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끝자락, 텃밭 둑을 따라 길쭉한 화살 모양 잎이 얽힌 덩굴이 보인다면 메꽃일 수 있습니다. 흙 속에는 흰 뿌리줄기가 길게 뻗어 있고, 다음 달이면 이것을 캘 때가 됩니다.
메꽃은 밭둑과 들, 강둑에 흔한 덩굴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중국·일본 들판에 저절로 납니다. 연분홍 나팔 모양 꽃은 한낮에 활짝 핍니다. 생김새가 비슷한 나팔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낮이면 시들기 때문에, 꽃이 핀 시각만 보아도 둘을 가를 수 있습니다. 기르기는 쉽습니다. 다만 한 번 뿌리내리면 없애기 어려워, 심기 전에 둘 곳부터 정해야 합니다.
심기 — 북반구 3~4월, 뿌리줄기 토막으로
메꽃은 씨보다 뿌리줄기로 늘립니다. 북반구 기준 3~4월에 흰 뿌리줄기를 토막 내어 흙에 눕혀 묻습니다. 생육 적온은 18~28℃이고, 5~35℃ 사이면 자랍니다. 추위에 강해 땅속 뿌리줄기로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오므로, 한 번 심으면 해마다 거둘 수 있습니다.
심을 자리는 볕만 잘 들면 되고, 흙은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뿌리줄기가 땅속으로 길게 뻗으므로 이랑 한가운데는 피하세요. 우선 큰 화분이나 깊은 상자에 따로 심어 보세요. 덩굴이 감고 오를 지지대나 울타리를 곁에 세워 두면 순을 거두기도 수월합니다.
돌보기 — 뻗는 범위를 막아 두기
메꽃은 더위와 가뭄을 잘 견뎌 여름 내내 덩굴을 뻗습니다. 물은 흙이 오래 말라 있을 때만 챙겨 주면 됩니다.
물 주기보다 손이 더 가는 일은 번짐 막기입니다. 《동의보감》도 메꽃이 들 곳곳에 나며 김매기가 가장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옛 농부들도 이 덩굴을 없애느라 애를 먹었던 셈입니다. 땅 위 덩굴을 뽑아도 땅속 뿌리줄기가 남아 있으면 다시 올라옵니다. 화분 밖으로 넘어간 덩굴은 보이는 대로 걷어 내세요. 화분을 흙바닥에 바로 두지 않고 벽돌이나 판자 위에 올려 두면, 물 빠짐 구멍으로 뿌리줄기가 빠져나가 땅에 내리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동 텃밭이라면 이웃 밭 쪽으로 번지지 않았는지 한 달에 한두 번 둘러보세요.
거두기 — 봄에는 어린순, 가을에는 뿌리줄기
북반구 기준 4~5월에는 새로 올라온 어린순을 꺾어 나물로 씁니다. 순이 연할 때 거두어야 데쳤을 때 부드럽습니다. 10월에는 땅속 흰 뿌리줄기를 캡니다. 뿌리줄기의 질긴 결은 식이섬유에서 오므로, 굵고 흰 것을 골라 껍질을 벗긴 뒤 푹 익혀 씁니다.
꽃을 거둔 기록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음력 오월(양력 6월 전후)에 꽃을 따 그늘에 말린다고 적었고, 꽃 모양이 북을 닮아 고자화(鼔子花)라고도 부른다고 밝혔습니다.
먹는 법 — 쪄 먹는 뿌리줄기와 무치는 순
《동의보감》 초부(草部)는 메꽃을 선화(旋花)로 싣고 우리말 이름을 멧ᄭᅩᆺ으로 적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고, 뿌리에 털과 마디가 없으며 쪄서 먹을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록에서 흉년에 곡식 대신 먹던 구황식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옛 의서의 서술은 오늘날의 의학 판단과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쪄 먹을 때 나는 옅은 단맛은 전분에서 옵니다. 전분은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나뉘어 열량으로 쓰입니다. 메꽃속 식물에서는 칼리스테긴(calystegine)이라는 알칼로이드 무리가 처음 분리되었고, 이름도 속명 Calystegia에서 따왔습니다. 메꽃과(Convolvulaceae) 식물에 널리 들어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이는 성분을 확인한 결과여서,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말할 근거로 쓰기에는 이릅니다.
껍질 벗긴 뿌리줄기는 푹 쪄서 소금을 조금 뿌려 드셔 보세요. 감자나 고구마보다 물기가 적어 뻑뻑하니 국물 있는 반찬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데친 어린순은 된장에 무치고 마늘을 약간 넣어야 맛이 섭니다. 맛이 순해 한 가지만 무치면 심심하므로, 향이 진한 봄나물과 섞어 양을 늘려 보세요. 들에서 처음 캔 것이라면 적은 양부터 맛보기를 권합니다.
오늘은 텃밭 둑을 한 바퀴 돌며 화살 모양 잎이 달린 덩굴을 찾아 표시해 두세요. 10월에 뿌리줄기를 캐 쪄 보고, 내년 3~4월에는 그 둑에서 몇 토막을 다시 캐어 화분에 옮겨 심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旋花 · 국립수목원(Korea National Arboretum) 국가표준식물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