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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발효 채소 속 유산균, 리스테리아균 억제를 돕습니다

흙에서 식탁까지, 텃밭 채소와 발효 식품의 식품 안전 이야기

텃밭에서 뽑아 온 상추와 깻잎을 씻고 밥상을 차리는 날, 냉장고에서 훈제 연어를 함께 꺼냈습니다. 겉으로는 싱싱해 보이는 식재료 안에도 냉장 온도에서 자라는 세균이 있습니다.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게네스(Listeria monocytogenes)는 흙과 물, 채소에 두루 분포하는 식중독균으로, 거의 모든 경우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냉장고 안에서도 자라는 세균

리스테리아균은 4℃ 냉장 환경에서도 천천히 증식합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임산부·노인·신생아·면역이 낮은 분들에게는 리스테리아증(listeriosis)을 일으킵니다. 리스테리아증은 발열과 근육통으로 시작해 심한 경우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식중독은 발생 빈도가 높지 않지만, 증상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어 특정 집단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냉장 보관만으로는 이 균의 증식을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냉훈 처리한 훈제 연어나 날 치즈처럼 가열 없이 먹는 식품이 주요 오염원이며, 텃밭 채소 역시 흙과 물을 통해 균에 노출됩니다. 지표면 가까이 자라는 잎채소나 땅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는 재배 중 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냉장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염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수확 후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균과 박테리오신이 균 증식을 억제합니다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은 발효 과정에서 젖산을 만들어 주변 환경을 산성으로 바꿉니다. 이 산성 조건에서 리스테리아균 같은 유해균은 자라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산균 가운데 일부 균주는 박테리오신(bacteriocin)이라는 단백질 계열 항균 물질을 분비합니다. 박테리오신은 리스테리아균의 세포막에 작용해 균의 내부 성분을 밖으로 빠져나오게 해 균 수를 줄입니다.

박테리오신 중 가장 잘 알려진 성분은 니신(nisin)입니다. 낙농 제품에서 수십 년째 천연 보존 물질로 쓰여 온 성분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어 있습니다. 니신 외에도 페디오신(pediocin) 같은 박테리오신이 연구되고 있으며, 균주마다 항균 범위가 다릅니다. 2026년 발표된 종합 검토 논문에서는, 유산균 균주를 발효 채소·훈제 연어·숙성 육류에 보호 배양균으로 적용하거나 박테리오신을 천연 첨가물로 썼을 때, 식품의 맛·향·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리스테리아균과 부패 미생물 수가 줄었다고 정리합니다. 화학 방부제 없이 병원균을 줄이는 방법으로, 농식품 산업에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텃밭 채소, 발효로 더 안전하게 먹는 법

텃밭에서 거둔 채소는 흙이 남지 않도록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합니다. 뿌리가 흙에 닿는 채소는 솔로 닦아 낸 뒤 씻고, 잎채소는 한 장씩 펼쳐 씻는 것이 좋습니다. 날것으로 먹을 채소라면 씻은 뒤 바로 소비하고, 남은 채소는 발효나 조리 후 보관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김치·깍두기·오이소박이 같은 발효 채소는 유산균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유해균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시판 절임 채소 가운데 고온 살균 처리를 거친 제품은 유산균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직접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시킨 채소가 살아 있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데 더 유리합니다. 임산부·노인·면역이 낮은 분이라면 훈제 생선이나 날 유제품은 충분히 가열해 드시기를 권합니다.

오늘 텃밭에서 딴 오이나 배추로 작은 절임 한 항아리를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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