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텃밭을 정리하다 보면 고춧대와 가지 줄기, 시든 상추 잎이 한쪽에 수북이 쌓입니다. 이것들을 밭 밖으로 내보낼지 흙 위에 남겨 둘지는 해마다 고민되는 일이죠. 이 물음과 이어지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흙 속에 탄소가 얼마나 쌓이는지를 계산하는 새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흙 속 탄소는 어디서 올까요
흙 속 탄소는 대부분 식물에서 옵니다. 떨어진 잎과 뿌리, 거두고 남은 줄기를 흙 속 미생물이 분해하면 일부는 이산화탄소가 되어 공기로 나가고, 일부는 미생물의 몸과 분해 산물로 흙에 남습니다. 흙이 짙은 갈색을 띠고 한 줌 쥐었을 때 부슬부슬 뭉쳤다 부서지는 것은 이렇게 쌓인 유기물 덕분입니다. 유기물이 많은 흙은 물과 양분을 오래 머금어, 상추·시금치 같은 잎채소가 여름 가뭄에도 덜 시들고 고르게 자랍니다.
그러나 흙 속 탄소량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흙을 떠서 말린 뒤 실험실에서 태워 분석해야 하고, 넓은 지역을 살피려면 수천 곳에서 시료를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시료가 없는 곳의 탄소량을 컴퓨터 모델로 추정해 왔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50배 효율이 높은 인공지능
새로 발표된 모델은 앞서 쓰이던 비슷한 모델보다 효율이 약 50배 높습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농업과 생물지구화학(생물과 흙·물·공기 사이를 오가는 원소의 흐름을 다루는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찾아내는 데 쓰인 초기 인공지능 도구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습니다.
효율과 함께,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생물학적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밝혀 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성과로 꼽았습니다. 흙으로 치면 미생물이 식물 찌꺼기를 분해한 뒤 얼마만큼을 흙에 남기고 얼마만큼을 공기로 내보내는지 같은 물음이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다만 연구진도 이번 결과는 원리를 확인한 단계라고 봅니다. 농가나 텃밭에서 흙을 바로 재는 도구는 아직 아닙니다.
호미클럽의 해석: 내 텃밭 흙에 탄소를 남기려면
이런 모델은 주로 넓은 지역의 흙을 대상으로 탄소량을 추정합니다. 몇 제곱미터 남짓한 텃밭의 수치를 알려 주지는 않으므로, 집에서는 흙에 탄소가 쌓이도록 돕는 습관부터 들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북반구 기준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해 볼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뿌리는 흙에 남겨 두세요. 고추·가지를 거둔 뒤 포기째 뽑지 말고 땅 높이에서 줄기를 잘라 두면, 뿌리가 흙 속에서 그대로 분해됩니다.
- 맨흙을 그대로 두지 마세요. 마른 낙엽이나 짚을 3~5cm 두께로 덮어 두면 겨울비에 흙이 쓸려 나가는 일이 줄고, 덮개는 봄까지 아래쪽부터 천천히 분해됩니다.
- 늦게 뿌려도 싹이 잘 트는 호밀을 덮개작물(빈 땅을 덮으려고 기르는 작물)로 길러 보세요. 온대 지역이라면 대체로 10월 말까지 뿌릴 수 있고, 겨울 동안 뿌리가 흙 속으로 뻗어 유기물을 보탭니다. 봄에 베어 흙 위에 깔아 두면 됩니다.
- 삽으로 깊이 갈아엎는 횟수를 줄여 보세요. 흙을 뒤집으면 공기가 들어가 유기물 분해가 빨라지고, 그만큼 탄소가 공기로 빠져나갑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흙 속 탄소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므로 한두 해 만에 눈에 띄는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덜 익은 퇴비나 생풀을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분해되는 동안 미생물이 질소를 먼저 차지해 어린 작물 잎이 누렇게 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실험실 분석 대신 흙 색이 짙어지는지, 한 삽 떴을 때 지렁이가 몇 마리 보이는지, 비 온 뒤 물이 고이지 않는지를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적어 두면 변화를 대략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늘 고춧대를 정리한다면 뿌리째 뽑는 대신 땅 높이에서 잘라 보세요. 흙에 남은 뿌리는 겨울을 지나며 분해되고, 그 일부가 흙 속 유기물이 됩니다.
참고: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의 토양 탄소 인공지능 모델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