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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eepak Ramesha on Pexels

작물 도감

입맛 넓은 흙곰팡이가 해충을 잡고 작물을 먹입니다

흙을 살아 있게 두면 벌레도 다스리고 거름도 되는 곰팡이가 텃밭을 돕습니다

여름 텃밭에서 배춧잎을 들추면 잎맥을 따라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 초록 애벌레가 붙어 있는 날이 있습니다. 새순이 진딧물로 덮인 고추 포기도 눈에 띕니다. 손으로 잡아내고 물로 씻어내도 며칠이면 다시 생깁니다. 그런데 같은 밭이라도 흙이 건강한 이랑에서는 벌레 피해가 덜한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흙 속에는 해충을 감염시켜 죽이는 곰팡이가 이미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곰팡이가 벌레도 잡고 뿌리도 먹입니다

메타리지움(Metarhizium)이라는 흙곰팡이가 대표적입니다. 이 곰팡이는 살아가는 방식이 특이합니다. 딱정벌레 애벌레나 진딧물 같은 곤충의 몸에 균사를 밀어 넣고, 몸속에서 자라 벌레를 서서히 죽입니다. 죽은 벌레는 흙에서 분해되고, 곰팡이는 낙엽이나 뿌리 부스러기 같은 유기물도 함께 삭힙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흙곰팡이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작물 뿌리와의 관계입니다. 메타리지움은 뿌리 곁에 자리를 잡고, 죽은 벌레에서 얻은 질소를 작물 뿌리로 넘겨줍니다. 곤충의 몸은 단백질이 많아 질소가 넉넉한 먹이입니다. 곰팡이가 이 질소를 뿌리에 전달하면 작물은 거름을 따로 준 것처럼 잘 자랍니다. 곰팡이는 그 대가로 뿌리가 내놓는 당분을 얻습니다. 한 종이 벌레를 죽이는 일과 작물을 먹이는 일을 함께 하는 셈입니다.

먹이 폭이 넓은 곰팡이가 더 잘합니다

먹이의 폭이 넓다는 것이 왜 힘이 될까요? 곰팡이마다 먹는 대상이 다릅니다. 한두 종류의 곤충만 노리는 곰팡이가 있고, 여러 곤충과 여러 유기물을 두루 소화하는 곰팡이가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진이 여러 메타리지움을 견주어 보니, 먹이를 가리지 않고 두루 먹는 종일수록 더 많은 해충을 죽였고 뿌리로 넘기는 질소의 양도 많았습니다.

이유는 이렇게 추정됩니다. 여러 먹이를 소화하려면 다양한 효소와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그 능력이 곤충의 단단한 껍질을 뚫는 데에도, 흙 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에도 함께 쓰입니다. 먹이를 가리지 않는 곰팡이가 밭에서 만나는 여러 해충과 여러 조건에 두루 대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아직 모든 종에서 똑같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흙을 여러 생물이 어울려 사는 상태로 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쪽을 여러 연구가 함께 가리킵니다.

텃밭에서 이 곰팡이를 살리는 법

이런 곰팡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밭흙에 흔히 삽니다. 다만 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잘 살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몇 가지를 오늘부터 챙겨 보세요.

  • 화학 살충제를 넓게 뿌리는 일을 줄여 보세요. 해충을 잡으려다 흙 속 이로운 곰팡이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 수확이 끝난 자리에 낙엽이나 풀, 잘게 썬 작물 잔사를 덮어 주세요. 유기물이 곰팡이의 먹이가 됩니다.
  • 흙을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뒤집지 마세요. 균사가 이어 놓은 흙 속 연결이 끊기면 곰팡이가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 메타리지움이나 뷰베리아(Beauveria)를 넣은 미생물 제제(생물농약)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진딧물이나 총채벌레가 심한 철에 흙과 잎에 뿌려 두면 도움이 됩니다.

이 곰팡이는 사람에게 해가 없고 벌이나 지렁이 같은 이로운 생물에도 영향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학 농약을 줄이면서 해충을 다스리고 싶은 텃밭에 잘 맞습니다.

수확이 끝난 이랑에 오늘 낙엽 한 켜만 덮어 두세요. 흙 속 곰팡이가 다음 철의 해충을 대신 맡아 줄 바탕이 됩니다.

참고 —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곤충병원성 곰팡이 메타리지움 연구, 브록대학교 마이클 비도치카 연구진의 곰팡이 질소 전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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