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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모과의 신맛과 향 — 옛 의서의 기록과 오늘의 성분 분석

《동의보감》 果部의 木瓜 기록과 유기산·정유 성분을 나란히 놓고, 가을에 거둔 열매를 청으로 담그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북반구 기준 10월 중순을 넘기면 모과나무 가지 끝의 열매가 연둣빛에서 노란빛으로 바뀝니다. 손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하지만, 나무 아래를 지나기만 해도 새콤한 향이 먼저 납니다.

모과(Chinese quince, 학명 Pseudocydonia sinensis)는 장미과 모과나무의 열매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당과 길가에 많이 심습니다.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기르는 서양 모과(quince, Cydonia oblonga)와는 속(genus)은 다르지만 가까운 종입니다. 날로 먹기 어려울 만큼 시고 단단해서, 한국에서는 주로 얇게 저며 차나 청으로 담가 먹습니다. 4백여 년 전 의서는 이 열매를 어떻게 적었고, 오늘의 분석은 무엇을 확인했을까요?

《동의보감》이 적은 木瓜

허준의 《동의보감》은 모과를 과일 항목인 果部에 木瓜라는 이름으로 실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性溫) 맛이 시며(味酸) 독이 없다(無毒)고 적었습니다.

손질법도 남겼습니다. 쇠붙이가 닿지 않게 하고,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깎아 낸 뒤 얇게 썰어 말리라고 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니 단단한 열매를 오래 두고 쓰려고 말렸을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17세기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따뜻한 성질'은 한의학에서 약재를 나누는 기준이고, 오늘의 의학이 검증한 내용은 아닙니다.

출처: 허준, 《동의보감》 탕액편 果部 「木瓜」. 원문과 한국어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모과 항목에서 읽어 보세요.

오늘 분석으로 확인된 성분

모과의 신맛은 사과산(malic acid)과 구연산(citric acid) 같은 유기산에서 옵니다. 날로 먹기 힘든 까닭 가운데 하나가 이 강한 산미입니다. 방 안에 두면 퍼지는 특유의 향은 껍질 쪽에 모인 정유(essential oil) 성분에서 옵니다. 산미와 향이 어디서 오는지까지는 성분 분석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과를 먹었을 때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핀 연구는 아직 드뭅니다.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까지입니다. 모과가 특정 증상을 낫게 한다는 말은 이 근거로는 하기 어렵습니다.

옛 기록과 오늘 분석의 겹치는 점, 다른 점

두 기록은 맛에서 겹칩니다. 《동의보감》이 '시다'라고 적은 맛을 오늘의 분석은 사과산과 구연산으로 설명합니다. 옛사람이 혀로 알아챈 것을 지금은 성분 이름으로 부르는 셈이죠.

껍질을 두고는 쓰임이 갈립니다. 옛 기록은 껍질과 씨를 깎아 내라 했지만, 요즘 청을 담글 때는 향을 살리려고 껍질을 남기고 씨만 빼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 성분이 껍질 쪽에 모여 있다는 분석과 들어맞는 손질입니다. '따뜻한 성질'은 성분표로 잴 수 있는 항목이 아니어서, 오늘의 분석으로는 맞고 틀림을 가릴 수 없습니다. 옛 기록은 오랜 경험을 담은 자료로 읽고, 몸에 미치는 작용은 연구가 더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뤄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모과나무 심고 거두기

모과나무는 다 자라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낙엽 과수입니다. 화분보다는 텃밭 가장자리나 마당처럼 자리를 넉넉히 줄 수 있는 땅이 알맞습니다. 묘목은 북반구 기준 3~4월이나 11월에 심고, 해가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주세요.

거두는 때는 북반구 기준 10~11월입니다. 껍질이 노랗게 바뀌고 향이 짙어지면 따도 됩니다. 겉이 끈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한 것이 아니니, 미지근한 물로 씻어 쓰면 됩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어울리는 재료는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모과 항목에서 함께 확인해 보세요.

모과청과 모과차로 먹기

가장 흔한 쓰임은 모과청입니다. 씻은 모과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얇게 저민 뒤, 설탕이나 꿀과 1대 1로 켜켜이 재웁니다. 모과 500g이면 설탕도 500g입니다. 열매의 산과 펙틴(pectin)이 당과 만나 걸쭉한 청이 됩니다.

  • 모과차: 모과청을 따뜻한 물에 타서 저어 마십니다. 처음에는 묽게 타고, 입맛에 맞춰 진하기를 조절해 보세요.
  • 생강·대추 곁들이기: 생강 몇 조각과 대추를 함께 넣고 끓이면 신맛이 누그러집니다. 오래전부터 겨울에 끓여 마셔 온 조합입니다.

청에는 모과와 같은 무게의 당이 들어갑니다. 하루에 마실 양을 정해 두고 드세요.

이번 주에는 노랗게 익은 모과 한 알을 식탁에 두고 향을 맡아 본 뒤, 얇게 저며 같은 무게의 설탕과 함께 청을 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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