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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red dendoktoor on Pexels

건강

생마늘에 속이 쓰릴 때, 다지고 익히는 법부터 바꿔 보세요

알린이 알리신으로 바뀌는 과정, 《동의보감》의 당부, 약을 먹는 사람이 챙길 것까지

북반구 기준 9~11월은 마늘을 심는 때입니다. 마늘은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5~7월에 거두는 월동 작물입니다. 지금 텃밭에서는 씨마늘 쪽을 떼어 흙에 묻고, 부엌에서는 지난 초여름에 거둔 마늘을 까서 씁니다.

마늘을 두고 자주 듣는 이야기는 부엌에서 겪은 일입니다. 생마늘이 몸에 좋다기에 몇 쪽 씹어 먹었더니 속이 쓰리고 한참 화끈거렸다는 것입니다. 매운맛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면 다지는 법, 익히는 법, 먹는 양을 스스로 고를 수 있습니다.

매운맛은 다지는 순간 생깁니다

마늘(Allium sativum) 속에는 알린(alli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칼로 다지거나 절구에 으깨 세포가 깨지면 알린이 알리신(allicin)으로 바뀝니다. 마늘 특유의 매운맛과 향은 이 알리신에서 나오고, 마늘 연구에서 가장 많이 다뤄 온 성분도 알리신입니다.

그래서 같은 한 쪽이라도 손질한 모양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달라집니다. 곱게 다지거나 오래 씹을수록 깨지는 세포가 늘어 알리신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생으로 먹을 때 자극이 걱정된다면 다지지 말고 두툼하게 썰어 써 보세요.

빈속에 먹는 생마늘 여러 쪽은 위를 자극합니다

입안을 맵게 하는 성분은 위벽도 자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장 점막이 약하거나 위산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이 빈속에 생마늘을 여러 쪽 먹으면 속쓰림과 점막 자극이 올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이라도 밥이나 다른 반찬과 함께 먹으면 빈속일 때보다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옛 기록에도 같은 당부가 있습니다. 1613년에 나온 허준의 《동의보감》은 마늘을 냄새가 강한 채소인 훈채(葷菜)로 보고 오래 많이 먹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400여 년 전 의서의 기록과 오늘날 겪는 위장 증상이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하루 몇 쪽까지 괜찮은지는 한 숫자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위장 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속이 쓰렸던 적이 있다면 먼저 빈속에 먹는 습관부터 바꿔 보세요.

익히고, 기름과 고기에 곁들이면 순해집니다

속이 예민한 사람은 마늘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익히는 것입니다. 익힌 마늘은 생마늘보다 자극이 훨씬 덜합니다.

지중해식 식단에서 마늘과 올리브유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짝입니다. 약한 불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저민 마늘을 천천히 익히면 향이 기름에 우러나고 매운맛은 순해집니다. 알리신에서 생기는 유기황화합물(organosulfur compounds) 가운데 일부는 기름에 녹는 형태로 바뀌어, 기름과 함께 먹을 때 흡수가 나아진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돼지고기에도 오래전부터 마늘을 곁들여 왔습니다. 마늘은 고기의 잡내를 줄여 줍니다. 또 알리신이 비타민 B1(티아민)과 만나면 몸에 잘 흡수되는 알리티아민(allithiamine)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비타민 B1이 많은 고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돼지고기 구이를 쌈으로 먹을 때 마늘을 곁들이는데, 생 편마늘 대신 구운 마늘을 올리면 자극이 줄어듭니다.

생마늘의 맛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마늘꿀을 담가 보세요. 껍질 벗긴 마늘을 꿀에 담가 두었다가 함께 먹는, 집에서 오래 해 온 방법입니다. 꿀의 단맛이 매운 자극을 누그러뜨려 생마늘을 그대로 씹기 어려운 사람도 수월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약을 먹는 중이라면 양을 일정하게

마늘이 혈소판끼리 엉기는 것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와파린(warfarin) 같은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먹는 사람이 마늘 보충제나 고용량 추출물을 함께 쓰면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요리에 넣어 먹는 정도에서 문제가 되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마늘 연구의 상당 부분은 보충제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혈압과 혈중 지질을 살핀 임상시험도 대부분 보충제나 추출물을 먹인 것이어서, 그 결과를 요리 속 마늘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약을 먹는 중이라면 평소 먹던 마늘 양을 일정하게 지켜 보세요. 갑자기 크게 늘리거나 끊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술이나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마늘 보충제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 두세요.

마늘은 중국·인도·방글라데시·이집트·한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한 번 심으면 손이 적게 가서 텃밭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도 잘 맞습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궁합과 성분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마늘 항목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다진 생마늘 대신 올리브유에 천천히 익힌 편마늘로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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