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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yutaro Tsukata on Pexels

건강

올방개, 날로 깨물어도 될까요

물에서 캔 덩이줄기를 씻고, 칼로 벗기고, 속까지 익히는 이유

북반구에서 11월로 넘어가면 물확에 선 올방개 줄기가 누렇게 마릅니다. 물을 빼고 진흙을 헤치면 검고 단단한 덩이줄기가 손에 잡힙니다. 처음 캐 본 사람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대개 하나입니다. 이걸 날로 깨물어 봐도 될까요?

물에서 자란 덩이줄기는 날로 먹지 않습니다

올방개(Eleocharis kuroguwai)는 사초과의 여러해살이 물풀로, 중국·한국·일본에서 주로 자랍니다. 곧게 선 초록 부분은 잎처럼 보이지만 속이 빈 줄기이고, 먹는 부위는 물 밑 흙 속에 달린 덩이줄기입니다. 이 덩이줄기는 자라는 내내 물과 진흙에 잠겨 있습니다.

기생충학 문헌은 논·연못·도랑에서 자란 수생 채소의 열매와 덩이줄기 표면을 장흡충(Fasciolopsis buski)이 사람에게 옮겨 가는 경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물달팽이를 거친 유충이 물풀 겉에 붙어 피낭유충(metacercaria)이 되고, 사람이 그 물풀을 날로 씹거나 껍질을 이로 벗길 때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집 물확은 논보다 단순하지만, 그 물에 달팽이가 들었는지 늘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물에서 기른 올방개는 생으로 무치거나 갈아 마시지 않고, 아이에게 생것을 간식으로 쥐여 주지도 않습니다.

씻고, 칼로 벗기고, 속까지 익혀 보세요

  • 캐낸 덩이줄기는 흐르는 물 아래에서 솔이나 손으로 문질러 진흙을 떨어냅니다. 물에 담가 두기보다 물을 틀어 놓고 씻어 보세요.
  • 껍질은 도마 위에서 칼로 벗깁니다. 이로 껍질을 물어 벗기지 않습니다. 표면에 붙은 것이 입으로 곧바로 옮겨 가기 때문입니다.
  • 벗긴 속살은 가운데까지 익힙니다. 볶을 때는 도톰하게 썰어 센 불에 올리고, 밥이나 죽에는 잘게 썰어 넣고 함께 익혀 보세요.
  • 완자나 만두소에 넣을 때는 다진 뒤 한 번 짜서 물기를 빼고, 다 익은 뒤 하나를 갈라 속을 확인해 보세요. 소금 간은 마지막에 맞춥니다.

손질을 마친 칼과 도마는 샐러드 채소를 썰기 전에 씻어 둡니다. 생 덩이줄기에 묻어 있던 흙물이 날로 먹는 채소로 옮겨 가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익혀도 아삭함이 남습니다

익혀 먹으라는 말에 식감부터 걱정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덩이줄기 채소는 대개 오래 익히면 무르기 때문이죠.

근연종인 남방개(Eleocharis dulcis)를 분석한 연구진은 세포벽의 페룰산(ferulic acid)이 서로 결합해 있어서 가열한 뒤에도 조직이 쉽게 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올방개를 직접 분석한 자료는 아니지만, 같은 속의 덩이줄기여서 비슷한 식감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볶음에 넣으면 물러진 채소 사이에서 씹히는 맛이 남고, 오래 볶을수록 단맛이 돕니다. 이 연구는 조직과 성분을 다룬 것이며 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영어권에서 water chestnut이라 부르며 통조림으로 파는 것은 대개 이 남방개입니다. 영어 요리법이나 영양 자료를 찾아볼 때는 학명을 보고 두 종을 가려 읽어 보세요.

성분과 옛 기록

덩이줄기에 많은 것은 전분(starch)입니다. 가루를 내어 쓰던 저장 탄수화물로, 죽에 넣으면 국물에 풀려 걸쭉해집니다. 식이섬유(dietary fiber)는 세포벽을 이루며 씹는 맛을 만들고, 칼륨(potassium)은 덩이줄기 채소에서 흔히 확인되는 무기질입니다. 도감에 함량 수치는 없으므로, 끼니의 탄수화물 일부를 채우는 식재료로 보면 알맞습니다.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오우(烏芋) 항목이 올ᄆᆡ라는 한글 이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조금 차고 맛이 쓰고 달다고 했고, 독이 없다는 기록과 독이 있다고도 한다는 기록을 나란히 두었습니다. 뿌리는 삶아 익히면 먹을 만하다고 했고, 음력 정월과 2월에 캐어 먹으며 흉년에는 많이 캐어 양식으로 삼았다고 남겼습니다. 옛사람들도 익혀서 먹었던 것이죠.

다만 같은 항목은 잎을 화살촉에 견주었습니다. 올방개는 잎 없이 속 빈 줄기만 곧게 섭니다. 그래서 오우가 올방개를 가리키는지는 학자마다 견해가 갈립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이 확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심는 시기와 물확 관리는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올방개 항목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심어 11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캡니다.

오늘 캔 올방개가 있다면 하나를 칼로 벗겨 썰고, 센 불에 볶은 뒤 갈라서 속까지 익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출처: 허준, 《동의보감》 菜部 烏芋 항목 · 장흡충 전파 경로에 관한 기생충학 문헌 · 남방개 세포벽 페룰산 분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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