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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짙은 주황빛 호박, 삶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페루 재래종 로체 호박 분석으로 본 늙은호박 영양 챙기는 법

서리 내리기 전에 거둬 처마 밑에 두었던 늙은호박을 반으로 가르면 속살이 짙은 주황빛으로 올라옵니다. 이 색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 그 성분이 삶은 뒤에도 남아 있는지는 텃밭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궁금해할 대목입니다.

페루 북부의 오래된 호박, 로체

로체 호박은 페루 북부 람바예케 지역에서 오래 길러온 재래종입니다. 씨가 거의 맺히지 않아 줄기를 잘라 심는 방식으로 대를 이어왔습니다. 고대 모체 문명의 음식 전통에도 그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학명은 쿠쿠르비타 모스카타로, 우리 텃밭의 늙은호박·단호박과 같은 종입니다. 품종만 다를 뿐 성분을 따지는 기준은 같습니다.

연구진이 생과육을 정밀 분석해 열여섯 가지 성분을 확인했습니다. 페놀산과 하이드록시신남산 계열, 쿠마린, 여기에 당이 붙은 유도체가 함께 나왔습니다. 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 중에서는 루테인이 가장 많았고, 비타민 E 계열에서는 알파 토코페롤이 가장 많았습니다.

  • 루테인·제아잔틴 — 눈 안쪽 망막의 황반에 쌓이는 색소로, 나이가 들며 생기는 시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알파 토코페롤 — 비타민 E의 대표 형태로, 세포막의 지질이 산화되는 것을 막습니다.
  • 페놀산 — 항산화 작용을 하지만, 몸에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성분마다 차이가 큽니다.

삶으면 무엇이 남을까

같은 과육을 끓는 물에 삶은 뒤 다시 재 보니 성분량이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손실이 가장 컸던 쪽은 토코페롤로, 원래 양의 10~20% 정도만 남았습니다. 페놀산도 열에 오래 견디지 못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주황빛을 내는 카로티노이드는 상대적으로 잘 버텼습니다. 오래 삶은 호박죽이 색을 잃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들어 있는 양과 흡수되는 몫은 다릅니다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과 몸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릅니다. 연구진은 사람의 소화 과정을 시험관에서 재현했습니다. 위와 소장을 거친 뒤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옮겨간 비율을 쟀습니다. 제아잔틴이 70% 남짓으로 가장 높았고, 토코페롤도 중간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페놀산은 3% 안팎에 그쳤습니다. 삶는 과정에서 크게 줄어든 데다 흡수까지 어려운 성분이라면, 호박을 먹는 이유로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이어서 사람의 장 세포를 배양한 모형에 이 소화액을 넣어 보았습니다. 세포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세포 안의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티온 수치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호박의 항산화 성분이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식탁에 올리는 법

남는 몫은 조리 방법에서 갈립니다. 다음 손질부터 바꿔 보세요.

  • 삶는 대신 껍질째 쪄 보세요. 물에 잠겨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남는 성분이 많습니다.
  • 들기름 한 숟갈이나 견과를 곁들여 보세요. 루테인·제아잔틴·토코페롤은 모두 기름과 함께 먹어야 흡수됩니다.
  •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죽이나 수프 국물로 쓰세요. 물로 빠져나간 성분을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 씨앗은 씻어 말린 뒤 살짝 볶아 보세요. 호박씨는 과육보다 비타민 E와 아연이 넉넉한 편입니다.

과육의 주황빛이 짙을수록 카로티노이드가 많습니다. 오늘 호박을 손질한다면 껍질에 가까운 짙은 부분을 두껍게 깎아내지 말고 남겨 보세요.

참고 — 국제 학술지 식물성 식품과 인간 영양에 실린 로체 호박 성분 분석·생체접근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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