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this page in English →

Photo by Anna Khomutova on Pexels

건강

방풍나물, 《동의보감》의 뿌리에서 봄 텃밭의 어린잎까지

옛 의서는 방풍 뿌리를 캐어 볕에 말렸고, 오늘은 어린잎을 데쳐 들기름에 무쳐 먹습니다.

북반구 기준 5월, 봄에 씨를 뿌린 방풍 포기에서 잎자루가 길게 올라옵니다. 잎을 몇 장 꺾으면 손끝에 진한 풀 향이 남습니다. 이 향 덕분에 방풍나물은 데쳐서 가볍게 무치는 봄나물(namul, 데치거나 무친 채소 요리)로 많이 먹습니다. 그러나 400여 년 전 의서는 같은 이름의 풀에서 다른 부위를 기록했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방풍

허준이 엮은 《동의보감》은 草部(풀 약재를 모은 부분)에 이 풀을 防風으로 싣고, 한글 이름을 '병풍ᄂᆞ물 불휘'라 적었습니다. '불휘'는 뿌리를 뜻하는 옛말입니다. 옛 의서가 먼저 본 부위는 잎보다 뿌리였습니다.

원문은 이 뿌리의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면서 맵고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음력 2월과 10월에 캐어 볕에 말린다고 적었고, 속이 실하고 기름지며 마디가 단단한 뿌리를 좋은 것으로 쳤습니다. 원문은 그 마디를 지렁이 머리에 견주었습니다. 노두(뿌리 맨 위, 지상부가 붙어 있던 부분)는 떼어 내고 머리나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뿌리는 버리라는 금기도 달았습니다.

防風은 글자대로 옮기면 '바람을 막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옛 의학의 '바람(風)'은 오늘의 의학 용어로 옮기기 어려운 개념이라, 이름을 효능으로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서술은 옛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 표제와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방풍 항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허준, 《동의보감》 草部 '防風'.

방풍이라는 이름을 나눠 쓰는 세 풀

방풍이라는 이름은 방풍(Saposhnikovia divaricata), 갯방풍(Glehnia littoralis), 갯기름나물(Peucedanum japonicum) 세 풀에 두루 쓰입니다. 한국의 유통 자료를 보면 식품으로 팔리는 방풍나물은 대개 갯기름나물입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의 방풍과 오늘 시장에서 사는 방풍나물을 같은 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구분은 이름의 쓰임에 관한 것이고, 어느 풀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 풀 모두 당근·셀러리·고수와 같은 산형과(Apiaceae)에 속합니다.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때는 먼저 포장에 적힌 학명을 확인해 보세요.

오늘의 분석이 찾은 성분

오늘 식탁에 오르는 잎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산형과 식물에서 쿠마린(coumarin) 계열 화합물을 분리했다는 보고가 여럿 있고, 방풍 무리에서도 이 성분군을 향을 이루는 성분으로 함께 다룹니다. 이 분석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밝힌 것이며 병을 다룬 결과는 아닙니다. 작물도감에 실린 성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 쿠마린 계열 화합물: 잎과 뿌리의 향을 이룹니다.
  • 베타카로틴(beta-carotene): 잎 색을 이루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로, 몸 안에서 일부가 비타민 A로 바뀝니다.
  • 식이섬유(dietary fiber): 데친 뒤에도 씹는 맛을 남깁니다.
  • 칼륨(potassium): 채소에 널리 들어 있는 무기질입니다.

두 기록이 겹쳐 보이는 곳은 향입니다. 《동의보감》은 맛을 맵다고 적었고, 오늘의 분석은 향을 이루는 성분군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옛 기록의 매운맛과 쿠마린 계열 성분이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갈리는 곳은 부위와 쓰임입니다. 옛 의서는 말린 뿌리를 약재로 골랐고, 지금은 어린잎을 데쳐 반찬(banchan, 밥에 곁들이는 요리)으로 먹습니다. 베타카로틴이나 칼륨처럼 잎을 먹으며 함께 얻는 영양은 옛 기록에 나오지 않습니다.

봄에 심어 초여름까지 거두기

북반구 기준 3~4월에 씨를 뿌리고 5~7월에 잎을 거둡니다. 남반구라면 여섯 달 늦춰 9~10월에 뿌리면 됩니다. 방풍 무리는 여러해살이풀이라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이듬해 봄에도 새잎을 올립니다. 거둘 때는 바깥쪽의 다 자란 잎부터 잎자루째 꺾고 가운데 새순은 남겨 두세요. 그러면 같은 포기에서 여러 번 거둘 수 있습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방풍나물 항목에서 다시 확인해 보세요.

향을 살려 먹는 법

방풍나물은 향이 강해서 양념을 적게 쓸수록 향이 잘 남습니다.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녹는 성분이라 기름과 함께 먹으면 몸에 더 잘 흡수됩니다. 그래서 들기름으로 무치면 향과 영양을 함께 챙기기 좋습니다.

  • 들기름·깨소금 무침: 데친 잎을 들기름(perilla oil)과 깨소금(소금을 섞은 볶은 참깨 가루), 소금 약간으로만 무쳐 보세요. 고추장(gochujang, 고추 발효 장)이나 된장(doenjang, 콩 발효 장)은 향을 덮으니 넣더라도 간을 약하게 잡습니다. 무친 뒤 바로 먹어야 잎에서 물이 덜 납니다.
  • 간장 장아찌(jangajji, 장에 절인 채소): 데치지 않은 잎을 씻어 물기를 말린 뒤 간장·식초·설탕을 끓여 식혀 붓고, 잎이 뜨지 않게 눌러 두세요. 사흘쯤 지나 절임물만 다시 끓여 식혀 부으면 잎이 무르지 않습니다.
  • 나물밥: 데친 잎을 잘게 썰어 밥에 얹어 짓고 간장 양념장에 비벼 드세요. 향이 밥알에 배어 반찬을 여럿 두지 않아도 됩니다. 잎자루의 굵은 부분은 미리 갈라 두면 고르게 익습니다.

오늘 방풍나물을 산다면 포장의 학명부터 보고, 첫 접시는 들기름과 깨소금만으로 무쳐 향을 먼저 맛보세요.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