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클럽 — 도시에서 작물을 키우고, 먹고, 건강해지는 이야기.
모시, 먹는 부위는 뿌리일까요 잎일까요
북반구 기준으로 모싯잎은 5월부터 9월까지 땁니다. 9월은 그해 잎을 딸 수 있는 마지막 달입니다. 모시를 처음 찾아보면 옷감 이야기와 떡 이야기, 옛 의서에 실린 뿌리 이야기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그래서 어느 부위를 먹고 어느 부위를 먹지 않는지부터 헷갈리기 쉽습니다.
용안 — 밭에 없어도 몸에 닿는 열매
북반구 기준 9월, 텃밭에는 거둘 것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고추는 붉어지고 들깨는 잎이 두꺼워집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 잎채소를 넣을 자리도 봅니다. 그런데 이 계절 부엌 선반에는 밭에서 나오지 않은 열매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검붉게 오그라든 말린 용안육입니다. 리치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용안은 덜 알려진 열매입니다.
염교를 먹고 배가 부푼다면, 프룩탄과 내 몸이 받는 양
북반구에서는 8~9월이 염교 종구를 흙에 묻는 때입니다. 지금 화분에 심어 두면 염교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6~7월에 흰 비늘줄기를 캘 수 있습니다. 그사이 손이 거의 가지 않고, 베란다에서도 잘 자랍니다. 지난 초여름에 캔 염교로 락교(소금에 절였다가 식초와 설탕에 담근 염교)를 만들어 두었다면 지금쯤 병도 꽤 비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새콤한 알을 몇 개 먹은 날 저녁, 아랫배가 부풀고
껍질째 먹는 다래, 무엇과 곁들일까요
9월 산기슭에서 덩굴이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른 자리를 올려다보면, 지름 2~3cm 되는 초록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다래입니다. 껍질에 털이 없어 씻어서 통째로 먹습니다. 산에서 딴 열매를 손질 없이 그대로 입에 넣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떫은 도토리가 묵 한 그릇이 되기까지
9월 산기슭 참나무 아래에는 도토리가 그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또 몇 개가 떨어집니다. 지금이 거두는 때입니다. 다만 갓 주운 열매를 그대로 깨물면 혀가 오그라들 만큼 떫습니다. 그 떫은맛을 덜어 내는 손질을 거쳐야 도토리가 먹을거리가 됩니다.
쓴맛으로 겨울을 나는 잎, 고바기
9월 중순의 텃밭에는 여름 작물을 걷어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고추 대를 뽑고 남은 이랑을 그대로 두기 아깝다면, 이때 뿌려 둘 씨로 고바기(Ixeridium dentatum)가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9월에 뿌린 씨는 서늘해지는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잎은 겨울을 견딘 뒤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옵니다.
미나리, 동의보감이 본 건강
호미님, 봄이 깊어지면 물길 가까운 텃밭 한켠이 유난히 푸르게 변합니다. 미나리가 올라오는 자리입니다. 손으로 한 줄기 꺾어 코에 대면 물내 섞인 풋풋한 향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데쳐서 무치면 밥상이 산뜻해지고, 매운탕에 한 줌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마당비를 매던 댑싸리, 《동의보감》의 지부자에서 오늘의 밥상까지
9월 중순, 텃밭 가장자리에 둥글게 자란 포기 끝이 붉은 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봄에 뿌린 댑싸리(Bassia scoparia)입니다. 가지마다 작은 씨가 촘촘히 붙었고, 가을이 깊어지면 포기 전체가 붉게 물듭니다. 옛 의서는 이 씨를 약재 이름으로 불렀고, 줄기는 마당을 쓰는 비가 되었습니다. 한 포기에서 먹을거리와 살림 도구를 함께 얻던 풀입니다.
제철 배는 몸에 어디까지 닿을까요
9월 중순, 배나무 가지 끝에서 누렇게 익은 열매가 하나둘 무게를 더합니다. 한 알을 따서 껍질을 깎으면 칼날을 따라 즙이 흘러 손끝이 젖습니다. 북반구에서는 9~10월에 배를 거둡니다. 배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기르고, 한국·일본·대만에서도 많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