학의 판단은 아닙니다.
도정한 율무 30g을 밥 짓기 서너 시간 전에 물에 담가 두었다가, 오늘 저녁 쌀 300g과 함께 안쳐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穀部 薏苡仁 · 한국 농촌진흥청 농사로 · 한국 국가표준식품성분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