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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마당비를 매던 댑싸리, 《동의보감》의 지부자에서 오늘의 밥상까지

옛 의서는 차고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오늘의 분석은 씨에서 사포닌을 찾았습니다. 북반구 기준 봄에 뿌려 가을에 씨와 줄기를 함께 거둡니다.

9월 중순, 텃밭 가장자리에 둥글게 자란 포기 끝이 붉은 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봄에 뿌린 댑싸리(Bassia scoparia)입니다. 가지마다 작은 씨가 촘촘히 붙었고, 가을이 깊어지면 포기 전체가 붉게 물듭니다. 옛 의서는 이 씨를 약재 이름으로 불렀고, 줄기는 마당을 쓰는 비가 되었습니다. 한 포기에서 먹을거리와 살림 도구를 함께 얻던 풀입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지부자

《동의보감》은 草部(풀 부문)에 댑싸리 씨를 지부자(地膚子)라는 이름으로 싣고, 한글 옛 이름을 '대ᄡᆞ리 여름'이라 달았습니다. '여름'은 열매를 뜻하는 옛말입니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곳곳에서 자란다고 했습니다.

줄기가 붉고 잎이 푸르며 크기는 형개(荊芥, 향이 나는 꿀풀과 풀)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꽃은 누렇고 흰빛이며, 씨는 푸르고 흰빛으로 첫잠을 자고 난 누에의 똥을 닮았다고 적었습니다. 비를 맬 만하다 하여 낙추자(落箒子)라 불렀고, 천두자(千頭子)라는 딴 이름도 함께 실었습니다. 씨는 음력 8~9월에 거두어 그늘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이 서술은 17세기 초에 펴낸 의서의 기록입니다. 성질과 맛을 적은 대목은 옛 의학의 분류이며, 지금 병을 다스리는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표제와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 지부자 항목에서 원문과 함께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허준, 《동의보감》 草部 '지부자(地膚子)' 조.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견주기

댑싸리 씨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사포닌(saponin) 계열 화합물이 나왔습니다. 사포닌은 물에 우러나면 거품이 이는 배당체(당이 붙은 화합물)입니다. 옥살산(oxalic acid, 수산)은 댑싸리를 데쳐 헹구는 까닭이 되는 성분입니다. 물에 녹는 옥살산은 데친 뒤 찬물에 헹구면 줄어듭니다. 씨를 씹을 때 느껴지는 결은 식이섬유에서 옵니다. 가을에 포기가 붉게 물드는 것은 엽록소가 줄고 붉은 색소가 드러나는 변화입니다.

옛 기록과 오늘의 분석이 겹치는 곳과 다른 곳을 나누어 보면 이렇습니다.

  • 겹치는 곳: 옛 기록은 맛이 쓰다고 적었습니다. 사포닌은 대개 쓴맛을 내므로, 씨에 사포닌이 들어 있다는 분석과 함께 볼 만합니다. 씨를 삶아 헹구는 손질이 오래 전해진 까닭도 쓴맛과 거품을 덜어 내려는 데 있었을 것입니다.
  • 다른 곳: 옛 기록은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포닌과 옥살산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날것으로 먹지 않고 데치거나 삶아 헹군 뒤 먹습니다. 또 분석 연구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밝힌 것이며,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까지 확인한 결과는 아닙니다.

봄에 뿌려 가을에 거두기

댑싸리는 한해살이풀이라 해마다 씨를 새로 뿌립니다. 북반구 기준 4~5월(남반구는 10~11월)에 볕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씨를 뿌려 보세요. 포기가 둥글게 넓어지므로 옆 작물과 거리를 넉넉히 두는 편이 좋습니다. 포기가 어릴 때 연한 잎을 따서 나물로 씁니다.

씨는 북반구 기준 8~9월에 거둡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음력 8~9월은 양력으로 대략 9~10월이라, 옛 기록 쪽이 한 달쯤 늦습니다. 씨가 달린 가지를 베어 말린 뒤 털면 씨가 모입니다. 씨를 턴 줄기는 버리지 말고 그늘에서 바싹 말려 밑동을 묶어 보세요. 다 마른 뒤에 묶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마당비가 됩니다. 비를 맬 만하다던 옛 이름에 담긴 쓰임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파종과 수확 달력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댑싸리 항목에서 확인해 보세요.

어린잎과 씨를 식탁에 올리는 법

어린잎은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가볍게 짭니다. 된장과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보세요. 양념이 고루 배고 풋내가 덜 납니다.

씨는 삶은 뒤 손으로 문질러 껍질을 벗기고 여러 번 헹굽니다. 물기를 뺀 씨를 갓 지은 밥에 올리고 간장을 두르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살아납니다. 마 즙이나 달걀노른자를 곁들여도 좋습니다. 손질한 씨는 냉장고에 넣어 며칠 안에 드세요. 사포닌과 옥살산이 든 풀이니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반찬 한 가지로 곁들이는 양이 알맞습니다.

댑싸리를 기르고 있다면 오늘 가지 끝을 훑어 씨가 여물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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