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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oğan Alpaslan Demir on Pexels

건강

수세미오이 수액, 왜 마시지 않고 바를까요

줄기에서 받는 물에 담긴 것, 연구가 확인한 범위, 집에서 받을 때 챙길 일

북반구에서 10월이 되면 베란다와 옥상 그늘막에 올린 수세미오이 덩굴이 잎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마릅니다. 마지막 열매를 거두고 덩굴을 걷을 무렵이면 줄기를 잘라 물을 받아 보겠다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 물을 마셔도 되는지, 몸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 사람도 함께 늘어납니다.

줄기에서 나오는 물에 담긴 것

수세미오이(Luffa aegyptiaca)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입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씨를 심고 7~10월에 열매를 거두며, 중국·인도·베트남·과테말라·이집트에서 많이 기릅니다. 심는 달과 성분, 어울리는 재료는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수세미오이 항목에 모아 두었습니다. 다 자란 덩굴의 줄기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물이 배어 나오는데, 이를 병에 받은 것이 수세미오이 수액입니다.

이 수액과 함께 이야기되는 성분은 점액질 다당(mucilaginous polysaccharide)입니다. 끈기 있는 다당류로, 예부터 화장수 원료로 쓰여 왔습니다. 손등에 바르면 살짝 미끄러운 느낌이 남는 것도 이 성분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식물에는 쓴맛을 내는 성분도 있습니다.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triterpenoid saponin)은 열매가 익을수록 늘어나고 씨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박과 열매에는 드물게 큐커비타신(cucurbitacin)이 많이 쌓이는데, 이 성분도 쓴맛을 냅니다. 쓴 박과 열매를 많이 먹으면 구토와 설사가 날 수 있습니다. 수액에 이런 성분이 얼마나 섞이는지, 마셔도 되는 수준인지를 따진 자료는 찾기 어렵습니다.

마시지 않고 피부에 발라 온 물

수세미오이 수액은 예부터 마시기보다 피부에 바르는 쪽으로 써 왔습니다. 도시 텃밭에서도 가을에 받은 수액을 화장수로 쓰는 집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액을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같은 식물에 쓴맛 성분이 있고, 마셨을 때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람에게서 확인된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몸 안으로 들여온 것은 수액보다 열매였습니다. 《동의보감》은 이 덩굴을 사과(絲瓜)라 적고 천라(天羅)·천락사(天絡絲)라는 다른 이름을 함께 남겼습니다. 어린 것은 삶아 생강과 식초로 먹고, 마른 것은 껍질과 씨를 없앤 뒤 속으로 그릇을 닦는다(枯者去皮及子, 用瓤滌器)는 쓰임도 적혀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고 오늘날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다만 먹는 것이 어린 열매였다는 점은 지금의 쓰임과 같습니다.

지금도 어린 열매는 여러 방법으로 먹습니다. 중화권에서는 달걀이나 새우와 함께 센 불에 짧게 볶는 조합이 흔하고, 얇게 썰어 된장을 푼 국에 애호박 대신 넣어도 국물을 잘 머금습니다. 한 입 먹어 쓴맛이 강하면 뱉고 그 열매는 버리세요.

출처: 《동의보감》 사과(絲瓜) 조.

연구가 확인한 범위

수액을 바르면 피부에 좋다는 말은 어디까지 확인됐을까요? 수세미오이의 사포닌과 점액질 다당을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하고 항산화 활성을 잰 연구는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이고, 사람에게서 확인된 효과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수액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래 써 온 대로 화장수로 쓰는 데까지입니다. 피부병을 낫게 한다거나 주름을 없앤다는 말은 확인된 근거가 없으니 따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실험실에서 항산화 활성이 측정됐다고 해서 바르거나 먹었을 때 몸에서 같은 작용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집에서 받을 때 챙길 일

수액을 받으려고 줄기를 자르면 그 위의 덩굴은 더 자라지 못합니다. 그래서 열매를 다 거둔 뒤 덩굴을 정리하면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반구 기준으로는 수확이 끝나는 9~10월 무렵이죠. 받을 때와 받은 뒤에는 아래를 챙겨 보세요.

  • 병과 뚜껑은 깨끗이 씻어 말린 것을 씁니다.
  • 빗물과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병 입구와 줄기 사이를 감싸 둡니다.
  • 받은 수액에는 보존료가 들어 있지 않으므로 냉장고에 두고 되도록 빨리 씁니다. 냄새가 바뀌거나 탁해지면 버립니다.
  • 처음 바를 때는 팔 안쪽에 조금 발라 하루쯤 지켜보고, 붉어지거나 가려우면 쓰지 않습니다.
  • 병에는 바르는 용도라고 적어 두고,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둡니다.

열매도 같은 날 나누어 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20cm를 넘겨 속 섬유가 억세지기 시작한 열매는 먹지 않고 말려서 수세미로 씁니다. 그보다 어린 열매만 부엌으로 가져가고, 씨가 여물었으면 긁어낸 뒤 조리해 보세요.

오늘 덩굴을 걷는다면 수액 병에 쓰임부터 적어 두세요. 피부에 바를 것은 수액, 몸에 들일 것은 어린 열매로 나누어 두면 한 덩굴을 끝까지 탈 없이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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